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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18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9.24|조회수90 목록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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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늘과 전혀 다르지 않은 푸른 하늘. 하지만 어딘가가 불안정하고 불길함으로 가득 찬 듯 그 하늘이 펼쳐진 이곳은 전체가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여기저기 부서진 집들이 다시 지어지지도 못한 채 널브러져 있다. 대체 언제 부서진 것들인지, 부서진 게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 라지만 사람들은 모두 넋이 빠진 듯, 퀭한 표정으로 무너져 간신히 남은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있다. 거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아스트반에선 볼 레야 볼 수 없는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한 황무지뿐이다.


"맥 빠질 정도로 너무 변해버렸군."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이안이었다. 그 역시 500년 전에 라밀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그게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맥 빠지다.' 대체 지금의 아스트반의 지역과 퓨어스의 일부 지역까지 넓게 퍼져있던 라밀이 어쩌다가 하루아침에 이렇게나 무너져버린 걸까. 라밀은 현재 수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곳의 나라 영토는 곧 수도의 영토다. 500년 전에 봤었던 그 위용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부귀영화는 한순간, 정도일까요."


아리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살짝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의 얼어붙은 브루누의 호수 같은 푸른 눈동자는 이곳 라밀을 보고 있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말은 이곳 라밀, 그리고 과거에 잠깐 동안이지만 대륙을 재패했던 자신들을 뜻하리라.

아무튼 이곳은 키메라의 습격이 없었던 모양이다. 뭐, 키메라의 습격이 없었어도 나라 자체의, 아니, 도시 자체의 분위기가 완전한 폐허와 공허 그 자체였기에 습격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멸망하면 라밀은 식량난이나 여러 가지로 인해 결국 라곤이 손을 안 써도 멸망하게 될 테니.

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일단 '검문소'다. 병사가 달랑 한명, 검문소로 건물로 보이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한 개. 대체 이곳을 누가 검문소라 했던가.


"당신들은 누구?"


우리가 황당함으로 멍-하게 서 있자 서 있던 그 한명의 병사가 우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솔직히 여기서 '라밀을 침공하러 왔습니다.' 라고 해도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라밀이 남아있는 것은 순전히 아스트반과 퓨어스의 균형 유지니까.


"아이고~ 병사님. 힘드신데 혼자 수고가 많쥬!"


'…….'


너무나쥬 능숙하게 싹싹한 이안의 말에 순간 나를 포함한 모두의 눈이 커졌다.


"저야 수고랄 것도 없죠. 그보다 라밀 사람들은 아닌 듯한데요?"


꽤나 인상이 좋아 보이는 병사다. 우리는 굳이 그 병사를 대할 필요가 없었다. 이안이 곧바로, 너무나도 리얼하게 연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쥬. 아스트반에서 농사나 지어서 밥이나 빌어먹고 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웬 듣도 보도 못한 괴물딱지가 튀어나왔지 뭐유? 이렇게 가족들을 데리고 발 닿는 대로 도망쳐왔쥬."


다행히 이안의 머리가 장발인지라 귀가 살짝 가려져 있는 덕분에 병사는 별로 의심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요새 큰일이 났다고 듣긴 들었죠. 보시다시피 여긴 아무것도 없지만 푹 쉬어가세요."

"아이고, 고맙소."


우리는 이안의 활약(?)으로 손쉽게 라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안님, 정말 대단하신데요?"

"하하, 이 정도야 기본이지."


나는 병사에게서 꽤나 떨어졌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안에게 말했고 그는 크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랄까, 처음엔 그가 병사에게 인간 주제 건방지게 대한다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너무 활약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로아야, 저게 필리오네 산이지?"


그런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레아가 나에게 말했고 나는 저 멀리에 보이는 높은 필리오네 산이 보이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나라 자체가 작아서 산이 바로 눈에 보인다지만… 그래도 저 산, 너무 높잖아. 저걸 언제 올라가지? 올라가다가 체력이 다 돼서 지치겠어.


"걸어 올라가기 힘들면 날아 올라가야죠."


아리스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의 소모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저길 걸어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자 레아는 아차 하는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던 자루에서 흰 풀꽃을 엮어 만든 반지를 꺼내 우리에게 건넸다.


"윈더프 공작님께 겨우 얻어 만들었어요. '소마의 꽃'이라고 진짜 구하기 힘든 꽃인데 마력을 소생시켜준다는 꽃이에요. 이걸 낀다면 마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거 에요."

"우와아, 레아, 준비가 철저한데? 그런데 레아, 케인. 플라이 마법 쓸 줄 알아?"


나의 말에 그 둘은 고개를 저었고 이안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쳇, 할 수 없지. 내가 저 놈을 들고 나는 수밖에."

