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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願 -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01)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07.24|조회수41 목록 댓글 4

 

願(원)

 

 

 

 "어쨌거나 나가고 싶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파라미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와 마주하고 있는 스라마 네라는 허약해보이는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
 파라미티는 령주에서도 가장 뛰어난 학생이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돌아가셨기에 그에게는 이름을 지어줄 부모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성을 이름 겸사 쓰고 있다. 옆 집의 사람들이었기에 그를 돌봐준 것은 스라마 집안 사람들이었지만 파라미티는 어려서부터 매우 영악해서 자신에게 부모가 없다는 것, 그리고 네라가 그의 친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타인과 사귀는 것을 즐기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완벽하게 거부하지도 않았다. 대놓고 상대의 태
도에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것도 아니었고, 자기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머나먼 수평선을 바라보듯이 그냥 그렇게 사는 꼬마였다.
 "나가려는 대외적인 이유는 뭐냐."
 "좀 더 넓은 세계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나이대의 녀석들에겐 흔히 발생하는 병이다. 20살이 되기 전에 코린의 밖으로 나가보
고 싶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파라미티에게는 그것이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럴 법한 이유로군. 그럼 대내적인 이유는 뭔데?"
 파라미티는 그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씨익 웃었다. 웃고 있는 표정이지만 네라는 분위기에서 그의 입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읽을 수 있었다.
 "비밀이라는거군. 그러면 네리카는 어쩌고?"
 역시 네리카를 신경쓰고 있었는지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조금 흔들렸다. 비록 단지 이유없이도 이웃을 돕고 이웃
에게 베푸는 것이 당연한 남부 코린에서 사는 네라이기에 알아챌 수 있는 정도였지만.
 "왔던 바람은 어느 사이엔가 가 있다고 하지요."
 시적인 그의 표현에 네라는 코웃음을 쳤다.
 "야반도주할 생각이냐?"
 "네리카를 데려갈 순 없고, 게다가 놔두고 갈 방법도 없으니까요."
 자기 딸에 대한 평가로써는 조금 가혹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네라는 아버지라는 입장도 내던지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네라는 아버지이기에 알 수 있는 점도 있었다.
 "장담컨대 네리카와 같이 갈 준비를 해야될거다."
 "네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파라미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누가 자기 딸을 남자 녀석과 같이 여행을, 그것도 코린
외부로 보내려고 하겠는가.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보통 이런 경우는 한 가지 경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저……, 네리카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요."
 "그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너같이 비쩍마른 녀석에게 네리카를 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네리카를 같이 보내시려고 하는 겁니까."
 "보내는 게 아니야. 같이 간다."
 어찌보면 단순한 대답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은 파라미티는 눈을 크게 뜨며 네라를 쳐다보았다.
 "네라 아저씨도 가시려는 건가요?"
 "물론이지."
 "이건 제 여행길인데 두 사람이 와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없지. 그다지 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지만 네라는 파라미티의 어깨 너머를 보고는 다시 결심을 굳혔다.
 "적어도 난 딸내미에게 맞아죽은 아버지가 되긴 싫다."
 그의 말에 담긴 미묘한 떨림은 이미 네리카를 아는 마을 사람들은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라미티
는 그가 자신의 등너머를 흘깃 쳐다본 이유를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하지만 돌아보면 반드시 오늘 하루가 고생으로 끝나고 말 것을 예지하는 듯한 기운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그. 그렇군요. 그럼 내일 뵙죠."
 다급한 말과 함께 파라미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네라를 스쳐 지나갔다.
 "쳇. 눈치챘나."
 네라의 시선이 향하는 끝에서 아쉬운 말투가 흘러나왔다. 뒤돌아본 네라는 여전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파라미
티를 보았다. 그 발걸음은 마치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다는 듯이 종종 걸음이었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존재는 그가 뒤를 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네라는 그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역시 아빠야.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어요."
 네라의 하나밖에 없는 딸, 네리카는 유쾌하게 웃으며 네라의 옆에 섰다. 처음에는 아들을 원했던 네라였지만 네리
카가 성장하고 난 다음에는 그 생각을 지웠다. 네리카는 어려서부터 남자 아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기백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남자 아이보다 더 세심하게 가족을 위하고 주위를 신경쓰는 것이 네라는 자랑스러웠다.
 문제는 네리카가 성장하고 난 다음이었다. 유년기에 남자 아이들과 노는 것을 더 즐겼던 네리카는 점점 성장하면서
들의 골목대장 노릇을 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실질상 마을의 10대 아이들의 대장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통솔력을 발휘한 그녀는 소년, 소녀들의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네라의 교육의 탓인지 그녀는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괴롭힌 아이들을 혼내줌으로써 마을 아이들의 법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지만 사실상 네리카는 제멋대로 놀러다닐 뿐이었다.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었지만 작은 사고에는 반드시 끼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괄량이라 네라는 앞 일이 걱정될 뿐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파라미티에게 푹 빠져서 조금은 조신해졌지만 여전히 마을에서 가끔 치마를 입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밖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네요~."
