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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Noel - First Story(아페이론) : 01.계절은 여행을 이끈다. (1)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07.26|조회수26 목록 댓글 5

Noel
<First Story-아페이론>
 


01. 계절은 여행을 이끈다.


 4월의 훈훈한 날씨는 사람들로 하여금 수마에 굴복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국 남부에서도 가장 끝에 속하는 쿠드믹 영지의 남작 저택의 한 소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십시오."
 눈을 뜬 스텔라는 옆에 서 있는 인물에게로 눈을 돌렸다. 1년전 선상 반란 이후로 제국 남부까지 흘러들어와 쿠드
믹이라는 남작의 영지에서 일단 거주하게 된 이후로 빈 자리를 가장 실감하게 된 인물이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인…이야?"
 "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
 스텔라는 안심하며 천장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돌아온 것이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에. 설령 그게 아니
더라도 옆에 있는 이니그마의 존재가 그녀의 마음에 적지 않은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즐겁지 않은 꿈을 꾼 것 같아."
 "꿈…입니까?"
 "응."
 "배를 타고 돌아가던 중, 선상 반란이 일어났어. 그리고 에바랑 리젠도 잡혔고. 어찌어찌해서 작은 배 하나로 도망
나갔는데 우리중에는 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뭐야. 그래서 제국 남부까지 가버렸지."
 그녀의 비서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드셨겠군요."
 "좋은 경험으로 생각해야지. 그런데 여긴 어디지?"
 스텔라는 다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충실한 비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1년 전
의 그 배의 선원이 서 있었다.
 "배입니다."
 칼을 들고 다가오는 선원의 웃는 표정이 더욱 섬뜩해 보인다.
 멀리서 에바와 리젠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눈 앞이 점점 어두워진다.
 스텔라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인이 있던 자리에 자신들을 구조해준 남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눈에 들어
왔다.
 "쿠드믹… 남작님…."
 돌아왔다. 아니 이제 꿈에서 깨었다. 꿈에서 깼던 그녀가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꿈에서 깨었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주무시다가 갑자기 안 좋은 안색을 하시길래 실례했습니다."
 "그랬군요."
 어느새 스텔라의 음색은 여느때의 그녀로 돌아와 있었다. 언제 어디서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할 것. 군대에 있을 때에 그녀가 항상 장병들에게 이야기하고, 또한 자신에게 이야기했던 지침이다. 특히나 현재와 같은 비상시의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잠시의 방심이 위험을 부르고, 순간의 감정이 목숨을 요구한다.
 아직은 쿠드믹 남작의 영지에 있는터라 딱히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녀들을 노렸던 인물들이 또다시 그녀들을

노리지 않을 보장은 없다. 탈출할때에 배를 일부러 침몰시키고 헤엄쳐서 강을 건너 몸을 말리고 이동하는 등, 추적자들을 뿌리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지만 그 속임수에 다 넘어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어찌하여 이 영지로 흘러들어올 무렵, 결국 몸이 약한 리젠이 쓰러졌고 어쩔 수 없이 이곳의 영주에게 이야기해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치료만 하고 떠나려고 했던 것이 지금은 이곳의 영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물론 그것도 에바와 리젠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지만.
 스텔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옆으로 몸을 옮겼다. 창문에서 쏟아지는 남부의 햇살은 이곳에서 생활하지 않던 그
녀들에게는 순식간에 꿈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텔라가 잠시 졸았던 것도 아마 그러한 연유이리라.
 창문의 저편의 언덕에는 2명의 인영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이 조금 낯익다고 생각한 스텔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들을 살펴보았고, 그들 중 한명이 리젠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둘이서만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했건만.'
 그녀는 몸을 돌려 이곳의 지리에 가장 박식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스텔라를 보고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
자 깜짝 놀라며 살짝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스텔라는 한 손으로 친구들이 있는 언덕을 가리켰다.
 "저 언덕은 어딜까요, 남작님?"
 1년동안 살아오면서 남작은 스텔라의 화법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이 단지 그 언덕의 위
치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알았다.
 "아리나스 언덕이군요. 조금 외진 곳에 있는데다가 언덕을 넘어가면 이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지요. 게다가
주변의 지형이 좀 불안정해서 사람이 다니다가 지하로 떨어지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 곳은 마수가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 영주민들도 잘 가지 않는 곳입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그의 말에 스텔라는 귀엽게 미간을 찌뿌렸지만 리젠과 같이 있는 사람이 크로셀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에바와 리젠과 비슷한 나이의 소녀이긴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봤기 때문에 크로셀에게 리젠을 맡기면 적어도 안전하게 저택까지 올 수 있으리라.
 "그래도 한 마디정도는 해둬야겠네."
 "예?"
 스텔라의 작은 중얼거림은 쿠드믹의 귀를 살짝 간지럽힐 뿐이었다. 그녀는 반문하는 쿠드믹에게 살짝 고개를 젓고
는 몸을 돌렸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곧 점심 식사 시간이니 준비를 해야겠군요."

