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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15]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03.20|조회수102 목록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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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고 어두운 한기가 내리깔린 복도가 방문자를 맞이했다.

 평소대로라면 복도의 촛대에 불빛이 복도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 이곳을 방문한 방문자의 시야를 밝혀주었겠지만, 지금 이 복도를 소유하고 있는, 이 성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에게 그런 한가한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는 방문자는 그런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방문자는 빛이 없는 이 어둠이 마음에 드는 지 입가에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쿡. 쿡.」

 복도에 난 창문마저 커튼으로 뒤덮어 흰 도화지를 검게 덧칠한 듯이 내리깔린 어둠과 자신을 감싸는 익숙한 한기가 그는 무척이나 좋아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를 이 복도의 누군가가 들을 리는 만무했다.

 「에취. 왜 이렇게 한기가 들지?」

 그리고 그 방문자의 곁을 스르르 스치듯이 자연스럽게 하인의 복장을 한 사내가 지나쳤다. 애초에 그 사내는 그 방문자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듯했다.

 은색의 나비가면 사이로 방문자의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눈빛이 그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이윽고 방문자는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 팔짱을 낀 그의 손에 어느새 들린 흑장미가 어둠에 무척 어울리면서도 그를 고귀하고 아름답게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면 사이 그의 붉은 눈동자의 시선이 복도의 끝으로 향하였다. 복도의 끝에 자리 잡은, 화려하게 세공되어있는 문.

 그의 붉은 눈동자에 남들이라면 보이지 않는 문을 감싸고 있는 가시 넝쿨이 투영되었다. 그것의 의미는 신을 원망하는, 이곳을 방문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의 것이라는 것.

 역시 자신이 예상한바 대로였다. 그곳의 주인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끼이익―.

 가시 넝쿨이 잠긴 문에 다가가 살짝 손을 대자 문은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아마도 잠글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리라.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남자, ‘왕’은 의자에 앉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왕의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지금 왕이 정상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신은 이렇게도 잔혹해.

   그대를 앗아가. 이렇게도 일찍―.

   잔인하게도.

   신 따위는 이제 믿지 않겠어.

   희망 따윈 없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에게서 그대를.

   빼앗아 곁으로 되돌리겠소.」


 세상에 대한 원망, 증오, 질투가 깃든 노래. 그런 감정밖에 남아있지 않은 ‘왕’은 이성을 잃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노래를 반복해서 부를 뿐.

 사락.

 왕의 모습을 지켜보던 방문자의 손에서 흑장미가 떨어져 내렸다. 왕비가 과거 누워있었던 침대로 떨어진 흑장미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맞은 편 의자에 앉아있던 왕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에 회답하듯이 아름다운 로우(Low)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당신을 구원할 수는 없어.

   아무도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줄 순 없어.

   당신의 소망은―.

   신으로부터 되찾는 것.

   이렇게도 일찍 그녀를 앗아간 그를, 원망하고 또 원망해.

   자, 그로부터 그녀를 되찾아오는 거야.

   영원히 당신의 곁에 함께 하기를 원해?

   그러면―. 나의 손을 잡아.

   그리고 바보 같은 자신을, 그녀를 지키지 못한 대가를 치르는 거야.」



 처음 보는 기괴한 옷차림의 남자―라고 왕은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를 감싸고 있는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그가 인간이 아님을 왕은 깨달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던 뇌리에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것이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왕은 확신했다. 이 초대받지 않는 방문자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는 것을.

 「네 녀석은 무엇이냐?」

 그러나 정체도 정확히 모르는, 수상한 자를 금세 신용할 수는 없는 법. 왕은 냉정을 되찾은 표정으로 눈앞의 방문자를 응시했다.

