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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11]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01.09|조회수77 목록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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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언제나 당연한 듯 존재하는 어둠. 그리고 성 안에 벽에 장식으로 나열되어 빛나는 촛불의 행렬. 오직 빛이라고는 촛불이 전부인 성 안을 하녀복장을 한 그녀는 걷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을 배려해 그 발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것을 허락받지 않았기에 그런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그녀의 발소리는 바닥에 깃털이 사뿐히 내려앉는 것 마냥 조용하고 가벼웠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성의 복도를 조용히 걸으며 그녀는 쟁반에 투명한 유리 세공으로 만들어진 주전자와 컵을 들고 그렇게 복도를 걷고 있었다.

 찰랑―.

 조심스런 발걸음이었지만 주전자 속의 붉은 액체는 액체 특유의 흔들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도 뱀파이어라면 당연히 그 액체에 유혹을 느낄 법도 했지만, 그녀는 감정을 잃은 인형 마냥 그 냄새와 유혹에도 아무런 감정을 품지 않았다.

 철저히 감정을 배제하고, 주인을 배려하며 주인의 명령은 무엇이든 따르는 것. 그것이 하인의, 하녀인 자신의 규율이기 때문이었다.

 “으흠.”

 기나긴 복도를 지나 주변의 풍경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그녀가 본 처소 중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처소지만 이 처소 또한 일반 서민의 눈에는 화려하고 클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눈으로는 이 처소는 자신이 아는 다른 처소보다는 훌륭하지만 다른 성 안의 처소에 비하면 소박하고 작을 뿐이었다.

 자신의 새로운 주인을 향해 말을 걸기 위해 헛기침을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그녀는 언제나처럼 익숙하게 방문을 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노엘님.”

 노엘 카를리아. 원래 제 2왕자인, 아니 이제는 왕실의 후계자가 된 카인 폰 크로스의 자랑스러운 하녀였지만 그의 명령으로 이제는 새로운 주인이 된 존재.

 다른 성 안에 기거하고 있는, 자신이 과거 주인이었던 왕자님과 다른 여러 왕족들에 비해 현저하게 먼저 잠에서 깨어나는 주인을 위해 그녀는 생활 패턴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얼굴에 피곤함의 기색은 없었다. 아니, 지웠다고 해야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으음. 뭐가 좋을까?”

 하지만 평소에 당연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녀도 오늘 주인의 반응에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얼굴에 드러난 당혹한 표정을 전혀 감추지 못했다.

 “아, 왔어요?”

 평소와 다르게 감정을 숨긴 차가운 얼굴이 아닌, 얼굴에 돈 생기와 웃음.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 보여 이쪽까지도 덩달아 웃게 만들 법한 표정을 한 주인을 그녀는 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옷장에 걸려있던 화려한 드레스보다는 소박하고 편한 드레스를 선호하던 주인이 온갖 드레스를 침대에 늘어놓고는 뭐가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광경.

 “이건 좀 이상하려나?”

 진지하게 턱에 손을 대고 꼼꼼히 드레스를 보며 고민하는 주인을 보며 그녀는 순간 피식하고 웃을 뻔했다.

 최근 전혀 처소를 찾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주인인 왕세자 전하가 갑작스럽게 이 처소를 찾고 그가 처음으로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지금의 주인은 과거 주인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을 정도였다.

 본디 중요하고 높은 신분일수록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법. 그렇기에 하녀인 자신보다 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제하는 것에는 능숙할 것이다. 하지만 암묵적인 그 법칙을 깨고 과거의 주인은 지금의 주인 앞에서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의식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 자신의 입장으로는 모르겠지만.

 “저기, 이름이 뭔가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한 사이 자신의 새 주인은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원래 주인인 왕세자 전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접한 여러 명의 주인 중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물었던 주인은 없었기에 그녀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 네. 노엘님. 제 이름은 세이렌입니다.”

 “좋은 이름이네요. 저기, 나 좀 도와줄래요?”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주인. 귀족도, 왕족도 모두 자신의 지위에 어울리는 자들과 어울리며 그 하층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법칙. 그리고 그 하층은 단순한 장기말인 것이 법칙.

 “어떤 것이…….”

 “노엘님에게는 이것이―. 저의 주인께는 이것이 어울립니다.”

 처음에 방을 들어오면서 하지 못한 예를 갖추며 그녀는 침대에 늘어진 드레스 중에 한 벌을 노엘에게 내밀었다.

 “노엘.”

