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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願 -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05)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작성시간08.10.18|조회수54 목록 댓글 3

 


 

 

제 1 층. 어리석은 여름.

 

 

 인간은 전부 다르다.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고 있고, 나름대로의 길을 걸어간다. 우연히 길이 겹칠지도 모르겠지만 똑같은 길을 걷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아침의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걷고 있는 6명중 2명은 똑같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난 밤에 실리가 보여준 이미지때문에 섵불리 입 밖으로 내어 물어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분명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똑같은 의문점을 심어준 실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츠에게 말을 걸면서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참다못한 네리카는 파라미티를 째려보았고, 그는 그 시선을 눈치채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래도 얻어맞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파라미티는 앞에 있는 실리를 쳐다보았다.


 "실리씨, 질문이 있는데요."


 "응? 뭔데?"


 실리는 여느때와 같은 유쾌한 목소리로 그를 돌아보았다. 뒤로 걷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은 율동적
이기까지 하다.


 "어제 치카라말이죠. 왜 부러뜨리신거죠?"


 옆에서 네리카는 그거라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실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실리는 팔짱을 끼고 뒤로 걷는 채 입을 열었다.


 "치카라에 대해서 좀 알아?"


 코린에서 태어난 그들이 외부의 무기에 대해서 알리가 없었다. 네라와 네리카, 파라미티는 고개를
저었고, 실리는 그들의 뒤의 하늘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 치카라는 땅속에 검날만 묻혀있었어. 그걸 어떤 장인이 발굴해서 검으로 만든거지. 그 후에
수많은 피를 묻힌 것이 바로 치카라야."


 파라미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있었다.


 과거 200년 전쯤에 혜성같이 등장한 소녀 검사는 치카라로 순식간에 대륙의 최고의 자리를 꿰어찼
다. 검의 제작자는 분명히 그의 할아버지로 기억하지만 그녀가 언제 어디에서 등장한지는 아무도 몰랐다. 단지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유명해진 첫 전투, 린델베르그 해전에서부터 이름을 날렸다는 것 외엔. 그 전투에서 그녀는 상대편 기함으로 뛰어들어 종회무진으로 날뛰었다고 하는데 뒤를 이어 기함에 승선한 아군이 피를 뒤집어 쓰고 있는 그녀를 보고는 '사혈(死血)의 여기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실리는 다시 몸을 돌려 앞을 보고 걸었다. 그녀의 씁쓸한 말이 바람을 타고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


 "치카라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거야. 모든 무기들의 바램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당신은 치카라의 바램을 이루어 줬다는 건가요.'


 파라미티는 그의 말을 조용히 안으로 갈무리했다. 그녀가 들고 있던 거대한 검은 지난 밤에 있던
싸움으로 날카로운 도(刀)로 바뀌어 있었다. 어쩌면 그런 검의 변화가 그녀에게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파라미티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다고 해서 부러뜨릴 것 까지는 없잖아?"


 확실히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네리카는 당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검
이 부러져서 무기도 없는 상태였다. 실리는 그녀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우와! 그럼 넌 저 검이 계속해서 피를 먹어도 된다는 소리야?"


 "그. 그럴리가 없잖아!"


 네리카는 당황한 듯이 외쳤다. 치카라의 검날은 무엇이든 베기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매우 위험
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심지어 검술의 초보가 들어도 뛰어난 사람을 베어버릴 수 있는 것이 치카라인 것이다. 실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뭐, 때가 되면 다시 세상에 등장하겠지. 기왕이면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실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쾌했지만 파라미티는 그 안에 숨어있는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
그이기에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네리카는 여전히 실리의 뒷모습을 째려보고 있었고, 네라는 그런 딸의 모습을 걱정스럽
게 쳐다보고 있었다. 히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실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서 그 역시 실리의 말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서 파라미티는 그가 검을 쓸 줄 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들의 무거워진 분위기에 편승하기라도 하듯이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활이야! 다들 조심~!"


 실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어디선가 날라오는 화살을 쳐냈다. 화살은 두동강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
다. 나츠 역시 그녀에게 날라오는 화살 2개를 쳐낸 상태였다.


 "네리카!"


 파라미티는 재빨리 그녀를 안고 옆의 숲으로 뛰어들었다. 히스 역시 재빨리 반대편으로 숲으로 뛰
어들고 있었고, 네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주위를 둘어보더니 표정을 굳히며 네리카의 쪽으로 뛰어들었다.


 "컥."


 네라의 가슴에 날카로운 화살이 박혔다. 네라는 달려가다가 가슴에 느껴지는 통증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빠!"


 "저 멍청한 아저씨가!"


 실리는 재빨리 네라의 옆으로 뛰어들어 네라에게 달려드는 화살을 쳐냈다. 그녀의 움직임은 화살
을 보고 쳐낸다기 보다는 흡사 화살이 날아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쳐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なつ(나츠)! 저 2명을 데리고 먼저 가!"


 나츠는 실리의 말에 눈썹을 움찔하더니 네리카와 파라미티가 숨어있는 숲쪽으로 뛰어들었다. 파라
미티 또한 실리의 말을 듣고 타당한 생각이라고 탄성을 내뱉으며 네리카의 팔을 잡아 끌었다.


 "가자, 네리카."


 "놔! 아빠가 저기 있는데! 아빠!"


 실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눈쌀을 찌뿌렸지만 정신없이 화살을 쳐내는지라 움직일 수는 없었다
. 그 대신에 그녀는 자신이 믿는 전우의 이름을 불렀다.


