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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나르실리온 번외편 - Small Two of Pieces.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08.28|조회수76 목록 댓글 7

 

Small Two of Pieces

 

 


 주위는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 이 공간은 그만 존재하는 공간일뿐. 특정한 조건을 붙이는 것은

이미 실험을 끝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쓰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만 남았다.


 카인은 조용히 그가 펼친 결계를 거두었다. 그의 의지에 따라 푸른 구와 같던 결계는 점차 흐려져

서 희미해져 갔다.


 이윽고 결계가 완전히 사라지자, 카인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멋진 결계네요."


 박수 소리와 함께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이런 곳에서 만나기에는 그다

지 반갑지 않은 얼굴이 보인다.


 "어머, 그런 무서운 표정은 싫어요."


 "뭐하러 온거지, 이런 곳에."


 아이린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가 쥐고 있던 팬던트를 가리켰다.


 "호호호. 정화의 증표에 마력을 보충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조금 도와드릴까 하는데요."


 카인은 단호히 아이린의 호의를 거절했다.


 "필요없다. 나의 마력으로도 충분하니."


 "과연 그럴까요?"


 아이린은 살짝 고개를 꺾으며 되물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카인이 펼치는 결계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 결계, 아마테라스를 덮고 있는 결계에서 착안한 것이죠?"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아이린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원래 아마테라스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결계. 인간의 마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죠. 그게 가능하

려면 마족다운 마력을 보유하거나."


 "알고 있으니 집어치워."


 아이린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케인님을 이기신대도 깎인 생명력은 돌아오지 않아요."


 "뒷 일도 네가 알바는 아닌 듯 싶군."


 말을 마친 카인은 스크롤을 찢었다. 아마 약속 장소로 간 것이리라. 아이린은 비어있는 그의 자리

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저에겐 상관없지만 라곤님이 좋아하지는 않으실거란 말이죠."

 

 

 약속장소에 도착한 카인은 조용히 주위를 둘어보았다.


 죽음의 사막.


 약속된 싸움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얼쩡거리는 인간은 없으니까. 설령

있대도 결계를 쳐두면 방해받을 일은 없다. 긴 세월동안 준비해온 일이 이제 끝나는 것이다.


 주위에는 폐허가 된 신전이 보였다. 아마도 고대의 유적정도나 되리라. 오래 전에는 부귀와 영화

를 상징했을 폐허를 보면서 그는 아주 오래된 옛날 일을 떠올렸다.

 

 

 매우 오래전이었다. 프벨린의 숲속에서만 살았지만 그래도 가족들 모두 화목하게 살았던 그 시절.
 카인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검과 마법에 모두 정통하여 장차 가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존재로 인정받았다. 블랙 가문은 오래전에 인간들의 눈에서 벗어났기에.


 하지만 카인 자신으로써는 그러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무엇을 해도 1등을 해야했고, 혹시 1등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1등을 한 아이는 부정행위로 의심받았다. 그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했다. 그

리고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커다란 반발심으로 작용했다.


 특히나 케인은 단지 그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교를 받기 시작했다. 카인의 동생이니까. 천재

의 동생이니까 뭔가 다를꺼야.라는 식의 기대가 케인에게도 작용했다. 케인은 그러한 기대를 아직

모르는 나이였지만 좀 더 성장했을 때에 케인이 그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새부턴가 카인은 미소를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카인은 여전히 학원에서 힘든 하루를 끝내고 돌아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시작될 그람의 계승식. 빙결 속성의 그람과 열화 속성의 발뭉중에서 그는 그람을 선택했다. 웃음을

잊어버린 그에게는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가장 두각을 보이는 마법도 빙결 계열이었고


 아마도 케인은 발뭉을 잇게 되리라. 항상 환하게 웃으며 주위를 편하게 해주는 케인에게는 딱 알

맞는 검이다. 카인은 케인이 그런 심성을 언제까지나 가질 수 있기를 바랬다.


 마을 입구의 지표석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이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카인은 직감적으로

케인임을 알 수 있었다. 카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동생이 나와 있는 것이, 혹시나 무슨 일이 있

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케인의 밝은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마중나온 듯 하다.


 "아, 케인. 마중 나온 거야?"


 케인의 앞에서는 웃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케인은 우물쭈물 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

다.


 "이건……."


 "형아…… 이제 그런 우는 눈 하지 마. 이거 내가 아끼던 거야. 이거 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응

?"


 카인은 떨리는 손으로 그 돌을 받아서 두 손으로 꼬옥 감싸며 눈을 감았다.


 '우는 것 같이 보였나, 내가. 케인은 이렇게도, 이렇게도 밝은데 난…. 이런 동생에게 걱정만 끼

치고 있었나.'


