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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願 -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03)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08.04|조회수30 목록 댓글 3

원(願)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부숴지는 소리다. 네리카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면서 상대의 얼굴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되는 곳에 발을 갖다 대었다.
 "꺄! 웁!"
 비명을 지르다가 급히 입을 막고 뒤로 물러서서 피한 실리는 히스의 검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꽤나 둔탁한 소
리와 함께 실리는 뒷통수를 붙잡으며 데굴데굴 굴렀지만 정작 둔탁한 음의 다른 원인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오히려 구르면서 비명 한번 안 지른 실리가 대단할 정도였다.
 "무슨 짓이야, 너."
 네리카는 기대어 둔 검을 꺼내어 실리에게 겨누었다. 그제서야 실리는 구르는 것을 멈추고, 하지만 여전히 뒷통수
를 붙잡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리카 너 칼 쓰는 법 모르지?"
 "네가 알 거 없잖아?"
 네리카는 발끈했다. 비록 령주에서는 꽤나 이름을 날리며 청년들을 두들겨온 그녀였지만 그냥 투닥대는 싸움에 칼
을 쓸 일이 있었을까. 설령 있었다고해도 네리카는 맨손으로도 그들을 두들겨온 상태였다. 게다가 검을 쓴다는 것은 단지 휘두르는 것만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단 겨누기 자세는 좋은데, 그 다리 좀 어떻게 안 돼?"
 네리카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수평으로 반듯하게 대지를 딛고 있는 다리. 그게 뭐가 이상한지 알 수 없는
네리카는 다시 고개를 들었고, 자신의 눈앞에 멈춰진 거대한 검 끝을 보았다.
 "상대하고 있을 때에 한눈 팔면 안 되징."
 묘한 콧소리로 마무리하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실리의 눈은 자신이 한 행동과는 전혀 다른, 장난기가 가득 담고 있
었다. 네리카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이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실리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더니 실리는 싱긋 웃고는 검을 거두었다. 검을 몇번 빙글빙글 돌리고 우아하게 허리의
검집에 꽂아넣은 실리는 네리카가 기대어 있는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교대 시간이야. 가서 잠이나 자는 게 어때?"
 "누가 너따위를 믿을 것 같아!"
 그녀에게 놀림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네리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고, 실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코 앞에 가져다 대었다.
 "다들 자고 있잖아."
 네리카는 흠칫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행히도 깬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네리카는 다시
실리를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실리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지친 네리카가 그녀에게 말을 걸려고 했을때에 그녀의 어깨에 무게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
린 네리카의 눈에 나츠가 보였다.
 "하씨."
 그녀는 살짝 고개를 젓고는 그녀의 뒤로 손을 가리켰다. 그녀의 어깨 너머에는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네리
카는 그녀의 손짓을 이해했다. 마지막으로 실리를 실컷 째려봐준 네리카는 자신의 검을 가지고 자고 있는 사람들의 틈에 합류했다. 나츠는 조용히 실리가 기대고 있는 나무의 반대편으로 가서 검을 땅에 세우고 체중을 실으며 어두운 공간 너머로 시선을 향했다.


 별이 하늘의 일부를 움직였을 시간이 지날 무렵, 나츠는 입을 열었다.
 "今君が見ている星は何。"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별은 뭐지?")
 겨울에 들으면 얼어버릴 것 같은 싸늘한 말투가 실리의 귀를 간지럽혔다. 실리는 눈을 감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단지 입술만 움직였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그러는 なつ(나츠)야말로 왠일이야?"
 나츠는 실리가 던진 질문에 숨겨진 의도를 읽어냈다. 그녀는 예전부터 말속에 이런저런 의미를 많이 담아왔기에 실
리와 조금 대화를 해본 사람은 그녀가 하는 말이 그렇게 간단한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僕がここにきった理由はわかっているんだろ。"

 ("내가 여기에 왔던 이유는 알고 있겠지.")
 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잖아. 다시 보게 된 것은 한달만의 정겨운 재회라는 걸까나?"
 "全然知らない奴等に攻撃された。"

