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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願 -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02)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08.01|조회수30 목록 댓글 5

원(願)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

 


 기술의 발전 이전에 인간은 빛을 정복하지 못했다. 하늘이 주는 빛과 땅이 주는 빛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은 코린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밤에 걸어가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달빛이나 별빛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

 코린은 어떠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코린 산맥을 경계로 결계가 쳐 있으며 그 결계는 특이하게도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것은 가능하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코린 내부의 사람들은 외지로 나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외부에서는 들어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외부의 사람들은 코린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아주 가끔 우연히 흘러들어온 사람들말고 자기 자신의 의지로 결계를 넘어 코린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외부의 사람들은 코린을 이상향이라고도 하지요."
 나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씩 말을 하기는 해도 겨우 한두음절 정도라서 그녀는 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지만 파라미티는 그녀의 발음으로 볼때 그녀는 진황국 출신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걷고 있었다.
 "아하. 그럼 우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수호자나 신선이 되는거야?"
 "그럴수도 있겠네요."
 파라미티의 오른쪽에는 허리에 검을 차고 가벼운 갑옷을 몸에 두른 네리카가 경쾌히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나츠를 은근히 신경쓰고 있는 듯 가끔씩 나츠를 쳐다보았지만 파라미티와 나츠, 둘 다 네리카를 모른척 해주고 있었다. 아마 네리카가 신경쓰는 것은 나츠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새하얀 검이리라.
 "외부의 세계에는 악당이 많다고 들었다. 그중에는 신이라고해도 죽이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그들의 뒤에서 가장 많은 짐을 지고 따라가는 사람은 네리카의 아버지인 네라. 결국 파라미티가 떠나는 거야 별 상
관이 없고, 하라는 여자가 같이 가는 것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들과 네리카가 동행한다는 것은 쉽게 판단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딸이 정체도 모르는, 아니면 다 큰 남자아이와 같이 여행을 하게 하는 것은 아버지의 입장으로써 간단히 용납할 수 없었다.
 "도착했군요."
 파라미티의 조용한 음성에 그들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 많지 않은, 코린에서 외부로 나갈 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그들의 눈앞에 보였다.
 "나가기 전에 결계석을 보는 것은 처음이네."
 언제나 당당한 네리카 역시 코린의 외부로 나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듯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네라 역
시 긴장한 표정으로 결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츠 한 명 뿐이었다.
 결계석은 별다른 모양이 있지 않았다. 단지 조금 큰 바위가 나무 옆에 있다고 봐도 괜찮은, 그런 평범한 바위였다.
그러나 이 바위를 오랫동안 관찰해본 사람은 다 알듯이 최소 4자리수의 년도가 바뀌는 동안, 이 바위는 이 모습 이대로 서 있었다. 어떤 사람이 강철 도끼로 바위를 내려친 적도 있었지만 무려 코린 중앙 철물점에서 제작된 도끼였음에도 불구하고 바위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조용히 바위를 쳐다보면 파라미티는 몸을 돌렸다.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그의 몸을 따라 로브 자락이 떠올랐다가 가라
앉았다. 달을 등지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전설의 영웅과도 같이 무게가 있었다.
 "다들 준비는 되셨나요?"
 나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네라는 딸을 바라보았으며 네리카는 손가락 마디를 꺾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들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파라미티는 결계석에 손을 대었다.
 "외출(外出)."

 