 「그것이 중요한가? 슬픔에 빠진 어리석은 왕이여.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쿠쿠쿠쿠쿡.」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슬픔에 빠진 왕을 조소하고 하찮게 여기는 경멸의 감정이 담긴 가면의 불길한 붉은 눈동자.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달싹이지 않는 입술 사이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왕의 뇌리에 직접 전달되어 울려 퍼졌다.

 방 안에 자리 잡은 유일한 초의 불빛이 팽팽한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키는 왕과 비례하듯 흔들렸다.

 「인간들은 나를 많은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중에서도 그대가 알아듣기 쉬운 이름을 쓰도록 하지. 나는 소위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다. 왕이여, 지금 그대가 진정으로 필요 하는 존재 아닌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며 ‘방문자’, 아니 ‘악마’는 줄곧 쓰고 있던 은색의 나비가면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커튼이 쳐져있던 방의 창문이 열리고 사라지는 어둠과 함께 달빛이 ‘악마’에게 스며들었다.

 악마의 눈동자와 같은 빛깔의 붉은 보름달. 그 붉은 빛깔이 스며든 그의 창백한 흰 손은 붉은 피를 적신 손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달빛과 함께 순식간에 불어 닥친 강풍.

 그 강풍이 멎은 순간에 ‘악마’는 왕의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 번 사라진 것은 되돌아오지 않아. 그대는 되돌리고 싶지 않나? 그것을.」


 「당신의 소원은―. 그것이잖아.

   어서 내 손을 잡아.

   선도, 악도 상관없잖아?

   어서 그녀를 되찾아와.

   영원히 함께 하길 원하잖아?

   

   당신의 소원은 단순한 것.

   그게 뭐가 나쁜가?

   당신의 소원을 내가 이루어주지.

   당신의 소원은 나만이 이루어줄 수 있는 것.

   모든 선을 버려. 버려.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질 테니까―.

 

 서서히 천천히 한 소절씩 느리게 뇌리에 스며드는 노랫소리. 노랫소리는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가는 잔물결처럼 메아리친다.

 뇌리에 퍼져 스며드는 노랫소리는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마저 집어삼키고 망각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선도, 신앙도 소용없어. 그대는 바라지 않는가? 그 자로부터 빼앗아 다시 되돌리기를.」

 왕의 눈동자에서 완전히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빛이 사라져간다. 악마의 목소리는 더더욱 강도를 높여 왕을 유혹하고 또 유혹해 조여든다.

 「계약을 하지 않겠나? 여자를 다시 보게 해주지. 자, 내 손을 잡아라.」

 멍하니 목소리에 이끌려,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는 인형과 같이 ‘왕’은 손을 올려서 눈앞의 ‘악마’가 내민 손에 손을 뻗어갔다. 붉게 물든 손이 그에 회답하듯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온 은빛카린입니다.

 

개학 크리 강하군요.ㅜ

 

미친 학교에서 간호학원까지 밤10시에 억지로 다니게 하는군요.

 

공부만으로도 벅찬데 학원은 땡땡이치렵니다. 어차피 제 돈 내는 거도 아니고.

 

소설 쓸 시간이 너무 없어서 개학후 소설이 진도가 안 나갑니다.

 

사실 이 부분도 예전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2학년이 이리 빡세다니...

 

ps. 그럼 감상평, 오타지적 덧글 달아주시면 감사드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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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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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27 전 여름방학도 없답니다.하하. 실습나가요.
  •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 작성시간 09.03.29 잠굴 -> 잠글. 악마와 계약하고 나은 아이는 데모닉이었다던가. (...)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30 오타 지적감사드려요. 전 데모닉을 읽은 적이 없어서...그건 잘 모르겠네요.ㅇㅅㅇ
  • 답댓글 작성자[부지기]네드발백작 | 작성시간 09.04.20 그런데 치의대로 기억하는데 간호학과도 다닙니껴...?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4.23 치의대는 아니에요.'ㅅ'! 어우!!! 전 치위생과다니고요. 간호조무사 따라고 간호학원 다니라고 해서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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