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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5]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8.10.19|조회수76 목록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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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익―.

 불어온 한기에 의해 어둠 속을, 그다지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비취고 있던 양초불빛의 행렬이 꺼져갔다. 꺼진 양초의 주위에 탄 냄새가 코를 찌르고 회색빛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의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시야라면 사물을 파악할 수도 있었지만, 벽에 자리 잡은 양초들은 단순한 장식 목적이었다.

 움찔.

 어둠 속에서 벽에 장식으로 되어있는 양초들이 일제히 꺼짐과 동시에 그 곳을 지나가던 카인이 마침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어둠과 잠잠한 고요뿐이었다.

 “뭔가를 느꼈는데 착각인가? 이 근방에 있을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으니까.”

 내려온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카인은 계속 그 자리에 잠시 서서 뭔가를 살펴봤지만 그곳 근처에도 뭔가를 눈치 챌 만한 것은 없었다. 한참을 어둠 속을 노려보던 그는 찰나의 착각이라 여기고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성 안이 거의 대부분 그렇지만, 이곳 또한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주군의 ‘미궁’과 같이 좀 더 깊고도 깊은 어둠이―. 그와 비슷한 불쾌함과 소름끼치는 분위기. ‘미궁’과 같이 이 성의 역사와 비밀이 은근하게 숨겨진 있는 곳 중 하나.

 은폐된 역사의 파편들과,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역사가 내려오는 곳. 왕궁 서고―.

 그 문 앞에 선 카인은 웬일인지 문의 손잡이를 당기지 않고 물끄러미 문을 쳐다보았다.

 회색빛의 문에는 눈에 잘 띠지 않는 약간의 홈이 파여 있었다. 하지만 홈은 서로 이어져 아주 복잡하게 파여 있었다.

 “일종의 결계, 주술인가?”

 새겨진 복합한 문양의 특유의 주술진에 자신의 한 손을 댄 채 카인은 다른 나머지 한 손의 손가락을 자신의 송곳니로 물어 피를 냈다. 그리고 그 피가 나는 손가락으로 주술진에 일직선으로 피를 그었다.

 그러자 문에 눈에 띠지 않게 파여 있던 주술진이 붉은 빛을 발하고 카인의 피가 주술진의 선을 따라 퍼져갔다.

 끼익―.

 오래된 봉인이 풀리고 문은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소리와 함께 카인의 시야에 처음 온 이곳의 광경이 펼쳐졌다.

 밤의 일족인 그들의 역사, 그리고 밤의 일족과 헌터들의 싸움의 역사, 그밖에도 여러 서적이 있다고 전해지는 서고. 왕자인 그 조차도 그렇게 자주는 방문하지 못하고 ‘임무’가 있을 시 그 ‘임무’를 위해 몇 번 방문했을 뿐이었다.

 이윽고 카인의 시야에 규모는 그렇게 장대하지 않은, 소규모정도의 규모였지만 시야에 가득할 정도로 꽉 찬 책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서고를 가득 채운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풍겨왔다. 하지만 최근 방문의 흔적이 전혀 없어 먼지에 쌓여있고 눈에 보이는 책들이 낡은 것으로 보아 그만큼 이곳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몇 몇 아주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서고의 문에 되어있던 봉인 또한 이곳이 쉽게 드나들어서는 안될 만큼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입증하고 있었다.

 “왕가의 추악한 이면이 존재하는 곳 중 하나.”

 잔뜩 인상을 찌푸린 카인은 문 입구 쪽에 서서 잠시 그곳을 노려보았다. 그러고 나서 그곳에 발을 들이고는 자동으로 서서히 쾅―하고 닫혀가는 문을 보고는 책들이 있는 한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주로 인간과 뱀파이어간의 크고 작은 전쟁의 역사가 이쪽의 시점으로 쓰인 책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큭.”

 그곳에 다가간 카인은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곳은 인간과 뱀파이어간의 전쟁의 역사가 기록된 것이었고 전쟁 중 글을 써내려가곤 했기 때문에 혈흔이 있는 것은 다반사였다.

 카인으로서는 피를 마시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피를 자제하려고 애쓰고 있었기에 냄새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자제심을 끌어올리고는 멈추었던 걸음을 걸어가 카인은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1항. 헌터협회는 인간의 영역에서 인간의 피를 무차별적으로 탐하는 자들만 처리해야한다.