 ("전혀 모르는 녀석들에게 공격받았다.")
 실리는 미간을 좁혔다. 코린 산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집단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산세
가 험하고 숲이 울창해서 쉽게 쫓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나츠를 빈사상태에 빠지게 할 정도의 인원이라면 뭔가 뚜렷한 목적이 있을터다. 실리는 여전히 눈을 감은채로 말이 없다가 자신의 검으로 등뒤의 나무를 살짝 때렸다.
 "목적은 너인가보네."
 나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무 뒤의 실리에게는 보일리가 없겠지만.
 "そして奴等は多分獻血騎士団の可能性が高い。"

 ("그리고 그들은 아마 헌혈기사단일 가능성이 높지.")
 "그렇다는 것은 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가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인거네."
 실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결국 너랑 같이 있으면 위험해지는 거 아냐?"
 "さあ。"

 ("어떨까.")
 실리는 어느새 그녀의 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움직임은 나츠 역시 제대로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재빨랐다.
 "널 쫓았던 녀석들은 다시 널 쫓을 거 아냐. 그럼 헌혈기사단은 우리에게도 러브레터를 보내려고 할껄."
 "僕は目的を達成した。君達のことは僕には関係ない。それに……。"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대들에 관한 것은 나와는 관계없어. 게다가…….")
 나츠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실리는 그녀의 냉랭한 태도와 말은 아무래도 좋
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며 나츠를 쳐다보았다.
 "게다가?"
 나츠는 씨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실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보다는 조금 키가 작아서 언니와 동생같이
보이는 실리이기에 지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표정은 꽤나 어울렸다.
 "君がそう簡単に落ちる人か。"

 ("그대가 그리 간단히 죽을 사람인가.")
 "에헤헤. 그 말 그대로~."
 실리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실없이 웃더니 몸을 빙글 돌렸다. 달빛의 아래에서 한바퀴 돈 그녀의 모습을 본 남자라
면 박수를 칠 정도로 깨끗한 턴이었지만 돌기 전과 돈 후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돌기 전에는 양손을 펼치고 말괄량이 아가씨같이 돌던 그녀의 모습이, 턴이 끝났을 때에는 어느새 오른손이 검의 손잡이로 가 있었다.
 나츠가 땅에 기대어 둔 검을 살짝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역시 쉽게는 안 통하네."
 아쉬운 말투로 말했지만 실리의 자세는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츠 역시 그녀의 자세를 보고 검을 옆
으로 눕혔다.
 "簡単にはさせない。"

 ("간단히는 안 돼.")
 나츠의 발이 움직임과 동시에 그녀의 검이 수평으로 선을 그었다. 실리는 가소롭다는 듯이 검을 들어 선의 궤도를
막아섰지만 나츠의 힘이 더 강했는지 검은 그녀의 손을 떠나 숲으로 사라졌다.
 "아우아우. 여전히 힘은 좋네."
 "君に言われる事か。"

