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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02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7.27|조회수78 목록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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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실리아!”


나는 카인과 저녁을 먹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른 나에게 다가왔다. 루이엘은 아직 다른 남자들과 춤을 추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루이엘의 성격이라면 그 댄스신청들을 모두 받아들였을 것 같으니.

그런데 어머니는 카인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지금까지 이 분과 춤을 추었던 거니?”

“네.”

“이베르 백작이군. 함께 식사하시겠소?”

“…… 영광입니다.”

“그럼, 일단 자리에 앉지.”


아버지의 말에 우리는 아까 식사를 했었던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카인을 보며 말했다.


“아까 추는 것을 살짝 봤어요. 굉장한 실력이던걸요.”

“영애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실력입니다.”

“엥, 말도 안 돼요!”


무슨, 솔직히 카인이 리드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제대로 추지도 못했을걸.


“한 잔 받게.”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때, 카인을 보고 있던 아버지는 그에게 와인을 한 잔을 따라주었고, 카인이 인사를 하며 그 와인을 받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자신 역시 와인을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훌륭한 눈빛이군. ‘백작’에서 머물 인물이 아닌데.”

“…… 과찬이십니다.”


역시 아버지는 카인의 눈빛만 보고도 그의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는 건가? 성녀 임명식 때도 느꼈던 거지만, 아버지의 존재가 한없이 크고 높아 보인다. 언젠가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하는데 나는 아버지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쌓아 놓은 이 가문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아니야, 약한 생각 하면 안 돼. 돌아가신 엄마도, 아빠도 나를 보고 계실 테니까.


“게다가 기운을 숨기고 있군. 마법사인가?”

“…… 조금 할 줄 압니다.”


아버지의 물음에 카인은 짧게 대답했다. 으아, 아버지는 4대 마법사 중 한명이니까 카인이 기운을 숨기고 있는 것도 눈치 챈 거야. 하긴, 카인이 기운을 숨기지 않고 그냥 그대로 다닌다면… 상상만 해도 엄청난걸. 그러자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세상에, 당신은 그걸 어떻게 그리 잘 아는 거 에요? 나도 아카데미에 다닐 땐 마법학에서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고요.”

“하하, 4대 마법사를 무시하지 마시오. 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하게 숨기고 있어 그 기운이 어느 속성에 가까운지는 알 수가 없군.”

“…… 공작각하에 비교한다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래, 로실리아와 춤을 춰 본 소감이 어떤가? 로실리아가 자네와만 춤을 추길 원하는 것 같은데.”

“아, 아버지…!”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직설적으로 제 마음을 읽고 말씀하시면……!’


“…… 훌륭한 실력이십니다. 원하신다면 저보다 훨씬 높은 분과도 거뜬히 추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로실리아와 추고 싶지 않다는 건가?”

“…… 저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고귀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뭐,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데 카인의 말에 아버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탕하게 웃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내가 자네의 직위가 높아지도록 돕는다면?”

“여보?”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물론이고 나까지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는 카인이 마음에 든 걸까?

그러나 아버지의 말에 카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그가 죽어 자유의 몸이 된 다면?”
“!!”


아버지의 말에 나는 물론이고 어머니, 심지어 카인까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으아, 아버지, 존경해요. 진짜 과연 윈더프 공작각하시라니까! 어찌 저렇게 눈썰미가 좋은지!


“…… 그 때까지 살아있다면.”

“……?”


그런데 카인은 놀란 표정도 잠시, 곧 고개를 살짝 내리며 이렇게 중얼 거렸고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여 아무 말 없이 걱정스레 그를 바라봤다.

살아있다면 이라니. 살아남을 거라고 말했잖아. 뭐, 그는 분명 강하니까 살아남을 거겠지만, 갑자기 왜 이렇게 불안해 지는 걸까.


