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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09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8.19|조회수105 목록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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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9장 : 붉은 달의 기억



『붉은 장미꽃의 낙화.

파멸로 물든 눈동자.

소년은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멸의 눈물을 흘린다.

탄식의 외침.

―신이 되겠어.』







카인은 남오미자꽃이 피어 있는, 그 무덤가에 묻어 주었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이 무덤의 주인인 그 소녀는 죽은 사람이니까, 그 소녀의 곁에 묻히는 걸 원했을 테니까. 케인은 그곳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를 만류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남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하지만 돌아가야 한단 아리스의 말에 할 수 없이 윈드폴트로 돌아왔다.


“로실리아!”

“로아야, 왔… 어?”


나는 마중 나온 슈렌과 레아를 보고는 눈물이 울컥하고 시야가 하얘져 그대로 쓰러졌다.


“로아!!”

“무슨 일이야?!”

“으흑흑.”


나는 레아에게 안겨 한없이 울었다. 그러자 레아는 말없이 나를 토닥여 주었다. 나 이렇게 위로받을 자격이 있는 건가. 나처럼 나쁜 놈이 또 어디 있다고…….



***



나는 베란다 쪽의 흔들의자에 앉아 카인이 줬던 투명한 마석의 반지와 다이아몬드 반지만 바라봤다. 그는 품속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고 있었다.


'바보 같은 로실리아. 그는 끝까지 너를 생각했는데 넌 대체 뭘 한 거야! 아이린의 몇 마디에 바로 넘어가질 않나!'


나는 자신을 자책하며 그 반지 두 개를 소중히 품으며 눈물을 흘렸다. 난 이제 어떻게 살지. 그 없이, 이 무거운 죄를 안고 어떻게 살지. 따지고 보면 다 내 잘못이야. 예전에, 카인이 붉은 돌을 갖고 있었단 거 봤으면서도 태평스레 그걸 까먹고 있었어. 그 때 말했더라면 카인이 죽지 않아도 될 수 있었을 텐데. 댄스파티 때, 카인이 죽어있는 꿈을 꿨었지. 그 아이의 말대로야. 내가, 내가 죽인 거라고…….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 난 어떡하라고. 나, 당신에게 못한 말도 있단 말이야. 카인, 카인!'


나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를 적시며 울었다. 그날, 무덤가에서 카인과 입을 맞췄던 게 기억난다. 이렇게나 그 때가 생생한데, 난, 난!


“로실리아야.”

“…….”


어느새 나의 옆엔 슈렌이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베개를 적시며 울었다. 이대로 확 죽었으면 좋겠다. 그가 없는데, 나 어떻게 살지.


“네 잘못이 아니야, 로실리아야.”

“아냐, 바보 로실리아. 바보, 바보! 으흑흑, 흐흑!”


그의 말에 나는 더욱 크게 울었다. 내 감정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찾을 수 없었다. 미치도록 슬프고,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며칠 내내 아무 것도 안 먹고 방에 틀어박혀 울면 그분이 슬퍼할 거야.”

“아냐, 나는, 그를 의심했어. 나는…….”


나는 슈렌이 나에게 다가와 뒤에서 살짝 안아주며 위로하자 마치 진짜 친오빠에게 안긴 것 같아 편안해졌으나 곧 다시 울적해져 중얼거리며 계속 울었다. 그러자 슈렌은 내가 안쓰러운지 나를 부드럽게 일으켜 꼭 안아주며 빗지 않아 헝클어진 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의심할 수도 있는 거야. 그분은, 오히려 네가 자신을 의심하길 바랐던 게 아닐까?”

“……?”
“자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네가 슬퍼할까봐 자신을 악역으로 몰아갔던 걸지도 몰라. 그랬단 건, 그 분은 네가 슬퍼하는 게 정말 싫었던 거지.”


슈렌의 말에 나는 카인이 항상 남을 위해주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 그랬지. 카인이라면… 슈렌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악역이라도 상관없었어. 나는, 나는 정말 그를…….

내가 조금 잠잠해지자 슈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로실리아 네 차례야. 그분이 너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으니까, 이번엔 네가 그분이 슬프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야."

“!”