 그리고 난 그 돌은 마을을 떠날때에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카인은 허리춤에 걸어두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그 돌을 목걸이로 만든 후 마을에서는 항상 걸고

다녔다. 누가 물어보면 동생이 준 거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

마을에서 나온 이후로는 목에 걸 수 없었다. 목에 걸고 동생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었기에 그는 단지 그것을 허리춤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 때 이것을 잊어버려서 찾으러 가느라 라곤에게 혼난 적도 있었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시 목걸이를 찾는다고 무단으로 자리 이탈했던 카인은 라곤에게 크게

혼났다. 두번 다시 명령없이 움직이지 마라는 엄명을 받게 되었고. 그 때문에 임무를 핑계로 케인

을 보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우욱."


 가슴쪽에 고통이 느껴졌다. 라곤이 심어둔 마성의 씨앗이 이제 잉태하고 있는건가.


 "아직은… 아직은 안 돼. 아직 해야 할 일이…."


 고통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고통에 지고 난 후의 뒷 일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성은 사라지고 본능만이 남아 파괴만을 일삼으리라.


 그냥 주위를 구경하듯이 서 있었지만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카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약속대로 왔다."


 케인이다. 동생의 목소리를 들은 카인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짓눌렀다. 그리고 뒤로 돌아 케인을

바라보는 카인의 시선은 여느 때와 같이 싸늘했다.


 "나의 의지를 받아 감싸라."


 그의 손을 중심으로 푸른 반구가 그들을 감싸며 확대되어 갔다. 그리고 그것은 싸우기에 넉넉한

정도로 커지더니 성장을 멈췄다.


 "이 결계는 뭐지?"


 케인은 의심쩍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인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그람을 꺼내었다.


 "나의 의지로 만든 것. 나, 아니면 너. 둘 중 한명이 쓰러지기 전 까진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가. 좋지.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 나가는 사람은 나다!"


 케인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카인.'

 

 케인은 강해졌다. 검만으로는 이미 카인보다는 한 수 위일지도 모른다. 케인의 공격을 어렵게 막

으며 카인은 생각했다.


 '이제 여기에 그람의 힘만 더하면 되나.'


 카인은 뒤로 물러서 잠시 호흡을 골랐다.


 "강해졌군."


 '그래. 그때보다 더욱.'
 


 카인은 계속 케인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직접 대면한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카인이 맡은 일은

영주의 아들 암살. 공교롭게도 케인이 맡은 일은 아들의 호위였다.


 카인은 서슴없이 케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대로 케인은 매우 혼란스러운 표정이었고, 그는

적당히 동생을 손봐주면서 그의 절망감을 증폭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케인 역시 블랙 가문의 사람이라는 듯이 힘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가 라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 케인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카인조차 라곤에게 대적할 생

각은 못했기에.


 카인은 생각했다. 케인과 둘이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다시 케인 앞에 나서서 대천사

의 돌에 대해서 언급해줬던 것이다. 케인은 그 돌에 대해서 조사할 것이다. 그 돌과 자신의 생명을

건다면 어쩌면 라곤을 쓰러뜨리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케인이 의뢰를 완수하고 떠난 후에 카인 역시 그의 의뢰를 완수하고 돌아갔다.

 
 그 뒤에 봤을때는 임무 달성을 위해 라곤을 방문했을 때였다. 케인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

고, 라곤은 마지막 일격을 가할때였다. 카인은 주저없이 케인과 자신을 이동시켰다.


 그가 목표로 한 곳은 항상 자신이 있었던 호숫가. 도착하자마자 카인은 나무 위로 뛰어 올랐다.

케인은 이곳에서 사색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그건 카인이 먼저였다는 사실은 몰랐으리라. 항상 이

곳에서 잔잔한 물을 바라보곤 했던 카인은, 케인이 이곳에 온 후로는 그저 나무 위에서 케인을 바

라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케인은 조금 걷더니 털썩 쓰러졌다. 비까지 오는지라 상처입은 몸으로는 거동하기 힘든 날이었다.

그가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자 카인은 조용히 땅위로 내려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으앙, 형아아.'


 '앗, 케인! 어쩌다가 넘어진 거야. 많이 아프지? 금방 치유해줄께.'


 이제는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예전의 기억. 케인의 눈에서는 빗물과는 다른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

다.


 "바보같은 녀석."


 케인의 상처를 치유하며 카인은 그토록이나 하고 싶었던 말을 입밖에 꺼냈다.


 "미안하다."

 

 

 케인의 검에 상처를 입었다. 카인의 상처에 대한 고통보다 케인의 실력에 감탄했다.


 '이젠 나를 넘어섰구나.'