 기나긴 테이블에는 다양한 요리가 놓여있다. 반드시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단지 존재하는 것으로 입맛을 돋우는 음식, 먹어서 맛있는 음식, 배를 부르게 하는 음식, 목을 축이는 음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워해야 할 일이지만 스텔라는 그다지 즐거워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조금 전까지 마을 언덕에 가있었던 거니?"
 "응. 햇볕이 따스하고 향기가 부드러웠어. 나중에 에바도 같이 가보는 것이 어떨까?"
 그건 곤란하다. 크로셀이라고 해도 2명을 다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스텔라가 같이 따라가는 것도 나쁘
지 않겠지만 3명 다 저택을 비우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그녀는 이쯤에서 친구들을 제지하기로 했다.
 "관둬. 쿠드믹 남작님께서 그곳은 상당히 외진 곳인데다가 느닷없이 꺼지는 땅도 있어서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들었
어. 에바도 리젠도 이제는 그곳에 가지 않도록 해."
 스텔라는 조금은 딱딱한 말에 에바와 리젠은 조금 곤란한듯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지 말라고 해도…."
 "나는 아직 가본 적도 없는걸…."
 그녀들의 말에 스텔라는 자신의 말의 모순을 눈치챘지만 작은 헛기침을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일단 말은
해두었지만 에바와 리젠은 조만간에 아리나스 언덕으로 나들이를 갈 것은 확실하다. 그녀들의 행동을 예측하면서도 말릴 수 없는 스텔라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작게 한숨을 쉬고 테이블 위의 자신의 레드 와인을 가져와 입술에 대었다.
 "그건 그렇고 벌써 봄이 온 겁니까.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군요."
 쿠드믹 남작이 살짝 말을 돌렸다. 계속 있었다면 분위기가 꽤나 어색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쿠드믹 남작은 적절한
타이밍에서 화제를 돌려주었다. 리젠은 자신의 빵을 자르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정말이에요. ‘그곳’에서 봄을 맞이한 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이렇게나 멀고 낯선 곳에서 또 한 번의 봄을 맞
이하게 될 줄은……."
 눈이 안 보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의 습관이라 그런지 리젠이 자른 빵은 절도가 있었다. 리젠의 말에 에바 또한 미
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까 낮에 악몽을 꾼 여파인지 스텔라는 웃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들에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 정말로 태평하구나. 나는 지금도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는데도…. 너희들도 이제 그만 돌아갈 방법을 생
각해보는 것이 어때?"
 '그다지 기대는 안 하지만.'이라는 말은 그녀의 입에서 머물러 제대로 친구들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녀 옆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는 크로셀만이 살짝 포크를 멈췄지만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그리고 보니 곧 조졸한 축제가 열립니다만, 레이디들께서도 그 축제를 한 번 즐겨보심이 어떠하신지요?"
 살짝 무거워진 분위기에 쿠드믹 남작이 다시 분위기를 돌리려고 말을 꺼냈지만 스텔라는 그 의도를 파악하고서도
그의 선물을 받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반드시 나왔어야 하는 이야기였고, 오히려 1년이 지난 지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더하여 제국 최남단부나 다름없는 이곳에는 제국 각지의 상세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기에 그녀들이 사라진 1년동안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남작님의 거듭거듭 그 호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곳에 흘러들어온 지도 어느덧 1년. 그간에 남작
님의 은혜로 인해 편안히 몸을 쉬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슬슬 저희들은 돌아가야만 합니다."
 스텔라는 쿠드믹 남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보라색. 당당한 그녀의 태도
와 합하여 그녀의 눈은 신비한 느낌을 준다. 쿠드믹 남작은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자 눈에 띄게 안색이 가라앉더니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레이디들을 목적지로 하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고향까지 돌아갈 만한
여비조차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여성분들끼리만 여행을 한다면 상당한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순간 짧은 반문이 나오려는 것을 억누르고 스텔라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쿠드믹 남작을 즉시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위기로 봐서 에바와 리젠 역시 당황했나보다. 그리고 크로셀은 그가 동행하겠다는 말에 짧게 혀를 쳤지만 남작을 주시하는 스텔라나 에바, 리젠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뭔가 이상한 소리에 리젠이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의 눈에 뭔가 비칠리는 없었다. 다만 공기의 흐름으로 크로셀이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스텔라의 강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 쿠드믹 남작은 얼굴이 빨개지긴 했지만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그녀의 시
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의 눈을 본 스텔라는 그가 쉽게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와인잔을 입에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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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제가 쓴 노엘은 Key양의 노엘과 거의 동시간대로 진행됩니다.
다만, 각자 중심으로 서술하는 인물이 다르기에
세필리아 프로젝트의 예시본으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스텔라 제르넨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리고 Key양은 에바와 리젠을 중심으로 진행하지요.
같은 사건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
이점이 세필리아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그럼 다들 건필을~.

 

본 소설은 History Key양의 Noel-발트엔하츠 와 같이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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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기]history key | 작성시간 08.07.26 어서 따라잡아 주세요. 그 사이에 저는 또 한 편을 올려야 할 터이니.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07.26 와아 .. 제 소설에서의 일종의'외전'과 같군요!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7.26 잘 읽고 갑니다. 히스님의 발트엔하츠 읽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 답댓글 작성자[지기]history key | 작성시간 08.07.26 너무해..
  • 답댓글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6 몇개월 전이니까 그런거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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