 파라미티가 자신에게 말을 했던 것부터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파라미티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네리카는 반드시 따
라나서려고 할거고, 아무리 튼튼해도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딸은 딸이니만큼 혼자서 나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물론 네라로써는 네리카가 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언변도 없을 뿐더러 힘도 없으니 네리카가 나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볼때에 그는 당연히 자신도 따라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딸로부터 파라미티를 지키기 위해서 네라 또한 일평생 한번 있는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스라마 부녀로부터 도망쳐서 파라미티가 향한 곳은 령주 외곽의 어떤 집이었다. 그곳에는 네리카가 1개월 전에 마을 외부의 숲에서 '주워온' 한 인물이 살고 있었다.
 코린 외부로부터 코린으로 외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는 꽤나 드물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략 5~6개
월에 한번씩 있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경우는 외부인을 치료해주고 다시 마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인물 또한 곧 있으면 나가게 되어 있었기에 파라미티는 그녀가 강제로 방출되기 전에 같이 나가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문을 두드리자 조용한 소리와 함께 1개월동안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의 여성이 나타났다.
 "잘 잤나요, 하씨."
 그의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 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움직여 그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파라미티는 예를 표하고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여전히 소박하고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여성이 사는 집이라 그럴지도 모르고, 오래 살 집이 아니라서 그
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허리에 매달린 칼이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나 처음에 발견되었을 때와 같이 새하얀 옷에 새하얀 칼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발견한 네
리카는 그녀가 칼을 차고 있어서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업고 왔다고 했지만 파라미티가 보기에는 분명히 그녀의 칼이 탐나서였을터다. 그녀는 마을까지 질질 끌려오는 동안에도 손에 쥔 칼은 전혀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집이 결정되고 치료가 진행된 후에 그녀가 눈 뜨기까지 변함없던 일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로도 어느 누구에게도 칼을 만지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방 한쪽의 침대에 앉았고, 그녀는 그를 마주보며 방 한가운데에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
 "하씨는 아마 곧 나가야될거예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고, 그녀의 행동에 익숙해진 그는 쉽게 그 의미를 알아챘다.
 "코린은 외부인을 쉽게 받지 않아요."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그녀는 자기자신을 가리켰고, 파라미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알 수 있어요. 사람의 심성에 대해서.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예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계속 말하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처를 다 치료하면 코린에서 외부로 보내지게 되지요. 당신은 거의 나았으니 곧 나
가야 될 거예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맞아요. 부탁이 하나 있어요."
 그녀의 눈에 이채가 비쳤다. 코린의 사람들은 사실상 외부인과의 접촉은 거의 꺼리는터라 외부인의 치료와 관리는
주로 파라미티가 맡고 있었고, 덕분에 그는 령주 내에서도 특이한 녀석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당신이 나갈 때에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의도를 판단하려는 듯 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질문에도 파라미티
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밖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녀는 한동안 파라미티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그 의미는 명백했기에 그는 자리
에서 일어섰다.
 "전 오늘 밤 자정에 극동 결계석에서 마을을 나갈 생각이예요. 늦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1개월 동안 봐온 하라면 절대 시간에 늦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아가씨였으니까. 이름을 물
어봤을때에도 하루동안 고민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네리카를 보고 자신을 가르키며 '하'라고 말했을 정도로 조용하고 말이 없는 그녀이지만 파라미티는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근거하여 그녀의 이름은 '하'가 아니라 '夏(なつ:나츠)'일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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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주 목요일 목표이지만,

정작 글이 다음대로 안 써지니

불쾌지수가 땅을 파고듭니다.

 

오타, 수정사항, 충고, 뭐든 잘 먹고,

개념 양념이 안 된 글은 강하게 편식합니다.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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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07.25 하아... 수준이 다른 소설. ㅠ[절레절레]
  •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7.25 잘 읽였습니다. 여름 하, 나츠? 일본어로 나츠라고 읽는거였나요?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7.25 ㅇㅁㅇ... 잘 읽고 갑니다. 글을 보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군요.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10.13 일단 이래서 하씨였군 -ㅅ-; 네라 어쩌............ ㅠㅁ ㅠ 딸에게 잡혀사는 아버지라 흠흠흠흠. (파라미티, 니가 고생하겠구나.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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