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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35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9.01.10|조회수77 목록 댓글 12

 

 

 

문으로 들어온 직후 나는 왠지 몸이 가벼워진 느낌에 조심스레 눈을 떴다. 아마 저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영혼뿐이겠지. 저승에선 육체가 허락되지 않으니까. 육체는 이승에 남는 건가. 뭔가 영혼만 빠져나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데……. 아무튼 주위는 캄캄하고 습기 찬 동굴이다.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다. 일단 이 물길을 따라가 볼까?

너무나도 음습한 동굴. 영혼이라 그런지 걸어도 발소리가 울리지 않아. 게다가, 처음 왔을 때부터 주변에 계속 희고 투명한 기체들이 떠 있는 것 같아. 대체 뭐지? 설마 영혼들? 이곳은 저승이니까. 아니, 저승으로 가는 통로라고 해 두는 게 나을까. 어쨌든 이곳을 계속 걸어봐야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물길이 커져 마침내 큰 검은 강이 나왔다. 동굴 안에 큰 강이라니. 게다가 이 강, 엄청 탁해서 깊이를 알 수가 없어. 다행히도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네. 강 위에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이 보이는 낡은 나룻배가 한 척 떠 있었다. 그 나룻배엔 누더기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타고 있었는데 노를 들고 있는 걸 보아 그 나룻배의 뱃사공인 듯했다.


-이런, 이런. 살아있는 영혼인가…….


큭, 기어들어가는 듯한 끔찍한 목소리.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누더기 속에 뭐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동굴 자체가 엄청 어둡기 때문에. 하지만 그 무언가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곤 생각이 되지 않아.


"저기, 이 강을 건너면 저승으로 갈 수 있나요?"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 누더기를 쓴 누군가는 여전히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흡사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천천히 웃었다.


-킥, 킥. 그렇지. 하지만 난 초대받지 않은 자는 태우지 않아.


여기선 마법이 사용되질 않는다. 내가 살아있는 영혼이라 그런 건가? 도저히 저 강을 헤엄칠 엄두는 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런데 살아있는 영혼이 여긴 어떻게 온 거지?

"저, 이걸로요."


크윽, 끔찍한 목소리. 몇 번을 들어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아. 나는 애써 침착하려 애쓰며 데카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이것으로 왔어요. 별의 힘으로."

-이런. 관찰자셨군요. 진작 말씀하시지. 타십시오.


엉? 뭐야, 관찰자는 그냥 탈 수 있는 거였어? 뭐, 실질상 진짜 관찰자는 데카지만. 나는 헤헤 웃으며 얼른, 아니 상당히 조심스레 배에 올라탔다. 이 배, 너무 낡았는데 안전하긴 한 걸까? 불안한데. 아무튼 배는 나의 불안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순조롭게 느릿느릿 흘러갔다. 만약 보통 바다라면 엄청 시원하고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을 텐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답답한데다 축축해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하니까. 여전히 허공엔 흰 기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물론 이곳 자체에 안개가 끼어있긴 하지만 저 기체는 안개와는 다른 뭔가 다른걸. 나는 허공을 보다가 가만히 시선을 옮겨 이 검은 강을 바라봤다. 먹물같이 탁하고 흐려 속이 보이지 않는 검은 강. 속이 보이지 않아도 엄청나게 깊을 것만 같다. 이 안엔 대체 뭐가 있을까?


-킥, 킥. 이 강 속엔 수 천 년을 살고 있는 마수들이 많답니다…. 한 눈 팔았다간 그대로 마수의 밥이 될 지도…….


아우, 정말 목소리, 너무 끔찍하다니까. 그 끔찍한 목소리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겁먹어 얼른 무릎을 꿇고 조용히 배의 중앙에 앉았다. 좁은 배라 중앙이나 끝이나 그게 그거였지만. 마치 끝이 없는 강 같다. 이 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아니, 잘 가고 있긴 한 건가? 저 뱃사공 사기꾼은 아니겠지? 설마 저승에까지 사기꾼이 있으려고.


-다 왔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얼른 내렸다. 물론 물에 발이 닿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면서. 왠지 닿으면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얼굴이, 표정이 보이지 않는 그가 마치 나를 보며 계속 웃고 있는 것 만 같거든.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동굴인데.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되는 걸까나? 그래, 저 흰 기체들도 모두 저 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어우, 저 목소리, 또 듣고 싶진 않으니 빨리 가야겠다.



***



지치지도 않네, 꽤나 한참을 걸었는데. 딱히 갈림길이 없었으니까 이 길이 맞긴 맞는 거겠지? 앗, 빛이다! 저 쪽이 출구인 모양이다. 하지만 저승은 전에 꿈에서 봤던 대로라면 어둠이 가득 차 있는 붉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낀, 엄청 무서운 곳이었는데. 후우, 하지만 저곳에 카인이 있어.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빛이 가까워진다. 이제 나가면……!


"엉?"

 

 

 

 

첨부파일 지옥으로_가는_계단.mp3

 

초 짧지요?!  다음편은 더 짧습니다. 젠장- 파트별로 음악 재생되게 하는 방법 없을까?!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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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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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1 ㅇㅅㅇ; 나도 음악 뭘로할까, 하다가 생각났어!
  • 작성자두르]산새 | 작성시간 09.01.11 뭘봤길래.. 놀랐을까여 그보다세뉴렌어떡해된건가여세뉴렌!!!!!!!!!!!!!@ㄲ임ㅇㅁㅁㄻㅎㅇ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1 ㅇㅅㅇ; [작가는 그저 긁적긁적]
  • 작성자[아노마라드]진일진문자 | 작성시간 09.01.12 쩝;;; 아직은 카인과의 만남이 ㅠ _ ㅠ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2 뭔가, 원래 가자마자 만나려했는데 쓰다보니 점점 먼우주로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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