 코린의 외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뭔가 눈앞이 살짝 흐려지는 듯한 느낌만 있을 뿐 주위의 풍경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공기는 좀 더 무더워진 느낌이었다.
 "코린 외부가 맞을까요?"
 파라미티의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대답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는 있었다.
 나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파라미티들은
전부 어리둥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하, 하씨?"
 나츠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돌아보더니 땅을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신을 향해 손짓했다. 그 의미는 명
백했기에 그들은 나츠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츠를 따라 걷기를 10여분, 그들은 작은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있어."
 네리카는 파라미티에게 속삭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서가고 있는 나츠를 쳐다보았다. 새하얀 옷은 달빛을
살짝이나마 반사하고 있어 마치 흰빛에 둘러쌓인 여장군같은 느낌이 드는 그녀는 그 불빛을 향해 걸어감에 있어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조금씩 걸어서 이윽고 불을 피우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일행의 눈앞에 한 남자가 보였다. 그 역시 발소리를 들었는
지 경계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라미티는 혹시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나츠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바라본 후에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말을 거는 담당은 자기인 것 같다며, 파라미티는 그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쉴 수 있을까요?"
 그 남자는 일행을 둘러보더니 살짝 고개를 흔들며 말을 건넸다.
 "일행은 전원 무장을 하고 계시는데 저에게 신뢰를 주실 수 있으십니까?"
 파라미티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코린 외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니 외부의 어딘가의 출신이
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러자고 코린 출신이라고 하자니 출생지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아쉽게도 없군요."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쉬다 가십시오. 저 역시 혼자 있기가 조금 겁나던 참입니다."
 "예?"
 파라미티의 조금 높은 반문에 남자는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악한 의도를 가진 분이었다면 자신을 변호했을 겁니다.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착한 분들이거나
…."
 "…이거나?"
 남자는 파라미티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네리카의 말투에는 뾰족한 가시가 섞여 있었다. 아무
래도 외부에 나오자마자 만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를 하는 듯 하다.
 어찌보면 공격적인 네리카의 반문이었지만 남자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악한 일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분들이라고 봐야겠지요."
 "뭐가 어째!"
 "네리카!"
 네리카는 성격대로 발끈했지만 네라는 재빨리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서 그녀를 막지 못하면 외부에서의 첫
날밤을 위험속에서 지내야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위치도 판단할 수 없는 지금, 그것은 매우 좋지 않은 판단이다.
 "아빠!"
 "일단 조용히 있어!"
 귓속말로 하더라도 그들 부녀의 목소리는 조금 크다. 능히 저 남자들에게 들렸을터. 파라미티는 부녀를 보고는 살
짝 한숨을 내쉬었지만 오랜 세월의 경험은 그에게 있어 저 남자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감이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히스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의 감은 충실히 자신의 느낌을 알려왔다. 히스라는 남자는 왠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
단은 웃으면서 이쪽을 대해주는 사람을 해코지할 수도 없으니 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파라미티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스라마 네라, 스라마 네리카, 그리고 저분은 하씨 입니다."
 그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하…입니까? 혹시 진황국의 분이신가요?"
 파라미티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기에 나츠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
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황국의 분이 이런 곳까지 무슨 일로 오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환영합니다."
 히스는 활짝 웃으며 그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각자 자리에 앉으려고 발을 뗀 순간, 히스는 일행의 뒤를 보며
말을 건넸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리경?"
 일행은 섬뜩한 느낌과 함께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히스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
답은 위에서 들려왔다.
 "매우 환영해! 여러분!"
 위의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있었는지 그림자 하나가 재빨리 뛰쳐나왔고, 그 그림자는 네리카를 향해 뛰어들었
다.
 "여자?"
 네라는 그 몸집이 여자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지만 다른 2명은 순식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챘다. 그 순간에
이미 그림자는 네리카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인질이 되어줘야겠어!"
 그림자는 네리카의 앞에서 멈추더니 허리에 찬 칼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보기도 힘든 속도로 날라간 빛은
네리카의 목으로 향했다.
 째앵하는 맑은 금속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림자의 검은 네리카의 목 바로 앞에서 또 하나의 검에 가로막혀 멈춰있었다. 그림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막아낸 상대를 보았다. 네리카의 목으로 향하는 검을 중도에 차단한 사람은 나츠였다.
 "하씨?"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네리카가 그녀를 돌아봤지만 그녀보다는 정작 네리카를 공격한 소녀쪽이 더 당황한 표정이
었다.
 "내 발도를 막았어?"
 소녀는 자신을 막은 상대의 얼굴을 보더니 상대의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츠의 얼굴을 본 후에
그녀의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에엑?"
 소녀는 검을 회수하더니 반대쪽으로 회전하면서 나츠의 발 아래로 베어들어갔다. 그러나 나츠는 그정도는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이 검을 들어 땅에 꽂음으로써 그 공격을 막아내었고, 결과적으로 네리카는 소녀가 허리를 꺽어 올려친 발뒤꿈치에 얼굴을 맞고 휘청거렸다.
 "큭. 이. 이게!"
 네리카는 머리를 흔들고 소녀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히스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지 말아요!"
 파라미티는 히스의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있었지만 히스는 고개를 뒤로 힘껏 젖혀서 파라미티의 얼굴을 가격했다.
 "아야!"
 얼굴에 느껴지는 충격에 파라미티는 히스를 조르고 있던 손을 풀 수 밖에 없었고, 히스는 목이 자유로워지자 뒤로
돌아서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 서, 히스!"
 "그 표정부터 어떻게 하시고 말씀하십시오, 실리경!"
 "안 멈춘다, 이거지!"
 소녀는 달려가던 기세로 검집채 히스의 다리를 향해서 던졌다. 빙글빙글 돌면서 날라간 소녀의 검은 히스의 다리를
붙잡는 듯 싶었으나 히스는 날렵하게 뛰어오르면서 피해냈다.
 "그 정도에 당할 것 같았습니까, 실리꽥!"
 멋지게 피해낸 히스였지만 검을 날림과 동시에 뛰어올라 옆으로 찬 소녀의 다리는 피할 수 없었다. 고스란히 얼굴
로 소녀의 발을 받아낸 히스는 품위없는 비명과 함께 굴러떨어졌다. 소녀는 엄청난 힘으로 히스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
 "내가 검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보내라고 했잖아!"
 "검을 가진 분들이 저렇게 많은데 그냥 가실 것 같습니까, 실리경!"
 "어쨌든간에 보내야할 거 아냐!"
 "그럼 다음에는 실리경이 해보십시오!"
 소녀는 히스의 목덜미를 잡고 마구 흔들면서 외치고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도 히스는 호흡 하나 흩뜨려지지 않고 마
주 외치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 외쳐대더니 소녀는 움직임을 멈추고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보기에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히스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히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녀를 쳐다보았지만 소녀는 잡고 있던 목덜미를 힘껏 땅에 밀어버리는 것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소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옷의 먼지를 털더니 유쾌한 걸음걸이로 그들에게 다가와 활짝 웃었다.
 "난 히스의 동료, 실리 라운드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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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습니다.

남의 글을 쓰는 것은 잘 되는데,
왜 제 글을 쓰는 것은 이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군요.
날씨가 사악합니다.
태양을 보면 발로 걷어차주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이군요.

 

오타, 수정사항, 충고, 뭐든 잘 먹고,

개념 양념이 안 된 글은 강하게 편식합니다.

 

 

첨부파일 19-Idole.wma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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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08.01 환영 인사 뒤엔 인질?![뻑] 저 소녀 너무 웃겨요 ㅠㅠ.....(덧, 히스불쌍..-ㄱ-) 전 한랭전선의 팬이되었답니다
  •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8.01 잘 읽었습니다. 저 소녀, 성격이 제멋대로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활발하군요.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8.02 소녀들이 다 활발해 보이는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군요. 인질 어쩌구 하는 건 연극이었던가요?
  • 답댓글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8.04 단지 인질을 잡으려고 했다가 나츠에게 막혀서 작전 전환이었던게죠.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10.13 푸하하핫, 이안과 어울리는 저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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