"저 높은 곳까지 들고 갈 수 있어요? 레아는 저랑 루이엘이 맡는다고 해도……."

"이스피리아의 힘을 이용한다면 마력과 비슷한 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시길."

"오오, 그래? 그럼 내가 레아를 들고 가야지~."


케인 역시 굉장히 꺼려졌던 모양이다. 그런 케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안은 그의 말에 웃으며 레아를 돌아봤고 레아는 얼굴을 붉히며 뒤로 주춤 했다.


"하, 하지만 이안……."

"뭐 어때. 이럴 땐 남자가 힘을 써야지. 안 그래, 로실리아?"

"네? 아, 네, 그렇지요."


에이, 이안,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하라고요. 레아도 그렇고……. 정말 내숭쟁이 커플이라니까. 그러자 아리스는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다시 진정시켰다.


"지금 라곤의 코앞이란 걸 잊었습니까?"

"죄송해요……."


뭔가 어린 모습의 아리스가 헛기침을 하자 너무 귀여워 보였다. 아리스의 말에 레아는 얼른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고 이안은 손가락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에이, 아리스, 뭘 그래. 이런 어두운 분위기에서 웃을 수 있는 자야 말로 진정한 강자(强者) 아니겠어? 하하핫."

"나참, 이안은 옛날 그대로군요."


이안의 말에 아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러자 이안은 조용히, 다소곳이 서 있던 루이엘을 휙 돌아보며 말했다.


"그치, 루이엘?"

"네? 네……."

"너도 말이야, 이런 분위기를 타서 조용히 있으면 안 된다고. 봐, 저 놈, 인상이 험악해 보이잖아. 잘못하다간 저런 분위기를 풍기기 십상이라니까?"

"아하하… 네, 주의하겠습니다."


……. 그가 인상이 험악하다 지적한 건 케인이었다. 케인도 그것을 아는지 순간 눈썹이 꿈틀 했고 루이엘은 애써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아리스는 다시 헛기침을 한 뒤 저 멀리에 있는 산을 보며 우리에게 말했다.


"이 근방엔 키메라의 기척이 적군요. 라밀에서 발생했단 걸 숨기기 위해 키메라들은 다 북동쪽으로 보낸 모양입니다. 조금의 지체할 시간도 없으니 어서 가죠. 로실리아님과 루이엘님은 나르실리온에 대해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지금도 나르실리온의 제작 방법에 대해선 막막하다. 저기에 가기 전까진 뭔가 단서를 잡아야 할 텐데. 그리고 우리가 막 발걸음을 떼려는 찰나 갑자기 케인이 아리스의 옆으로 손을 뻗더니 한 손으로 무언가를 잡았고 우리는 놀라 케인을 바라봤다. 그의 손엔 작은 돌이 있었다. 방향을 보아 누군가가 아리스에게 돌을 던진 모양이다.


"아리스씨, 괜찮아요?"

"……."


나의 물음에 아리스는 정작 본인은 놀라지도 않았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으로 돌이 날아온, 어떤 무너진 집 쪽을 바라봤고 이안은 빠르게 그 쪽으로 달려가더니 양 손에 어떤 어린 아이들을 들고 아리스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그들은 발버둥 치면서 소리쳤다.


"이거 놔!"

"이봐, 이봐. 그건 너희들이 할 말이 아니라니까? 왜 위험하게 돌을 던져?"


그러자 이안은 아이들을 우리 앞에 휙 내려놓고는 물었고 아이들은 아리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꼬마가 형을 데려갔단 말이야!"

"우리 형 어디 있어! 어디 있어!"

"……?"


아이들의 말에 아리스의 얼어붙어 있던 눈동자가 얕게나마 미동했다. 그런데 곧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소녀가 달려와선 그 아이들을 뒤로 밀고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서……."

"누나가 왜 사과해! 쟤가 형 데려갔잖아!

"형을 데려갔다니? 무슨 뜻인가요?"


레아의 물음에 소녀는 아이들의 손을 꽉 쥐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그게, 3년 전에 저 아이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제 동생을 데려간 적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얘들아, 3년 전이잖아. 그 아이도 너희처럼 컸을 거라고."


아. 순간 아리스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20년 전 라곤과 함께 나온 뒤부터 쭉 어둠을 품고 있는 아이들을 라곤에게로 인도했습니다.」


예전에 무덤가에서 카인의 진실에 대해 말해줄 때였지. 설마 그 아이도……?


"아냐, 그래도, 그래도 로인 형은 분명히 저 아이를 따라갔어!"

"로인… 이라면 설마 그 연보라색 머리카락의 소년?"


나의 말에 소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로인을 아시나요? 제 동생입니다. 3년 전부터 연락이 끊어져서……."


