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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가면 속 숨겨진 진의~[14]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02.27|조회수98 목록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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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란스럽게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축제를, 그 속에 북적이는 인파 속의 한 명이 되어 스며  들어간다. 그러고 나서 평소의 웃는 모습, 평소의 목소리보다 좀 더 들뜬 웃음과 목소리로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아끌며 마음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즐긴다.

 그것이 축제를 즐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간단한 방법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지막 축제의 밤을 맞이한 거리의 인파 속에서 그 간단한 방법대로 축제를 즐긴 노엘과 카인은 걷고 있었다. 노엘의 손에는 축제에서 산 몇 가지 물건이 든 봉투가 들려있었다. 여전히 카인의 주머니에는 노엘이 꽂은 붉은 장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에는 축제로 인해 들어선 쭉 들어선 노점상들이 마지막으로 물건을 팔기위해서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과 몇 몇 손님이 마지막으로 팔아치우기 위해 가격을 내린 노점에 들러 물건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즐거웠어.”

 별안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인파 속에서 걷던 노엘이 걸음을 문득 멈추고 봉투를 꼭 안아들고는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 이제 곧 주위 풍경이 말해주듯이 축제가 서서히 끝을 고하고 있었다.

 아쉽기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즐거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떠나보내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노엘은 우두커니 자리에 서서 아쉬운 표정을 자신도 모르게 짓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야.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시작되지 않았어.”

 그런 노엘의 태도에 어이없음을 느낀 카인은 문득 피식 웃고는 대꾸했다.

 단 한 번 몰래 성에서 나와 축제에 다녀온 터라 축제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카인은 알고 있었다. 이 축제가 끝남을 고하는 마지막 행사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단 한번 어린 시절 갔던 축제에서 우연히 보고 근처에 있던 평민들이 이 행사는 항상 몇 번이나 반복되는 축제 속에서도 마지막 행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빛나던 무대의 선율과 환상과도 같은 신비로운 아름다움.

 “보여주고 싶었어. 줄곧.”

 저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는 카인의 눈길을 노엘이 따라가자 거기엔 무언가가 보였다. 멀리 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곳에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그곳으로 시선을 향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시선을 끌 정도로의 뭔가가 있었다.

 “그럼 가자, 노엘.”

 문뜩 카인이 시선을 향한 곳에 시선을 빼앗아 넋을 잃고 바라보다보니 노엘은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카인이 재촉하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놀라는 모습에 카인은 미소 지었다.





 가까이서 본 풍경은 더더욱 말을 할 수 없었다. 환상인지, 꿈인지 아득히 저 먼 세계의 것.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모든 그곳에 있는 자들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을 거기서 뗄 수가 없었다. 금단의 열매를 먹어 홀려버린 타락자마냥 그것에 홀려버렸다.

 연극 무대에 서 노래하는 뮤즈(Muse)의 향연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그 환상과도 같은, 꿈을 꾸는 듯한 풍경에, 노랫소리에 홀려버리고 말았다.

 혼을 불태우며 목소리를 내는 뮤즈의 노랫가락은, 연극의 막이 열리고 나서 찾아들었다.


「먼 옛날, 아주 먼 옛날―. 대륙 북쪽의 추운 어느 왕국에 아주 현명한 왕이 있었다. 왕은 현명하여 나라를 잘 다스렸기에, 왕국은 평화로웠고 조용하며 백성들은 행복했다.」

 어두운 밤, 달빛만이 비치는 축제가 벌어지는 광장. 막이 내려져 아직 무대 위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목소리는 들려왔다.

 몽환적이면서도 나지막한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와, 지금은 실화인지 전설인 지도 알 수 있는 이야기. 잔혹한 동화. 「달빛 아래의 붉은 장미.」

 목소리가 멈춘 순간, 막은 올라가기 시작했고 달빛을 받은 무대에는 연극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언제까지 계속될 것만 같던 왕국의 평온은 깨져버렸다.」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내던 무대의 광경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나는 거울파편처럼 사라져갔다. 그리고 무대의 배경은 바뀌어져갔다.

