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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36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9.01.10|조회수98 목록 댓글 18

 

 

 

 

 

"엉?"


나는 동굴에서 나간 뒤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새파란 하늘. 넓디넓어 끝이 보이지 않는 눈의, 은의 들판.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온통 눈이 덮여 있는 곳인데도 마치 아스트반인 냥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날씨 역시 매우 따뜻하다. 여기가 저승이라고? 전에 내가 봤던 곳과는 완전 다르잖아? 너무나도 평화롭고 조용해. 마치 낙원 같아. 저 멀리에 누군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설마 영혼인가? 하긴 저승에 영혼이 살지 누가 더 살겠어. 뭐, 뭐야,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일단 걸어봐야 하나? 하지만 난 진짜 영혼도 아닌데… 어쩌면 혼란을 일으킬지도 몰라.


"어이~ 아가씨. 살아있는 영혼이 여긴 무슨 일이야?"

"와악?!"


히익, 정말 놀랐어!! 나는 펄쩍 뛰며 고개를 돌렸다. 물빛의 긴 생머리, 눈부시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신기하게도 귀가 길고 뾰족하다. 이 남자는 영혼이겠지? 뭔가 신기해! 엄청나게 신비롭고 이질적인 느낌. 이게 바로 영혼이란 건가?


"저, 하데스님을 만나 뵈러 왔어요."

"헤에? 우리 폐하를? 무리야, 무리. 평소에 성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는 분이라고. 상당히 바쁘시거든."

"하지만 저는 꼭 만나 뵈어야 해요."

"왜?"

"그건… 만나야 할, 제 목숨을 담보로 살려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의 말에 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왜일까. 이 남자, 왠지 옛날에 마을에서 '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만났던 대신관님처럼 보여. 가벼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뭔가,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해. 저 금빛 눈동자, 너무나도 밝지만 한 편으론 너무나도 시리도록 차가운걸.


"아가씨 목숨으로 다른 사람을 살린다고? 그 사람 이름이 뭔데?"

"카인 블랙이요."


순간이지만 그 남자의 눈에서 빛이 반짝인 듯했다.


"흐응. 그 사람 본 적 있어. 근데 있지, 포기하고 아가씨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걸? 아가씨가 기특해서 해주는 말이야."

"안 돼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요. 괜찮으시다면 폐하께로 안내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는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시리디 시린 금빛 눈동자로 주변을 바라보며 다소 쓸쓸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놀라지 않았어? 저승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니."

"네. 제가 전에 꿈에서 봤던 곳은 이런 곳이 아니었으니까."

"헤에? 꿈에서도 본 적 있는 거야?"

"네. 거의 죽을 뻔 했을 때 이곳에 온 저를 카인이 다시 되돌아가게 해 주었어요."

"헤에. 그 안에서 잘도 힘을 썼네."

"네?"


이 남자, 역시나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아까 카인을 본 적이 있다고 했잖아. 그 안이라니. 대체 카인, 어디에 있는 거야?!


"하지만 저승은 본래 다른 세상, 즉 너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그림자야. 너희는 모를 걸? 너희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저승의 그림자가 더욱 깊어지고 있단 것을. 지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악마족의 사념이 깊어질수록 그림자가 깊어지고, 저승에선 그 그림자를 정화해."

"무슨?"

"결국 폐하는 커져만 가는 그림자를 없애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저승의 다른 편에 다른 세계를 만들어서 그곳에 그림자들을 모두 몰아넣고 대대적으로 정화를 하기 시작했지. 그 덕분에 자신의 생명을 날려버리신 모양이야. 때문에 자신의 후계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마침 딱 적절한 녀석이 저승에 왔다더군."

"설마 그게 카인?!"

"빙고! 잘 알아들어서 좋네!"

"그, 그래서 지금 카인이 어디 있단 거죠?!"


무슨 말이야, 카인이 하데스가 된단 거야?! 그럼 그는 영원히 여기에 있어야 하잖아. 아냐, 어쩌면 카인에겐 잘 된 일일지도? 하데스가 된다면 이곳의 왕이 되는 거잖아. 살아서 나가는 것 보다 오히려 좋을 지도 몰라.


"저-기 그림자의 세계에 있어. 사악함으로 가득 찬 어둠을 정화시키고 기억을 깨끗하게 지우고 있다 하는 게 맞겠지. 저승왕은 모두에게 공평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전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거든."


엉? 잠깐 기억을 지우다니?! 그건 안 돼! 왕이 되는 건 괜찮다 이거야. 그런데 왜 기억을 지우냔 말이야!


"안 돼요! 저, 그곳으로 가겠어요. 제가 그를 데리고 그곳에서 나올 거 에요!!"


