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 [7]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8.11.14|조회수109 목록 댓글 19

 

 

-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




다가닥. 히이잉―.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가는 자. 피를 탐하지만 아름답게 피어난 한 송이의 고귀한 장미와 같이 아름답고 어둠 속 우아하게 빛을 발하는 붉은 보석과 같이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이들.

 밤이 되어 이곳에 있는 인간이 아닌 그들이 깨어나고 약동할 시간. 성 밖의 불빛이 어둠 속에 반짝이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과 반대로 여느 때와 같이 성은 더없이 아름답고 감탄을 자아내지만 싸늘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냉기가 흐르는, 음습한 유령들이 사는 것과 같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성은 다른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언제나 늘 정적만이 감싸던 성에 조금은 소리와 기척이 느껴졌고 여러 대의, 한 눈에 봐도 귀족적인 마차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성 안에는 귀족임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여러 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이쪽으로…….”

 성 밖의 마차에서 내려 우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귀족들이 야외정원으로 향하는 입구에 들어서고 입구에 있는 왕가의 하인이 귀족들을 맞이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귀족 여럿은 인간이라면 보이지 않을 어둠 속을 그들은 특유의 어둠에 익숙한 눈으로 표표히 걸어들어 갔다.

 밤―.

 낮과는 전혀 다른, 무거운 정적과 새까만 하늘.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달라진 바람의 내음.

 어두운 밤의 어둠 속 비치는 은색의 달의 가호가 가장 큰 보름달 아래, 1년에 한 번씩 붉은 장미가 피는 때, 성 안의 야외정원에서 열리는 성의 연회. 붉은 장미의 연회―.

 높은 지위의 순수혈통 귀족들이 권력을 위해 그 자제들을 연회에 참가시켜 그들의 능력을 보이고 혼사를 나누기도 하며 왕가의 입장에서는 ‘주군’에 대한 귀족들의 충성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한 귀족들의 화려한 유희가 열린다.

 후후훗. 아하하하하.

 밤 특유의 신비하고도 기묘한 분위기, 한기가 감도는 스산하고 싸늘한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와 비례하게 불어오는 스산하고 싸늘한 바람과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장식의 행렬.    은색 달빛이 비추어 마치 핏빛과 같은 와인이 담긴 잔의 와인이 바람에 흔들려 물결치고 근처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 또한 바람에 흔들려 그 진한 향을 바람에 머금게 하고 그 뒤에는 달빛에 비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순백 고성의 건물들이 자리 잡은 가운데, 연회장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어딘가 감정이 결여된 듯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귀족들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가 맞는 건가?’

 또각―. 약간은 서툰 듯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누군가가 귀족들과는 다른 성 뒤쪽의 입구에서 연회가 열리고 있는 야외정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검은 빛깔의 우아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목에 펜던트를 건 그녀, 아니 노엘은 처음 펼쳐지는 광경에 조금은 놀란 듯 이제는 흑빛이 아닌 그들 특유의 붉은 빛이 되어버린 눈을 크게 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인 가운데 은은하게 빛나는 촛불. 거기에 놓인 화려한 세공의 테이블과 음식과 어둠 속 붉게 빛나는 와인이 든 와인 잔들.

 헌터로서 이런 연회를 접할 일이 전혀 없었던 노엘은 신기한 것을 본 어린아이마냥 걸어가면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혼자 오셨습니까?”

 걸어가던 노엘의 곁에 귀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노엘은 조금 당황한 듯이 자신을 말하는 건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아, 저기.”

 “한 잔 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왕가의 하인으로 보이는 하인 한 명이 다가와 와인 잔을 건넸다. 노엘은 와인 잔을 급히 들고는 반쯤 돌렸던 몸을 완전히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남자는 노엘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보고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왕가의 직계 영애분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이런 실례를…….”

 펜던트를 보고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는 남자를 보고 노엘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전혀 기운을 느낄 수가 없어서…… 불편하신 마음에 기운을 지우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왕가, 즉 순수혈통 뱀파이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남자의 말에 노엘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 펜던트는 카인이 준 건데…….’

 붉은 장미의 펜던트를 내려다보며 노엘은 마침내 그것이 왕가, 그것도 직계혈통의 왕족만이 지닐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노엘은 그런 물건을 왜 카인이 자신에게 줬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만 일어나세요. 전 왕가 직계 영애가 아니에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남자에게 노엘은 펜던트를 한 번 바라보고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남자의 눈길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그럼 당신이 카인 왕자님과 함께 온 노엘 카를리아입니까?”

 자신을 귀족이 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여 노엘은 그를 다시 한 번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만…….”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남자를 포함한 그 주변에 있던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이곳을 그녀가 찾아왔을 때, 끊이지 않고 들리던 웃음소리가 뚝 하고 끊기고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거기다가 그녀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 귀족들은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서로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양심도 없군요. 이 자리에 참석하다니…….”

 “비록 초대장을 받았겠지만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예의일 텐데 말입니다.”

 “애초에 왜 왕가의 펜던트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카인 왕자님께선 하사하신 건지…….”

 갑자기 꽂히는 자신을 향한 싸늘한 비수 같은 눈길과 속삭임에 노엘은 온 몸을 얼음송곳으로 찔린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노엘은 그 시선을 일부러 바라보지 않으려, 그 속삭임을 신경 쓰지 않으려하며 긴 드레스 자락을 추스르며 구석 자리에 섰다.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 바로 매몰차게 그녀에게서 떠나갔다.