“그런가.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네가 마음에 들었네. 모든 것이 끝나면 자네를 밀어주겠네. 과거에 대해선 일체 묻지 않도록 하지.”

“…… 영광입니다.”

“여보, 하지만….”

“괜찮소. 로실리아, 너도 그러길 원하지?”


이제 슬슬 상황을 이해한 어머니는 꺼림칙하단 표정이다. 나는 아버지의 말에 부끄러웠지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하, 로실리아, 실루이스에서 꼭 우승해라!”

“엑, 우승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할게요!”


아버지의 말에 나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카인과 함께라면 우승할 것 같단 확신이 묘하게 들긴 하지만 내가 잘 못하니.

아무튼 나는 아까 카인의 말 때문에 살짝 불안했으나 일단 배가 고프므로 열심히 식사를 했다. 그런데 카인은 아까 ‘살아있다면’이라고 말한 후부터 계속 표정이 좋지 않다.



***



나는 실루이스 전 까진 충분히 긴장을 가라앉히고 쉬라는 아버지의 말에 카인과 함께 소화도 시킬 겸 성의 옆을 거닐었다. 날도 어둑하고 인적도 적고, 성의 입구 쪽과 달리 굉장히 조용하다. 오직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리는데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아 굉장히 좋다.


“…… 고향에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잠시 걷던 나는 조용히 나무에 손을 대고 중얼 거렸다. 그러자 카인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당신의 고향이라면?”

“에넬 마을이에요. 마차로도 2-3일 거리인 꽤 시골이죠.”

“……!!”


나의 말에 카인은 또다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으나 내가 그 이유를 묻기도 전 그는 쓸쓸히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이곳에서라면 그곳으로 워프가 가능합니다.”

“허억, 정말요? 하지만 지치지 않나요?”


물론 갈 수만 있다면 진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 하지만 그 정도의 거리를 워프 한다면 엄청 지칠 텐데….


“…… 괜찮습니다. 오늘은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어서. 갔다가 돌아오고도 충분합니다. 게다가… 자주 가는 곳이니까.”

“네? 자주 가는 곳이라고요?”

“…… 최근엔 못 갔지만, 가보고 싶습니다.”


카인이 우리 마을에 자주 왔었다고? 왜지? 임무 때문은 아닐 테고. 설마, 아까 미르카엘이 말했던 그 처리 당했다는 소녀, 우리 마을 사람인 건가? 하지만 우리 마을에서 누가 죽었단 말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나는 카인에게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지쳐 보여 그냥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부탁드려요.”


아버지는 실루이스 전까지 쉬라고 했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신세지고 마는구나. 나의 대답이 끝나자 잠시 후 나와 카인은 밝은 빛에 휩싸였고, 나는 그 긴 거리마저 시동어 없이 워프를 사용하는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엄청난 집중력, 엄청난 마력 컨트롤. 하아 역시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



“아…….”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거두어지자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엄청 오랜만에 돌아 온 고향인데… 너무나도 조용했다. 집들은 무너져 있고.

아. 이 마을 입구에서 슈렌을 처음 만났었지. 그리고 세뉴렌도 만나고, 레아랑 놀고. 성녀가 되어 성으로 가기 전엔 모두와 함께 이곳에서 파티를 했었는데…….


“잠시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네…….”


나는 너무나도 황폐해져 이전의 밝음을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을 보며 허탈한 심정이 들어 당장이라도 내가 살던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진짜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얼른 카인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카인이 안내한 곳은 레아와 항상 약초를 캐러 가던 뒷산의 매우 작은 숲이었다. 이곳만은 예전의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놀고 있는 바람의 정령들도 그대로고 드문드문 보이는 약초들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잠시를 더 걷자 그 숲속 사이에 자그마한 무덤이 보였다.

아, 이곳은… 별의 일치가 있던 밤에 카인이 서 있던 그 무덤이다. 무덤가의 옆에 핀 남오미자꽃도 보인다. 그런데 무덤의 앞엔 손수건이 잘 접혀 놓여 있었는데 나는 왠지 그리운 느낌으로 가만히 그 손수건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이 무덤의 주인의 것입니다.”