슈렌의 말에 나는 울음을 멈췄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지만, 지금 내 행동이 카인에게 오히려 폐가 되는 거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자동으로 울음이 멈췄다. 그러자 슈렌은 옆 테이블에 놓여있던 티슈로 나의 눈물을 살짝 닦아주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절대 울지 않는 거다?”

“…….”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내가 정말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픈데, 정말 울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이제 조금 자. 마음을 편안히 하고.”


슈렌이 나를 편히 눕혀주며 이불을 잘 덮어주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후 눈을 감았다.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울었더니 확실히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특히 눈이 너무 부어 힘들다. 카인, 카인 보고 싶어요…….



***



바람 소리마저 없는 고요한 밤. 나는 그의 무덤가 앞에 서 있었다. 뜨거운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내렸다. 이곳에 홀로 묻혀 있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또, 끝까지 자신을 믿지 못한 나를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미안… 하… 다…….」


그 때 피를 토하며 그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짜낸 말. 그는 측은히 케인을 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 얼마나 아팠을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는 끝까지 아팠구나…….


-나의 아이여.

"!"


갑자기 강한 빛이 나를 휘감는다. 이 빛은 성녀의식 때 느꼈던 빛과 같아! 태양을 닮은 커다란 관과 지팡이. 땅에 가득 끌리는, 매우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긴 붉은 통치마. 단정하게 양쪽으로 묶은 검은 머리. 나는 무릎을 꿇었다.


"엘리아나님."

-나는 세상에 네 개의 신물을 내렸다.

-강한 투지와 정열, 용기를 담당하는 불의 '화룡의 심장'. 고요한 자애와 생명, 사랑을 담당하는 물의 '정화의 증표'. 원대한 포용심과 인내, 이해를 담당하는 대지의 '초목의 눈물'. 단결된 우정과 활력, 화합을 담당하는 바람의 '제피로스의 눈'.

"……."

-이것을 이식하려면 그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카인이 갖고 있었다는 정화의 증표는 고요한 자애와 생명, 사랑. 그래. 카인은 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지. 누구보다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인데…….


-별빛은 어둠으로 가득한 밤하늘에서 홀로 그 빛을 발한다.

"?"

-그리고 희망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희망은 곧 생명이다.



***



꿈이었다. 주신 엘리아나님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로실리아, 깼니?"

"슈렌."


슈렌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쭉 나를 간호하고 있었던 건가? 그래, 아까 편히 자게 도와준 것도 슈렌이었지. 아깐 우느라 정신이 없어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네.


"쭉 간호해주고 있었던 거야?"


나의 물음에 슈렌은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잖아. 배고프지? 잠시 기다려-."

"아냐, 슈렌. …… 고마워."

"뭘."


자기도 몸이 그렇게 좋지 않으면서. 라곤이 강제로 주입한 약 때문에 이제 한계면서.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나는 그에게 깊이 감사했다. 그는 항상 자신보다 상대를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 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착해질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아까의 꿈이 떠올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이상한 꿈을 꿨어."

"꿈?"


나는 슈렌에게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 열심히 듣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요약하자면 별의 힘은 희망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곧 생명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카인이란 분이 이식했던 정화의 증표 역시 생명을 상징한다. 라는 거지?"

"응. 굉장히 명쾌하게 잘 정리하네. 대단해."

"헤헷, 하지만 이 정도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하지만 아리스씨는 별의 레르칼 종족이니깐 뭔가 아시지 않을까?"


"아니요, 저는 모릅니다."


그런데 그 때, 밖에서 듣고 있었는지 아리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자 나는 풀이 죽어 기운 없이 고개를 숙이며 중얼 거렸다.


"그렇군요."

"하지만 별의 투시자께선 알고 계실 겁니다. 레르칼 종족, 별의 마력에 대해서 그분은 모르는 것이 없을 터이니."

"!"


그래, 별의 투시자 데카라면 분명히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아마테라스로 가기엔 시간이 부족한데. 아, 아니야. 전에 집에 있던 워프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아마테라스로 갔었지! 그것을 사용하면 금세 갈 수 있을 거야.


"무덤가에 이안과 레아님을 보내두었습니다."

"네?"