 "なつ(나츠)!"


 나츠는 그녀의 기대에 충실히 보답했다. 재빨리 네리카의 쪽으로 다가간 그녀는 폼멜로 주저없이
그녀의 뒷목을 찍었다. 네리카는 눈을 감으며 힘없이 무너졌다. 네리카를 들쳐 맨 나츠는 조용히 실리를 응시했다.


 "頼む。"
 ("부탁해.")


 그리고 나츠는 바로 숲을 헤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파라미티 또한, 실리와 바닥에 쓰러진 네라를
보더니 얼굴을 굳히고 나츠의 뒤를 따라 달렸다.


 둘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자 실리는 안심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뻗어 네라의 목깃을
잡았다.


 "미안해, 아저씨!"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힘으로 네라를 숲으로 던져 넣었다.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워
낙 덩치가 건장한 네라이기에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실리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날라오던 화살이 멈춰있었다. 오른쪽의 적들은 히스가 정리했을거고, 왼쪽은 나츠가 전진
하며 정리했을 터. 한숨 돌렸다는 듯이 검을 허리에 차고 네라쪽으로 몸을 돌린 실리는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실리경!"


 히스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발에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하더니 땅에 엎드려서
귀를 가져다댔다.


 "골치아프네."


 "기병입니까?"


 조금 피가 묻어있긴 했지만 그가 흘린 피는 아니었다. 실리는 잠시 더 땅의 울림을 듣더니 일어나
어깨를 으쓱였다.


 "5명이야. 울리는 소리의 무게로 봐서는 중갑기병이네."


 히스는 실리와는 달리 표정을 찌뿌렸다. 비록 실리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2명이서 중갑기병 5명을
상대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쪽에는 중상자도 있지 않은가.


 "이대로 도망가는 것이 좋겠습니까?"


 실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가 심각하게 다쳤어. 도망가도 금방 잡힐꺼야. 그냥 여기에서 처리하는 것이 낫겠어."


 "중갑기병이 5명이란 말입니다! 2명 상대하기도 벅차지 않습니까?"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들고 있던 도(刀)를 건넸다. 실리의 손을 본 히스는 눈에 띄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 실리경! 저는!"

 

 "알아 알아, 네 맹세. 하지만 이건 검이 아니잖아? 네 맹세를 어긴 것은 아니야."


 히스는 그녀가 말하려는 바를 깨닫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의 도(刀)를 받아쥐었다.


 "한 명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지?"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리경!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설마 혼자서 4명…."


 "이제부터 벌어질 일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알았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는 심지어 여왕의 위엄같은 것이 실려있
는 느낌이었다. 히스는 그녀의 말에 무조건 복종을 해야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탁해, 실리온."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고 그녀의 말에 반응하듯 실리의 도(刀)가 살짝 빛나다가 사라졌다.


 "그럼 한번 놀아볼까나, 제군들!"

 

 

 거리가 조금 떨어졌다고 판단한 나츠는 비로소 멈춰서서 나무 뒤에 네리카를 뉘었다. 네리카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래도 금세 따라온 파라미티는 숨을 고르며 나츠의 어깨 너머로 네리카를 쳐다보았다.


 "충격이 심했을텐데 걱정이군요."


 나츠는 네리카의 상태를 살피더니 고개를 살짝 젓고는 파라미티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그는 상태
가 괜찮다는 말로 이해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을 넘는 길이라 양 옆에는 숲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 이상한 사
람들이 눈에 띄었다. 


 "하씨. 저 사람들은…."


 나츠는 그들을 쳐다보더니 얼굴을 굳히고는 검을 움켜 잡았다. 그리고 파라미티에게 이곳에 있으
라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재빨리 뛰어나갔다.


 상인들로 보였던 그들은 나츠의 모습을 보더니 재빨리 숨겨진 검을 빼어들고는 그녀에게 맞섰다.
상대가 3명이었기에 나츠는 실리가 올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는지 무리하게 덤벼들지는 않고 공격을 받아내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태가 위태한 것은 변함없었다. 상대도 상당한 실력이라는 것은 파라미티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파라미티는 쓰러져 있는 네리카를 보더니 결심을 굳혔다.


 그는 오른손을 하늘로, 왼손을 땅으로 뻗었다.


 "天と地と間に人!"

 ("하늘과 땅과 사이에 사람!")


 그의 양손이 크게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


 "天から下りる。地から上がる。"

 ("하늘에서 내려온다. 땅에서 올라간다.")


 원을 그린 그의 손은 이윽고 가슴 앞에서 만났다.


 "二つを一つで集めて!"

 ("둘을 하나로 합쳐서!")


 그는 손을 펼쳐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天地術"

("천지술")

 

 그의 눈은 나츠와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쫓고 있었다.


 "雷電!"

 ("뇌전!")


 나츠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벼락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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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군요.

저도 꽤나 오랜만에 쓰나봅니다.

요즘은 다시 글을 쓰는 것 같죠?

그럼 다들 건필하세요.

 

첨부파일 16-Forceetrange.wma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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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10.18 주문이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멋지다랄까. 파라미티가 드디어~! / 실리는 어찌될까. 설마 죽진 않겠지만서도. 잘읽었어요~
  • 작성자로벨리안 | 작성시간 08.10.18 아저씨 버려질뻔 한건가.. 잘읽었습!!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8.10.18 실리 성격 마음에 드네요. 주문 맘에 듭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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