로인은 라밀 사람이었구나. 소녀의 말에 아리스는 마음이 불편한 듯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아이들과 소녀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나지막이 중얼 거렸다.


"이 모든 것의 저의 업보입니다……."

"아니에요, 아리스씨. 아리스씨의 잘못이 아녜요. 라곤이 잘못한 거 에요……."


그러나 바로 옆에 있었던 나는 아리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쓸쓸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목소리.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 역시 작게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여러분은 로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소녀의 물음에 우리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차마 키메라를 부리고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서로 뭐라고 이야기를 잠깐 주고받은 레아와 이안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봐 꼬마들. 그 놈이라면 예전에 아스트반에서 본 적이 있어."

"맞아요. 돈을 벌겠다고 아스트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걸요. 돈을 벌겠다 함은 여러분을 위함이 아닐까요?"

"맞아, 로인 형은 돈을 벌겠다고 나갔으니까."

"정말인가요? 그럼 로인은 건강히 잘 있는 건가요?"


소녀와 아이들의 물음에 레아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들은 정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모습을 본 케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흰 바쁜 일이 있어서 실례하겠습니다."

"아, 네…. 혹시 로인을 만나면 꼭 돌아와 달라고 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꼭 전할게요. 그럼 모두 안녕히!"


우리는 그곳을 걸어 나와 산 쪽으로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들과 소녀가 보이지 않자  레아와 이안을 보며 물었다.


"에, 사태 수습 어떻게 하려고요? 그거 거짓말이잖아요……."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저 산에 가면 분명 그 소년과 만날 수 있겠지?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돌아가라고 말하면 분명 돌아갈 거야. 그럼 불필요한 싸움도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레아… 짧은 시간에 거기까지 생각했었구나. 하긴 레아는 옛날부터 굉장히 따뜻한 아이였지. 여전하구나, 레아는.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게 느껴져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역시 레아야. 하핫."


그래, 전투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지.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괜찮을지 몰라도, 사람과 싸운다는 건 정말 싫으니까…….


"아리스씨, 우리, 로인을 라곤에게서 빼내요. 그럼 저 아이들도 아리스씨를 용서할 거 에요."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아까부터 계속 시름으로 가득 차 있던 아리스의 표정에 조금이나마 미소가 한 줄기 깃들었다.

―와아, 진짜. 진짜 저렇게 살짝 웃으니깐 인형 같아. 너무 예쁘다. 아리스는 항상 냉랭하지만, 저렇게 미소도 자주 지었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사람들, 이라고 하면 너무 욕심이 지나치니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항상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곳 라밀 사람들도…….


"……."


산을 보며 걷는 내내 똑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부서져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집들. 그 집의 부서지다만 기둥에 삶의 의욕도 없이 그냥 멍하게 기대어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 이럴 거면, 차라리 반으로 나눠서 아스트반이나 퓨어스의 영토로 귀속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차라리 그러면 마을에 식량도 공급해주고 일자리도 주고 하면서 모두에게 삶의 의욕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퓨어스와 아스트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해놓는 건 잘못 된 것 같아.

나중에 돌아가면 아버지와 상담해야겠다.

 

 

 

 

첨부파일 라밀.MP3

 

 

 

 

 

핸드폰 게임, 영웅서기3이 출시되었습니다. 오늘.

5시간 줄창했더니 레벨 23입니다. 만렙 99인데 언제찍어...?

손가락 아파 죽겠네(...)

쉬면서 소설쓰고. 이번주 일본어 학원이 '청해' 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숙제가 없거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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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rk、 | 작성시간 08.09.25 흐음?! 영웅서기3이 언제 출시된건데요! ㄷㄷㄷㄷ.. 대세는 오즈임[천공의 기사단]... 후속작이랄까요.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9.26 오즈는 현재 랭킹 120몇위입니다.. 야신길드 에메로드.. 라고 하죠. 프리스트 ㅇㅅㅇ. (현재는 검투장만 남기고 지웠지만요.) 영웅서기3은 이틀전에 출시되었답니다. 크로4 소식 없어서 그냥 접었죠.
  • 답댓글 작성자Ark、 | 작성시간 08.09.26 헉?!.. 진홍의사도가 영서3아니였어요?
  • 답댓글 작성자Ark、 | 작성시간 08.09.26 ... 진홍의사도가 0이엇넴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9.26 영서1 - 솔티아의바람(이안77) / 영서2 - 빙해의검사(랭킹161위-로그/나이트/버서커 99) / 영서0 - 진홍의사도(로그 99) / 오즈 - 천공의기사단(123인가. 워락,팰러딘,프리스트 75(현만렙;), 로그69, 건마스터 52, 블레이더 50.. 하던중 영서3나와서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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