그런데 나는 갑작스런 아리스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 거렸다. 그러자 아리스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카인과 라곤의 계약은 카인이 죽음으로써 해지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라곤은 케인을 죽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죠? 카인님과 라곤의 계약이 케인이 죽는 것과 무슨 상관이……."


아. 나는 순간 멈칫했다.


「저는 그와 계약을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


대체 그는 라곤과 무엇을 계약했기에 계약을 끊을 수 없다 했던 것일까. 설마, 설마 이것과 상관이 있는 것인가.


"라곤은 그에게서 블랙 가문의 힘을 거두어 갔습니다. 그 때문에 그의 머리카락의 색이 흰색으로 변해버린 거죠. 그리고 그 대가로 라곤은 절대 케인을 죽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


그 때문에 라곤은 지금까지 케인을 죽이지 않았던 건가. 그래서 그는 그가 그렇게 괴롭고 힘들었음에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던 거야. 카인……. 어린 그의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또다시 눈물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무덤에 그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라면 설마……."

"아이린. 그 여자는 마성의 씨앗이 자란 카인의 몸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죽었더라도 그의 심장엔 정화의 증표가 아직 박혀있으니까요. 키메라를, 키메라를 만드는 데 쓰려고 할지도 모르지요."

"!"


서, 설마. 지금까지 그렇게나 괴롭고 힘들었던 카인에게 죽어서까지 그런 고통을 줄 리가.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온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껴 아리스를 꼭 붙잡았다.


"제가, 제가 직접 무덤가로 가게 해주세요. 무덤이 안전한지 어떤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예. 슈렌씨도 가시겠습니까?"

"네. 로실리아는 혼자 걷는 게 힘들어 보이니까요."


슈렌은 이렇게 말한 뒤 기운이 없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나를 부축해 주었고 나는 그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러자 아리스는 왼쪽에 걸쳐서 쓰고 있던 노란색 빵모자에 달린 푸른 구슬에 가만히 오른손을 댔고 곧 그녀의 왼손엔 흰 마석이 두 개 소환되었다.


"무덤가까지 워프 마법을 걸어두었습니다. 워프."

"우리도 가자, 로실리아. 워프."


밝은 빛이 나와 슈렌을 휘감았다. 그리고 빛이 거두어지자 우리는 내가 살았던 마을의 뒷산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나는 슈렌에게 부축 받으며 무덤가로 걸어갔다. 내가 살던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아버지의 배려 덕분에 그곳은 지금 복구 작업으로 한참이다. 언젠가 전처럼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이 될 수 있겠지…….


"로실리아가 살던 마을이지?"

"응."


내가 마을을 힐끔 내려다보는 것을 눈치 챈 걸까. 슈렌은 자신 역시 마을을 살짝 내려다보며 물었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밝게 미소 지었다.


"윈더프 공작각하께서 직접 군대를 보내셔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금방 원상태로 돌릴 수 있을 거야."

"응, 분명 그럴 거야."


나는 힘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밝게 미소를 짓고 싶었으나 꽤 피곤했다. 그리고 풀을 헤치고 숲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 장발의 이안과 에메랄드 머리카락의 레아, 그리고 무덤의 앞에 앉아 있는 케인이 보였다. 케인 역시 요 며칠 못 본 사이에 많이 야위어 보였다. 그런데 무덤의 앞엔 이스피리아가 놓여 있었다. 딱 보아하니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듯 보였다.


"로아야!"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레아는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그러자 나는 힘없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잖아. 괜찮아?"

"응, 물론이지. 이안과 함께 여기 있으면서 공부도 되고 좋아. 아직까진 별 이상 없어."

"응… 계속 별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카인의 무덤과 케인을 지켜주는 레아와 이안에게 감사했다. 레아가 왠지 부럽다. …… 말은 안 해도 레아, 이안을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그런데 그 때 케인이 아리스를 돌아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당신은 알고 있겠죠."

"무엇을?"

"모든 것의 진실을."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래, 아리스는 전부터 카인과 쭉 함께 있었으니까 뭔가 알지도 모른다. 케인의 물음에 잠시 말없이 있던 아리스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르쳐주십시오. 형이… 왜 일족을 배신했는지를."