“죽은… 건가요?”


나의 말에 카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러자 나는 가만히 무덤가로 다가가 남오미자꽃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덤가에 남오미자꽃이 피었어요. 이 꽃의 꽃말이 재회잖아요.”

“…… 그 소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의 말에 카인은 울음을 참는 듯, 낮은 목소리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나는 그가 측은해져 쓸쓸히 말했다.


“그 소녀의 이름이 뭔가요?”

“모릅니다. 아니, 알고 싶습니다. 그것 역시…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나의 물음에 카인은 가만히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남오미자꽃의 작은 흰 꽃잎에 살짝 손을 댔다.


“그 소녀가 저의 이름을 물어봤었을 때, 저는 제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왠지, 이름을 가르쳐 주면… 그 소녀의 밝은 미소를 잃게 될 것만 같아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으로 저를 보게 될 것 같아서.”

“…….”

“하지만 그 소녀는, 저의 말에 밝게 웃으며 저의 이름을 가르쳐줄 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준다고 했습니다. 더 오기가 생긴 걸지도 모릅니다. 그 소녀의 말대로 한다면, 다음에 그 소녀를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


왜지. 왜… 왜 내가 이렇게 슬픈 기분이 드는 거야. 대체 왜? 나는 뭐가 슬픈 거지? 왜 내가 마음이 이렇게 찢어질 듯 아픈 거지?


“저는… 로실리아님께 죄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미르카엘의 말이 옳습니다. 그렇게나 뼈저리게 경험했는데도, 저는 아직도 이 나약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다는 이 마음을.”


카인은 이렇게 말하며 괴로운 듯 눈을 꼭 감았다.


“…… 바보잖아요, 당신은.”


나는 그에게 다가가 나보다도 크지만 한없이 작다 느껴지는 그를 가만히 안았다.


“왜… 왜 당신은 혼자여야 하죠? 혼자일 순 없어요.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어요.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 에요. 당신의 곁에서… 당신만 볼 거 에요.”

“…… 로실리아님.”

“난 절대로 죽지 않을 거니까, 제발 혼자가 되려 하지 마세요.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살 순 없는 거 에요. 그러니까…….”


나는 화장이 지워질지도 몰라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으나 주책없는 내 눈물은 어느새 나의 뺨을 가만히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왜 울고 있는 걸까. 카인이 너무나도 안쓰러워서? 그래,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 하지만, 저 무덤, 저 무덤의 손수건, 그리고 카인의 이야기. 모두 내 이야기같이 느껴져 가슴이, 머리가 너무 아파. 나는, 나는 대체 뭘 잊은 걸까. 나는 대체…….


“…….”


그런데 그 때, 잠시 멈춰 있던 카인은 가만히 나를 안았고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 역시 아무 말 없이 가라앉은 보랏빛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미세하게, 별빛처럼 떨리고 있었다. 슬픈 호수의 잔물결과 같은 잔잔한 눈동자.


“…….”


나는 그의 슬픈, 지쳐버린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자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마테라스에서의 사고와는 달리 수줍고도 편안한 기분. 나는 나의 입술에 머뭇거리며, 수줍게 닿는 그 따뜻한 감촉을,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그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절대 놓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하며 나 역시 포근히 그를 감싸 주었다.

 

 


 

 

첨부파일 [CC]Disk1Track13-떠나가버린사람들.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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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 작성시간 08.07.28 허어 키스신. 저런 내숭쟁이 커플같으니.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8 으음 어른[-_-]이 보시기엔 귀여운(???)
  •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7.28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에서 피식- 해버렸네요. 자, 카인. 이제 어쩔거냐!< 뭐래..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8 그, 그러게요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 답댓글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7.29 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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