나의 말에 그 남자는 알 수 없이 시린 금빛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 자의 기억은 어둠으로 가득해. 자신 역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겠지. 그런 기억을 지우는 건 오히려 그 자에겐 축복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것을 막고자 하는 건 아가씨만의 이기심일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괜찮아?"

"……."


그래. 어쩌면 나의 이기심일지도 몰라. 저 남자의 말이 맞아. 확실히 내가 카인이라도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떤 기억이든, 자신의 기억이란 건 소중한 것이라 생각해요. 아무런 기억 없이 이런 황량한 곳에 남아 저승을 다스린다니. 그건 꼭 인형 같잖아요. 하데스님 역시 지금은 어떠실 진 몰라도 처음엔 무섭고도 쓸쓸했을 거라 생각해요. 카인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줄 순 없어요!"


세릴이 그랬었지. 기억이 없는 건 너무나도 무서운 거라고. 슈렌 역시 자신만의 기억은 소중한 거라 했었어. 만약 내가 카인이라면 소중한 사람과 보냈던 기억만큼은 절대로 지우고 싶지 않을 거야. 거기다가 카인에게 허락을 받았단 말은 하지 않았잖아? 카인에게 묻고, 그의 의사를 듣고 싶어. 그 역시 기억을 지우고 싶다 한다면야 할 수 없겠지만 그 전엔 절대 안 돼. 나의 말을 듣던 그 남자는 처음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흐응. 뭐, 아가씨의 자격은 충분해. 분명 투시자의 별빛을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가씨가 그 그림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거긴 우리들조차도 가기 힘든 곳이야. 아마 발 딛는 순간 죽으려고 할 걸."


나는 그의 금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곳이라면 더욱 더 가야겠어요. 그런 곳에 있던 카인은 날 구해줬다고요. 카인을 그런 곳에 둘 순 없어요. 어떻게 하면 그곳에 갈 수 있나요?"


나는 그곳에 가는 방법을 모르니까. 하지만 반드시 카인을 데리고 나오고 싶어. 그런데 그는 갑자기 뭐가 재미있다는 듯 손뼉을 치더니 한쪽 눈을 싱긋 감아 보였다.


"으흥-. 기분이다! 내가 그 앞까지 이동시켜 줄게~. 가서 쭉 앞으로 걸으면 늙은 고목이 보일 거야. 그 세계의 근원인 아주 큰 나무지.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아가씨가 그토록 원하는 그가 있을 걸."

"그 나무라면……."


나는 그 꿈을 떠올렸다. 붉은 하늘. 검은색 구름. 가슴이 꽉 막힐 정도로 어둠에 가득 차 있는 공간. 그래, 그곳에서 봤었지. 엄청나게 큰 나무, 검은색의 잎사귀와 껍질을 가진. 그 나무가 그 그림자의 세계의 근원인가?


"네, 생각났어요."


이 남자의 말이 맞다. 그곳, 완전히 어둠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 역시 꿈에서였지만 그곳에 있는 것 자체로도 가슴이 막히고 너무나도 괴로웠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야 해. 그곳으로 가야만 카인을 만날 수 있는걸.


"헤에, 좋아. 마지막으로 물을게. 진짜 갈 거지?"

"네."

"그래. 정 못 버티겠으면 갖고 있는 별빛으로 신호해! 꺼내줄 테니까. 단, 그곳으로 다시 보내주는 건 불가능해."

"네."


그곳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나오지 않을 거야. 절대로!! 카인, 기다려요. 내가 갈게요.


"그 나무 안에 가서 결계를 부수고 그 자를 데리고 나오면 되~. 아, 우리 폐하의 결계, 꽤나 단단하거든. 조심하라고! 그럼 갔다 와, 아가씨."

"감사합니다!"


파아앗―.

 

 

첨부파일 은의_들판.wma

 

초짧습니다, 박수박수.

하아, 어째 내용이 점점 먼 우주로 가는 듯!!

오타, 및 기타 지적은 언제나 감사히 받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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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1 [무, 무서운 발언인듯!]
  • 작성자[아노마라드]진일진문자 | 작성시간 09.01.12 오오옷!! 해피앤딩을 기원하....지는 않고 슬픈 결말을 원하는 1人(퍽!!)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2 학, 이님, 이님... [저랑 취향이 비슷한걸지도!] 에헷,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J.Roa | 작성시간 09.01.13 저도 나르실리온에 기대하고 있는 건 오직 새드 엔딩 뿐입니다. 암요. 웃으면서 끝나면 지금까지 겪어 온 일들은 뭐가 되는 건가!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14 허억?! 로아님이다?! [퍼퍽] 결말은 현재 어느정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뭐 써봐야 알겠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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