아리스의 대답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는 답답했을 것이다. 분명 자신이 잘못한 건 알겠는데 아무런 사정도 모르니까. 그러자 아리스는 잠시 표정을 굳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 그는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라곤의 짜인 각본이었습니다."

"?"


우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날 밤의 꿈이 생각났다. 어린 슈렌에게 다가가던 라곤. 라곤은 자신은 모든 연극의 대본을 짤 자라고 소개했었다. 그것과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저는 20년 전 라곤과 함께 나온 뒤부터 쭉 어둠을 품고 있는 아이들을 라곤에게로 인도했습니다. 카인도 그렇게 발견한 자 중 한명이었죠."

"!"

"하지만 그는 특별했습니다. 잠재 능력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아마 그가 악마였다면 라곤을 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는 라곤에게서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거의 우리에게 넘어왔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생에게서 붉은 돌을 받은 이후로 순식간에 우리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케인은 눈을 크게 떴다. 그래. 꿈에서도 그는 지쳐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어. 하지만 케인에게서 돌을 받는 그 순간 눈에 빛이 돌아왔지.


"라곤은 다른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대천사의 돌 때문에 거슬리던 블랙 가문이니까 자신이 신원을 숨기고 모두를 죽인다면 카인은 분명 힘을 원해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했죠. 모든 것은 그의 뜻대로 되었습니다. 카인은… 블랙 가문 사람들이 가문의 어린 아이들을 모두 죽이려 하자 케인, 당신을 구하고자 자신은 집을 나와 라곤에게 찾아갔습니다."

"무슨? 아이들을 모두 죽이려 했다니. 그런 일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케인의 물음에 아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못 들어 봤겠죠.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일이었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블랙 가문 사람들에겐 특유한 기운이 흐릅니다. 어른들은, 그리고 카인은 그 마력을 자유롭게 숨길 수 있었습니다만 아이들은 그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라곤에게 발각되어 도망갔던 거죠. 그래서 그들은 아이들을 죽임으로써 라곤에게서 숨으려 했습니다."

"!"

"그리고 카인은 그것을 알게 되어 그것을 반대한 후 자신이 일족을 죽이는 그 자를 죽이리라 마음먹고 라곤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라곤과 계약하여 악마가 되었습니다. 그 때 라곤은 카인에게서 블랙 가문의 기운을 가져갔고 카인은 아무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계약 조건을 나중에 내세우겠단 것이었죠."


그래서 카인의 머리가 희었던 건가, 블랙 가문의 기운을 뺏겨서. 하지만 희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는데……. 블랙 가문의 기운을 뺏기는 바람에 그 여파로 서서히 희게 된 걸지도. 아무튼 꽉 쥔 케인의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라곤은 빼앗은 블랙 가문의 기운으로 블랙 가문 사람들을 찾아내어 말살했습니다. 카인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라곤에게 갔으나 이미 생존자는 단 세 사람뿐이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가족이었죠. 카인은 라곤에게 빌었습니다. 그러나 케인, 당신도 아시다시피 라곤은 끝을 확실히 하는 자입니다. 그 누가 빌었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자 카인은 대천사의 돌의 알려지지 않은 스킬을 말해 주었죠."

"뭐죠, 그 스킬이란 것은?"

"…… 절대 방어입니다. 빛에 대한 완벽한 내성을 심어주는 절대 방어. 그것을 통해 라곤은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던 나다네델의 힘에 대한 단서를 잡은 것이죠. 하지만 사라진 대천사의 돌을 찾기 위해선 블랙 가문의 기운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카인에게서 거둔 힘은 이미 바닥이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장 이용하기 쉬운 당신을 살려둔 겁니다."


모든 것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있어. 그는 왜 죽어야만 했지? 그렇게 보면 그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잖아. 단지 이용당한 것뿐이잖아…….


"그럼 왜 형은… 저에게 죽는 길을 택한 겁니까, 도대체 왜. 저에게 모든 것을 말해줘도 괜찮았을 것 아닙니까……."