 익숙한 목소리. 언제나 감정이 담겨있지 않던 차가운 목소리가 아닌 감정이 담긴 상냥한 목소리.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노엘님.”

 지금의 주인을 향해 다가오는 과거 자신의 주인이었던 왕세자 전하를 향해 간략하게 예를 갖추고는 그녀는 방문을 나섰다.

 「하아? 내가 온다고 옷장의 옷이란 옷은 다 헤집어 논 거야?」

 「아니야. 으음.」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제 2왕자, 과거 주인이자 왕가의 후계자를 상징하는 검은 색. 그 검은 색의 붉은 장미 드레스를 지금의 주인에게 전해주고는 문득 그녀는 그런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환청인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흐응. 이제 곧 인가?”

 살짝 그녀 입술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흰 머리칼의 존재가 투영되었다. 이윽고 평소 그녀와는 어딘가 다른,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녀 본인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선이 살짝 열어진 문 틈사이로 보이는 두 주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다정한 그 모습에 눈에 띨 정도로 크게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거기엔 어떤 초조함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카인?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방 안의 왕세자는 그 시선을, 살기를 느낀 듯 잠깐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하녀의 옷자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 나서 그 홍옥과 같은 투명한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아? 왜 여기서 멍하니 서있었지?”

 다시 붉은 눈동자에 초점이,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리고 좀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본디 몇 초간 있었던 변화 이전으로.

 “언제까지 거기 있을 셈인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계속 서서 안을 엿보는 행동 때문인지 카인의 목소리에 조금은 화난 듯한 감정이 깃들었다.

 “아, 사죄드립니다.”

 그 불쾌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그녀는 즉시 규율을 어긴 것을 깨닫고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사죄의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그러나 카인은 용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그녀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보내서 온 거지?”

 카인이 점점 문 밖에 서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어 제치고는 일어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아, 전…….”

 뱀파이어 특유의 본능. 약육강식.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무릇 그 안의 피가 요동치며 경고하는 법.

 그저 평범한 뱀파이어에 불과한 그녀 안의 피가 경고하기 시작한다. 눈앞의 주인을 당해낼 수는 없다고. 도망치라고. 경고한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온다. 그 명령이 머릿속에 울리면서 억지로 따르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몸이 억지로 움직인다. 결코 바라보고 싶지 않은, 응시하고 싶지 않은 살기가 느껴지는 그의 짙게 붉게 물든 루비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게 한다.

 “대답하라고 했을 텐데?”

 그와 눈동자가 마주친 순간, 정신이, 시야가 흐려져 간다. 모든 자신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져간다. 그저 명령에 대답할 뿐인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간다.

 「…….」

 기억 속의 목소리가 그 목소리와 맞부딪히며 어떤 명령을 따라야할 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아아악!”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온다. 모든 자신의 기억이 다시 영상처럼 보이더니 자신의 그 기억을 목소리가 앗아간다. 모두―.

 “카인, 그만해. 이러다가 죽어!”

 끝까지 모든 걸 그녀에게서 캐내려 하는, 순수혈통만이 가진 능력을 쓰고 있는 카인의 팔을 붙잡고는 노엘은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제정신을 잃은 것처럼 떨면서 웃고 있었다. 마치 미쳐버린 것처럼.

 “알았어. 그만할게.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아. 노엘.”

 다시 카인의 눈동자가 본디 원래의 빛깔로 돌아왔다. 능력을 더 이상 쓰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미 제정신을 잃은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노엘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정신을 차리라고 외쳐댔지만, 그녀는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마냥 미친 듯이 웃거나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카인!”

 노엘이 카인을 붙잡고 따지듯이 매달리며 화를 냈지만, 카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직 제정신을 잃은 그녀를 냉정하게 노려볼 뿐이었다.

 “카인!”

 “나의……. 힘이 소용이 없어. 지난번 그 녀석인가?”

 노엘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서 카인은 지난번을 떠올렸다. 자신의 이름은 빙자하여 노엘에게 드레스를 보낸 이. 그리고 이번 소행도 지난번처럼 정체를 들키지도 않은 채 재빨리 증서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갔다.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존재. 하지만 그 유일한 존재는 이런 비열한 수법은 절대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수를 쓰지 않아도 원하는 한 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는 딱 한 명.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나보고 게임에 응하라는 겁니까?’

 단 한 번 마주쳤지만 그때는 잊을 수 없다. 자신을 살기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으면서 자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바로 미소를 짓던, 가면을 쓴 그 자.