 ‘나 자신도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하지만 카인이 보낸 초대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어.’

 볼 수 없었던 카인을, 이 자리에서라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노엘은 뛰쳐나가고 싶은 이 자리를 떨리는 두 발로 버티고 있었다. 그가 애써 보내준 드레스를 입고 용기를 내어 멀리서라도 좋으니 그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주군’, 폐하께서 납십니다.”

 밤의 일족의 수장의 도착을 알리는 시종의 목소리에 일순간 노엘로 인해 술렁였던 연회장에 정적의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바로 목소리에 이어 모든 이들을 한 번에 얼어붙게 만들 만한 위엄과 기품을 가진 ‘주군’ 카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일제히 남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가슴 근방에 살짝 세운 예를 갖추었고 여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드레스를 펼치고 한 손을 가슴 위에 살짝 댄 예를 갖추었다.

 갑자기 일제히 예를 갖추는 모습에 ‘주군’을 따라 등장한 카인을 쳐다보던 노엘은 잠시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더니 여성의 예를 보고 그 동작을 따라했다.

 “오늘 연회에 참가한 왕족과 귀족들에게 짐은 경의를 표하는 바 이다. 또한 짐은 오늘 중요한 왕가의 일을 발표하도록 하겠다.”

 예를 그만 해도 좋다는 손짓을 하자 일제히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주군’을 일제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뒷말에 뭔가 짐작하는 바가 있다는 듯이 순간 침묵의 동요가 살짝 일어났다.

 “짐은 이 연회에서 내 아들, 제 2 왕자인 카인 폰 크로스를 나의 뒤를 이을 정식 후계자로 공표하겠다.”

 ‘주군’ 카르인의 공포에 귀족들의 시선이 카인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조용히 ‘주군’ 카르인이 자리를 떠나고 모든 귀족들의 위에 선 카인이 귀족들에게로 발을 떼자 귀족들은 일제히 카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경하 드립니다. 왕세자 전하.”

 다시 한 번 몰려들어 예를 갖추는 귀족들의 태도에도 카인은 여전히 싸늘하고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카인은 그들에게 예를 그만 갖춰도 좋다는 손짓을 했다.

 ‘하.’

 ‘주군’의 공표. 그리고 모든 귀족들의 위에 선 카인의 모습. 아까의 구석진 자리에서 노엘은 카인을 다가가지도 못한 채 바라보았다.

 ‘이런 거였는데…….’

 고개를 떨어뜨린 채 노엘은 저 멀리 떨어진 채 허탈하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펜던트를 꺼내 손에 꽉 쥐었다.

 「응, 이건 네가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뱀파이어도 뱀파이어 헌터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카인이 건네주었고, 지금까지 추억이 되어온 펜던트.

 자신의 많은 부분을 지탱해왔고 살아가게 만들어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 비록 그와 함께라면 인간이 더 이상 아니게 되어도, 뱀파이어의 고통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또 견뎠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도, 그 마음은 이어져있는 것이기에 괜찮다며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지금 그와 자신의 거리는 너무나도 뼈저리게 멀었다.

 “죄송하군요. 이런 자리를 익숙하지 못한 지라 그만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실례했습니다.”

 고개를 들고 그들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카인은 진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실례의 말을 건네고 그만 자리를 나서며 감정을 지운 표정으로 카인이 한 발을 내딛자 그 주변을 둘러쌌던 귀족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카인은 그들을 대하던 싸늘한 표정을 한 채로 노엘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카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한 채로 노엘은 카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인은 한 치의 미동조차 없이 그 자리에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내게 너무나도 먼 존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어. 사냥하는 자인 나와 밤의 일족 왕자, 아니 후계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었던 건지도 몰라. 하지만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그 마음을 접으려했지만 접을 수 없었어. 그리고 그 감정은 어느새 다른 감정이 되어버렸어. 그러고 나서 생각했어. 카인과 함께라면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도 좋다고.’

 자신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바라보는 카인을 향해 눈물이 고여 금방이라도 흐를 것만 같은 눈을 하고는 노엘은 부서질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눈물이 참지 못하고 흐르자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뒤돌아서서 그 자리를 뛰쳐나갔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음악 첨부하다가 실수로 글 날려먹고 2번째로 쓰는 잡담입니다.

 

자동 저장기능이 오히려 글을 날려먹게 하다니!!!

 

드디어 연회 부분시작입니다.-_-

 

이번 연회를 기점으로 노엘과 카인을 위협하는 어둠의 그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행방을 결정지을 파편들 또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올린 단편도 즐겁게 봐주시길...

 

ps. 오타,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 환영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1.16 이 그림이 더 나은 거 같지 않나요?'ㅅ' <-요즘 저런 스타일에 푹 빠진...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8.11.15 카인 가서 안아주는 거야! [응?]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1.16 ...응?!
  • 작성자[렘므]Joyce★ | 작성시간 08.11.28 이제야 읽네요 !! 역시 카린씨는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묘사를 너무 잘하시는것같아요 !!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1.28 아, 오랜만이신 거 같아요. 그동안 혹시 시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