케인은 이렇게 물으며 고개를 숙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 그것은 이미 옛날부터 그가 정해둔 목표였습니다. 마지막 블랙 가문의 생존자인 당신에게 죽는다면 조금은 속죄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듯 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보기엔 그가 잘못이 없지만 그는 항상 힘을 탐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신을 질책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저를, 저를 이렇게 두고 가면 어떡해요……."


아리스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꾹 참고자 노력했으나 주책없는 눈물이 다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를 부축하고 있던 슈렌은 나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봤고 아리스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는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보다 자신의 죄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마성의 씨앗이 완전히 자란다면 그는 필시 라곤의 명에 따라 당신을 죽이게 되겠지요. 그것이 두려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


바보, 바보 카인. 당신은 케인의 손에 죽는 것을 원했죠? …… 나 역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차라리 당신에게 죽는 것이 나아. 왜 그것을 몰랐던 거 에요. 당신을 사랑했던 나는 대체 이 고통을 어떻게 견디라고……. 나와 케인은 잠시 얼이 빠진 듯 카인이 잠든 무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덤가에 놓여 있는 이스피리아가 너무 쓸쓸해 보인다. 이상하게 남오미자꽃이 유난히 커 보였다.


「그 소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쓸쓸히 무덤을 바라보며 중얼 거리던 카인. 당신의 말과 달리 나는 이렇게 돌아왔어요. 그런데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군요. 엘리아나님께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 아마테라스에 다녀올게요.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케인. 나 아마테라스에 다녀올게."

"……."

"꿈에 주신 엘리아나님께서 나오셨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진 도통 모르겠지만……."


나의 말에 케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충격이 너무 큰 모양이다. 나는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이안과 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안님, 레아, 케인. 이곳을 잘 부탁해요."

"응!"
"맡겨만 두라고!"


레아와 이안이 힘차게 대답해주었다. 물론 아이린이 혼자만 온다면 안심이지만… 만약에 라곤이 오면 어떡하지.


"아마테라스의 결계가 거두어졌으니 왕의 반지가 없어도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입구에 있는 자들에게 당신이 아마테라스에서 사용했던 이름을 사용하시면 금방 들어가실 수 있겠지요."


아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쥬클레시아나 시엘라는 나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자 슈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함께 가도 괜찮을까?"

"응?"

"전에 그랬잖아- 나는 달의 힘을 갖고 있고 너는 빛의 힘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아마테라스로 함께 가기로 했었잖아. 그거 지금 같이 해도 괜찮니?"

"응, 나야 고맙지. 아, 루이엘도 데려가는 게 낫겠어. 빛, 어둠, 달. 모두 모였으니까 데카님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을 거야."

"오, 그거 좋겠다-."


나와 슈렌의 대화를 듣던 아리스는 가만히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는 이곳에 남아 무덤과 케인을 지키겠습니다. 라곤이 직접 오면 절대 막아낼 가능성이 없겠지만요.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아리스씨…. 금방 돌아올게요. 반드시 라곤이 힘을 완성하기 전까지 돌아올게요."


나의 말에 아리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카인의 무덤을 바라봤다.


'카인. 부디 무사히 있어 주세요. 두 번 다시 당신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마테라스에 가서 주신 엘리아나님께서 말씀하신 말의 뜻을 꼭 알아 올게요.'

 

 

 

 

 

 

 

 

 

 

 

 

써둔 분량이 끝나가고,

소재가 떠오르질 않습네다!! 으아악.

엔딩, 에필로그 다생각했는데 ,

중간내용이 너무 고갈적이네요.. 제길, 막필만이 살길인가..

(하긴 솔직히 틀만 잡아놓고 다 막필이었지..)

항상 리플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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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8.20 난 결말만 정해놓고 막필. 이번에도 잘 읽고 간당~ 카린언니 말대로 카인은 부활 안하나 ㅠ_ㅠ??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8.20 ㅠㅠㅠㅠㅠㅠㅠ 내말이..(너뭥미)
  • 작성자로벨리안 | 작성시간 08.08.20 모든 결말과 운명은 작가의 손에!!! 고로 작가는 무적이다.
  • 답댓글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8.20 모든 캐릭터의 생각과 감정은 작가의 상상력에!!! 고로 작가는 신이다.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8.20 예, 예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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