 제2항.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이 밖의 모든 것은 결코 간섭해서는 안 된다.

 제3항. 이쪽 또한 인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있었던 큰 전쟁 후 양측 다 막심한 피해를 입은 두 측에서 체결하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협정. 그 협정에 관해 서술한 책의, 협정 내용을 담담한 표정으로 카인은 살펴보고 있었다.

 “합리적이고 지나치게 서로에 관여하지 않는 최적의 협정이라고 해야 하나?”

 왕자, 그것도 현재 모든 밤의 일족의 지배자인 크로스왕가의 입장에서 ‘주군’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후계자의 힘을 타고났기에 어릴 때 철저히 교육받았던 자신이라면 왕가입장에서 전혀 해가 없는, 왕가의 입장과 신분사회를 따져 실익에 가까운 협정이라고 당연히 냉정하게 평가해야만 했다. 그리고 예전의 자신이라면 분명 그리 생각했을 거라고 카인은 굳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예전이라면 그랬을 테지. 성이라는 새장 속에서, 이 크로스 내의 세상만 바라보았을 테니까 ―.”

 한정된 시야. 한정된 정보. 그 안에서 판단하고 분석하고 결정을 내린다. 몇 명이 그 칼날에 베여나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되던지, 몇 명이 죽어가던지 상관하지 않고.

 감정은 쓸데없는 독과 같다는 생각을 품고 그 결정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이 왕족의, ‘왕족’으로서의, 유일한 왕가의 후계자로서, 자신이 취해야할 생각과 태도. 아버지인 지금의 ‘주군’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자 역대의 많은 ‘주군’들이 취해왔던 태도.

 완전히 옳다고 완전히 옳지 않다고도 할 수 없다. 그들의 그런 태도가 일족을 살리고 지금의 협정을 만들었을 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 지금과 같아서는…….”

 거짓과 같은, 깨지기 쉬운 협정이라도 서로 아직은 불신하고 있다 해도 겉으로라도 평화는 유지되어가고 있다. 안정이 어느 정도 된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역대의 ‘주군’이 아니라고 카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토록 거부하고 도망쳐왔던 지위. 하지만 이곳에 자신의 의지로 돌아온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카인은 이곳의 풍경을 다시 담으며 결심했다.

 탁.

 협정이 적혀있는 페이지를, 책을 덮고는 카인은 다시 책이 꽂혀있는 원래 책이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다시 한 번 비릿한 냄새에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극한까지 겨우 절제해가며 책을 꽂았다.

 툭.

 그러나 옆에 꽂혀있던 책이 팔꿈치에 닿았는지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카인은 그 소리에 책을 주우려고 몸을 숙였다.

 ?!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책은 뭔가 이상했다. 보통 있을 법한 제목이 없었다. 단지 아무것도 있지 않은 표지가 전부였다. 다른 책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카인은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에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시험이 드디어 끝났으나 늦게까지 학교에 만들기하다가 주말에 그동안 썼던 데다가

 

더 글을 써서 연회 전까지 장면은 마무리지었습니다.

 

분량이 조금 많아서 분량을 나누어서 올려봅니다.

 

시험 끝나고 또 축제가 찾아왔군요. 1학년인 저는 또 뒤치닥거리나 합니다.ㅠ

 

그럼 나머지 분량은 축제가 끝나는 금요일 이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ps. 그럼 간만에 찾아온 피의 노래, 즐겁게 감상하시고 오타나 지적사항 남겨주세요!

 

아직도 전 2개의 챕터가 남아있답니다...[언제 피의 노래 완결 낼 수 있을까요...하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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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0.21 헌터 그 짓도 야행성인 님하들 처리하러다니느라 낮과 밤이 바뀌고 있음... 잠 안 자고 그 님하들 처리하러 다니고 학교도 다니는 노엘은 체력 괴수...ㄷㄷㄷ
  • 답댓글 작성자Ark、 | 작성시간 08.10.22 ㄷㄷㄷㄷㄷ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0.23 그런 체력이 부러울 따름...<-부실 빈혈체력 카린.
  • 작성자[렘므]Joyce★ | 작성시간 08.10.26 저번주에 올라온걸 이제야 읽었네요 !! 이제 위에있는 다음편을 읽으러 가야겠지요?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0.26 네, 언제나 즐겁게 감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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