 ("그대가 할 말인가.")
 실리는 냉정적이고 현실적인 아가씨였다. 즉,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날아오는 검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체면을 구기
는 일도 무릅쓰는 성격이라는 의미다. 나츠의 검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실리는 검이 날라간 덤불로 몸을 날렸다.
 나츠가 찌른 검을 회수하고 실리가 숨은 덤불을 쳐다보았을 때에는 이미 그녀는 손에 검을 쥐고 일어서 있었다.
 "우후. 이걸로 다시 원상복귀네."
 그리고 실리는 검의 감촉을 확인하려는 듯이 검을 옆으로 뿌렸다. 그녀의 검을 보통의 검보다 두껍고 날이 넓기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일반 검보다 더 컸다. 그리고 그 소리의 끝은 쇠붙이와 뼈가 부딪히는 미묘한 파괴음이었다.
 "응?"
 의도하지 않게 저항을 받아 멈춘 검의 상태에 의아해 한 실리는 자신의 검을 끝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나츠는 땅을 박찼다.
 "우와우와! 잠깐잠깐! 휴전휴전!"
 실리는 급히 옆으로 굴러서 피했지만 나츠의 검을 망설임없이 실리가 있던 위치로 파고들었고, 한 사람의 생명을
끝냈다.
 "뭐, 뭐야. 이 녀석들은?"
 자신의 검에 머리가 잘려서 죽은 사람과 나츠의 검에 정확히 심장을 뚫린 사람. 2 명의 죽음을 알아챈 실리는 어안
이 벙벙했지만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꺄악!"
 섬광같이 날아든 나츠의 검을 피해서 실리는 재빨리 땅을 굴러 다시 일어났다. 딱 계산상으로 검을 잡을 수 있는
위치였기에 주저없이 손을 뻗은 그녀는 익숙한 손잡이의 감촉보다 익숙하긴 하지만 매우 기분나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질린 표정으로 자신의 손 끝을 바라본 실리는 손을 뒤덮고 있는 붉은 액체와 하얀 이물질을 볼 수 있었다. 뭔가를 움켜쥔 그녀의 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실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가씨였기에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영혼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외침은 밤의 신, 아타르타의 힘을 얻어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있는 힘을 다
해 걷어찬 발길질에 아까까지 사람이었던 물체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실리는 자신의 검을 집어들고 번개같이 히스의 옆으로 달렸다.
 히스는 푹 자고 있다가 실리의 비명을 듣고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잠이 덜 깼는지 제대로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힘껏 고개를 저어 잠에서 깨어난 히스가 처음으로 본 광경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실리의 모습이었다. 비록 잠이 완벽하게 깨지는 않았지만 히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실리가 그에게 도달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실리경, 이건 대체 무스. 쿠엑!"
 실리는 그에게 달려들자마자 그의 옆에 서서 뒷목덜미를 잡고 잡아당겼다. 왼쪽 다리가 그의 다리 뒤쪽에 있었기에
균형을 잡으려는 그의 노력은 그를 배신했다. 결과적으로 실리의 다리에 걸려 공중에 붕 떠버린 히스는 이후의 결과를 예측하고 양손으로 뒷통수를 감쌌다. 다행히 뒷통수에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끝났지만 양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있었기에 실리의 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좀 뻗엇!"
 별을 보는 자세로 드러누운 히스는 실리가 강하게 내지른 주먹을 배에 얻어맞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눈을 감았다
. 그리고 실리는 미친듯이 그의 옷으로 손을 닦기 시작했다. 이를 악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어려있었다.
 "아우. 기분 나빠."
 겨우 손에 묻어 있는 액체가 사라지자 실리는 검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까 나츠의 검을 막았을 때의 영
향인지 그녀의 검날은 금이 가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에 어려있는 것은 살짝 비치는 눈물과 강한 분노였다.
 "이것들이 감히!"
 아까 자신이 있던 자리를 돌아본 실리는 2명과 대치하고 있는 나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리한 일은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대로 나츠는 공격을 자제하고 2명의 공격을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실리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한번 놀아보자 이거지?"
 불리했던 싸움은 실리가 가세함으로써 역전되었다. 호흡을 맞춰 나츠를 공격하던 두명의 괴한중 한 명은 실리에게
허리를 내주고 말았다. 실리는 주저없이 괴한의 허리를 향하여 그의 거대한 검을 날렸다.
 "!"
 상당한 교육을 받았는지 신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악문 그의 허리는 실리의 검을 허락하지 않았다.
 "갑옷?"
 눈을 동그랗게 뜬 실리의 머리위로 괴한의 검이 떨어졌다. 그녀는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검을 양손으로 잡고 무
릎을 꿇으며 그대로 밀어올렸다.
 "아야!"
 허리의 탄력을 이용해서 아래에서 올려친 실리의 검과 위에서 내려찍은 괴한의 검의 만남은 괴한의 검이 실리의 검
날을 파고드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달빛을 반사하며 푸른 빛으로 빛나는 그의 검은 실리의 검날을 파고들며 그녀의 목을 노렸다.
 "力(ちから:치카라)?"
 어떠한 것이라도 벨 수 있다고 알려진 명검의 이름이 실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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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 안 써짐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써나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게으름피우는 것보단

안타까운 글이래도 쓰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말이죠.

 

첨부파일 16-Forceetrange.wma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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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8.04 습격인가요! 처음에 지네들끼리 놀고 있을 때 쟤네들이 정신나갔나 [....]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08.05 일본어 다이스키! 그, 그나저나 음악도 그렇고 무, 무섭고 급박합니다(....)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10.13 우, 우와 해석됐어! 흐응 저 실리아가씨가 백작아니우에의 여성화- 란말입죠. 흐흥, 전투씬 엄청나게 깔끔하네요; (중반부; 중후반부인가 -3- 거기서 나츠의 검을 이 나츠의 검은 의 오타인걸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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