 사라진 사람들. 오직 성 안 쓸쓸히 남은 둘. 왕국을 다스리는 현명한 왕과 왕의 아내 왕비. 그러나 왕의 얼굴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현군의 기색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사신의 낫이 영혼을 베어 사라져버릴 왕비의 손을 잡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약이나 그대의 병을 치료해줄 명의를 데리고 올 테니…….」

 아내의 죽음이 코앞에 닥쳐온 이 상황에서 그는 이성을 잃은 채 그때까지 왕비가 견디기만을 바라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에는 그 누구도 소식을 알리는 발걸음이 없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왕비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 왕은 좌절하고 또 좌절했다.

 그런 왕의 모습을 슬픈 모습으로 왕비는 누워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자신은 쓸쓸히 죽어 가리라는 사실을.

 그러나 차마 그녀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사랑하는 왕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두고 떠나야하는 아픈 마음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삭이면서 왕비는 마음속으로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나의 생명은 덧없이 꺼져가는 등불과 같다네.

   나의 육체는 움직이지 못하는 망가진 어릿광대와도 같다네.

   그림자는 소리 없이 다가와 죽음으로 날 이끌고―.

   당신의 목소리도, 아른거리는 얼굴도 망각의 강물을 마시게 해 앗아가겠지.

   기억은 점점 흐려져 가. 사라져.


   아직 당신과 이별을 준비하고 싶진 않은데―.

   아직 그 기억을 잃고 싶진 않은데―.

   어째서 이리도 신은 이렇게 잔혹하신 건가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은데―.

   고통을 주시나요?

   기억은 점점 흐려져 가. 흩어져서 사라져.」


 결코 왕에게는 들리지 않는, 다가올 죽음을 원망하는 왕비의 노래. 곧 목까지 다가와서 자신의 목을 겨누는 사신의 낫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점점 올바른 정신이 흐려져 감을 그녀는 느꼈다.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죽음에 대한, 신에 대한 원망과 증오뿐. 아직 많은 수명을 누리기도 전에 자신을 거두어가는 ‘그’에 대한 저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지금 그녀에겐 과거 신에 대해 가졌던 신앙도, 남을 생각하는 선(善)이라는 감정도 없었다.

 그녀를 잡은 왕의 온기도 잠시뿐. 그녀의 온기가 사라진, 한기의 손은 곧 미끄러져 내렸다.

 

 

 

안녕하세요? 소설 슬럼프 겪으면서 이제 좀 그럭저럭 풀리고 있어 소설 올립니다.

 

이제 좀 챕터가 끝나갈 만 하다싶으면 슬럼프가 오고, 스케일이 커지게 되서 끝이 안

 

보이게 되네요.

 

노엘하고 카인은 연극 끝나기전에는 등장을 하련지... 이정도도 겨우 썼습니다.ㅠ

 

슬럼프...슬럼프... 뒷내용 이제 좀 써내려가고 있어요.

 

달빛아래의 붉은 장미는, 왕국에 전해져내려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으로,

왕과 왕비의 이야기입니다. 잔혹동화같은 풍이 좀 느껴지실 거에요.

 

배경으로 첨부된 음악은 제가 왕비의 노랫가사를 쓰면서 들은 음악입니다.'ㅅ'!

 

그 멜로디와 가사를 함께 흥얼거려보세요.

 

ps. 오타,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은 환영합니다.

 

개학이 3월2일이라 급 우울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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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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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03 지금 헤어나와서 열심히 집필중입니다! 이번주에 글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ㅅ'!
  •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 작성시간 09.03.29 ~함을 느끼다...라는 표현은 국어에서는 좀 어색하지 않던가요. (착각인가...) 잘 봤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30 으음, 그닥 어색하지 않은 거 같이 전 느꼈는데...? 애매하네요.긁적-_-;
  • 답댓글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 작성시간 09.03.30 음. 흐려져 감을 느끼다 보단 흐려져 갔다라는 표현을 국어에서 더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요. (...)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31 끄응, 일단은 그냥 두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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