 왜 그랬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하지만 지금의 이 소행에 대한 진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아니, 뭔가가 맞지 않는다.

 ‘좋습니다. 게임에 응해드리죠. 그다지 흥미는 없었지만. 형님.’

 카인은 살짝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노엘 앞에선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뭔가 잘못되었네, 노엘. 시녀에 관한 일은 다시 조치를 취해줄게.”

 게임에 그녀를 참여시키지 않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보지 않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노엘의 곁을 스쳐지나가면서, 카인은 슬며시 노엘에게 손을 댔다. 그리고 깨끗이 지워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게.

 “아, 가는 거야? 카인.”

 이윽고 그녀는 오늘 있던 그 일을 뺀 나머지만 기억하여 밝게 웃는다. 그리고 카인도 그에 회답하듯이 웃는다.

 

 문이 닫히고 어둠 속에 남겨진 카인은 문 밖에 지금도 멍하니 있는 그녀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이용당해 그 모든 것이 부서진 불쌍한 존재.

 스르르―소리를 내며 옷자락이 아래로 향하고 몸을 숙여 시선을 주저앉은 그녀에게로 둔다.

 이미 감정이 사라져 빛을 잃은 붉은 빛의 눈동자. 이대로라면 이용만 당하고 부서지는 인형과 같이 될 것이다.

 “불쌍한 세이렌.”

 애초에 순수혈통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말과는 달리 카인은 사실은 아무렇지도, 아무런 감정조차 들지 않았다.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예전에 그런 감정은 이미 메말라버렸다. 불필요했기 때문에.

 그러나 오직 감정은 저 문 안의 존재에게만 허락되었다. 다른 이에게는 불필요할 뿐이다.

 “이게 나을 거야.”

 시선을 잠시 문으로 향하고는 그의 손이 소리도 없이 그녀의 몸을 꿰뚫었다. 평안을 가져오려는 듯이. 잔혹하게.

 비명소리 하나 없이 이미 감정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의 몸이 고꾸라지며 쓰러져갔다. 카인의 손이 그 몸을 붙잡았다.

 하지만 손이 채 닿기도 전에 몸은 바로 모래가 되어 카인 쪽으로 흩어졌다. 카인의 손에 한줌의 모래가 흩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한줌의 모래는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카인 전하.”

 “아, 마침 잘 됐군. 잘 처리해.”

 뒤에서 다가온 그림자에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땅에 흩어져버린 모래들을 잠시 슬픈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하인을 스쳐지나가 걸어갔다.

 “이런 일로 굳이 카인 전하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저희가 처리를 했을 텐데……. 당신은……?”

 과거 동료였던 하녀의 흩어진 죽음의 모래를 바라보면서도 주인이 앞에 있기에 아무런 감정조차 드러내지 못하면서 주인을 염려하는 그의 말에 카인은 잠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자리에 섰다.

 “내 소중한 존재에게 잠시나마 잘 대해주었으니까―. 그 보답이자 잠시나마 걱정하게 만든 벌이야.”

 입가 가득 미소를 띠면서 잘 부탁한다는 제스처와 함께 카인은 어둠 속 양초 불빛만이 어른거리는 복도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요즘 진정 소설가와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 카린입니다.

 

일어나고 밥먹고 소설쓰고 밥먹고 자고...

 

이번 화보고 깜짝 놀란 분도 계실 거에요. 정말로 잔혹한 카인이니까요.

 

사실 카인도 본질은 뱀파이어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잔혹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 그 숨겨진 본질을 살짝 끄집어낸 것 뿐...

 

지난번엔 잠시 이름도 안 나오고 아주 잠깐 나왔었는데, 이번 화 이름 나오자마자 골로 간 시녀.

 

'그'에게 이용만 당하고, 체스판 화이트 폰의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졌습니다.

 

ps. 필 받아서 급히 쓴 터라 오타나 다른 사항 지적해주시거나, 감상평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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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1 잔혹 모드 발동!!!
  • 작성자エメロ-ド♡ | 작성시간 09.01.11 카인이 고생이 많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소녀라-! /끄덕끄덕 <공감중]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1 고생 많다...카인... 노엘도 어쨌거나 생물학적 성별이 여자니까요...
  • 작성자[아노마라드]진일진문자 | 작성시간 09.01.12 카인의 잔혹한심성이 드디어 'ㅅ ' 노엘은 카인이 잔혹해질수록 어떻게될런지 기대되는 1人입니다. 홧팅요!!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2 자신의 잔혹한 심성을 노엘에게는 숨기니까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고나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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