 카인은 조용히 그람의 기운을 이끌어내었다. 아마 다음 공격으로 모든 것이 끝나리라. 케인은 둘

의 힘을 하나로 합친 검을 갖게 될 것이다.


 서로 달려들려는 찰나, 카인의 몸이 멈췄다.


 '크윽. 한계인가.'


 그의 발 아래에 보라색 마법진이 생기고 어두운 빛이 그를 감쌌다.


 '케인……. 살아…남아라.'


 그리고 카인은 의식을 잃었다.

 

 

 "……꽃의 꽃말은 재회래요."


 '아아, 두번 다시 재회할 순 없었지만 말이지.'


 "자애로우신 주신 엘리아나님. 오빠가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다면 꼭 다시 재회할 수 있게 해주세

요!"


 '안 되었지만 그건 불가능해. 그녀는 두번 다시 없으니까.'


 소녀의 얼굴이 로실리아로 바뀐다.


 "이 꽃, 우리 마을 뒷산에 피던 것이거든요. 꽃말은 재회라네요. 재회는 '이별'이란, 어쩌면 세상

에서 가장 슬플지도 모르는 단어를 이기는 유일한 말일지도 몰라요. 당신도… 만약 소중한 누구와

떨어졌다면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뒷산…인가요, 로실리아님.'


 "자애로우신 주신 엘리아나님. 카인님이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다면 꼭 다시 재회할 수 있게 해 주

세요."


 로실리아와 소녀의 얼굴이 겹쳐졌다. 카인은 깨달았다.

 

 

 이미 카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는 케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카인은 필사적으로 그 존재의

전면으로 나서려고 노력했다.


 "케인."


 괴로웠다.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감각. 카인은 그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끝까지……."


 그는 발뭉을 손에 들었다. 그의 것이 아닌 발뭉은 그의 손을 불태웠다. 발뭉의 화염은 무엇이든

불태운다. 카인은 고통을 참으며 케인의 손에 발뭉을 쥐어주었다. 케인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

라보았다. 카인은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카인은 다시 그의 육체를 빼앗겼다. 단지 파괴본능만이 눈 앞의 사냥감을 탐하고 있었다.


 '마지막… 마지막 한 순간만….'


 그는 케인을 믿었다. 케인이라면 이 불합리한 사슬을 끊어줄 거라고.


 케인의 의지에 호응하듯 발뭉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누가 뭐라해도! 난 내 원수들을 죽일 거다!"


 케인과 카인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카인의 그람이 좀 더 빨리 케인의 심장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인은 자신의 팔의 감각을 빼앗았다.


 케인의 검은 부드럽게 카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이걸로… 이것으로 다 끝나는거다.'


 카인은 조용히 쓰러졌다. 그러나 그의 몸은 무엇인가에 가로막혀 부드럽게 땅에 눕혀졌다.


 "왜. 왜 빗나가게 찌른 거냐! 왜!"


 '케인….'


 카인은 힘없는 눈으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원한도… 조금은 씻어 졌을까."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화난 사람처럼 계속 카인을 보며 소리쳤

다.


 "그걸 묻는 게 아냐! 당신의, 당신의 진짜 목적은 뭐야! 왜 빗나가게 찌른 거냐고!"


 카인은 케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에 봤던 그 울보 동생이 눈 앞에 있었다.


 '이렇게까지 컸어도 여전히 울보구나, 넌.'


 이미 마성의 씨앗때문에 라곤을 거역할 수 없었던 카인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동생에게 맡겨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렇게나 밝고 착했던 너인데…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카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번 다시 흐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의 뺨을 타고

땅으로 떨어졌다. 카인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의식이 흐려진다. 눈을 크게 뜨는 동생의 얼굴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카인의 입

안에 조용히 남았다.


 '안녕, 나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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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실리온 번외편 마지막 작품입니다.

카인의 과거 이야기지요.

이것저것 쓰고 싶었던 것이 많지만,

결국은 이정도가 낫지 않나 싶네요.

이제 나르실리온 완결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첨부파일 Small_Two_of_Pieces_(Xenogears).wma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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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08.28 카인, 내가 정말 미칩니다. 케인과 카인이 싸울 때 정말 안절부절 했다죠.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08.28 우와아아앗.. 제가 몰랐던 사실들도 있어요!(...) 우와아.. 우와아..(버엉) 잘읽었어요 ㅠㅠ기대한 보람이 있습니다.ㅠㅠㅠ 완결을 향해 고고고고!!
  •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8.29 아, 아아악.. 카이이인 ㅠ(카인 살려내요오!!!!)
  • 작성자[레코]은빛카린 | 작성시간 08.08.29 카...카인!!!<-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 소설의 카인이 떠올라 울먹.
  • 작성자Herb | 작성시간 09.02.25 나르실리온 완결보고 번외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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