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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19]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10.16|조회수84 목록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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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꿈결과 같다. 그러나 꿈결과 같으면서도 모순되게도 현실처럼 생생하다.

 등장인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무대가 서있는 배우들의 동작 하나 하나가 숨을 멎게 만들고 그 노랫소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극, 「달빛 아래의 붉은 장미」. 지금 연극은 서서히 최고조의 긴박감에 치달아 있었다. 그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심장 떨림에 관객들은 무심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그것은 노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

 무대 위 쓰러졌던 왕비가 몸에 실이 감겨 조종되는 인형처럼 스르르 일어나며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 초점을 잃어 무의식으로 멍한 눈동자가 무언가의 자극에 움찔거리더니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 미소는 초식동물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미소 같았다.

 과다출혈로 피 웅덩이를 만들며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맥박이 약해져 죽어가는 왕의 모습을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훑었다.

 찾았다―. 먹잇감을.

 문득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그녀는 하고 있으리라.

 이윽고 그를 증명하듯이 서서히 피로 물든 두 손이 왕 이 있는 쪽으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창백한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맹수의 송곳니가 살짝 드러나 보였다.

 고개를 숙여 목에 들러붙어 피로 물든 머리카락을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부드럽게 애무하듯이 넘겼다.

 먹잇감을 먹기 전 생긴 잠시간의 유흥.

 푸욱―.

 살갗을 찢고 들어가 깊숙하게 송곳니가 박혔다. 왕의 몸을 끌어안고 있는 왕비의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려와 고인 피 연못에 동심원을 그리며 반복하여 퍼져갔다.

 “!”

 그 모습에 노엘은 조금 심정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 카인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같은 것을 왕비가 왕에게 하고 있었다.

 본디 인간인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린 카인. 그 과거의 모습이 지금 무대의 장면과 겹쳐지듯이 그려진다.

 그 뒤에 무엇이 이어질 지를 생각하며 노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몸의 세포들이 변화하며 인간은 서서히 피의 갈증에 몸부림치고 뱀파이어로 각성한다.

 그리고 완전한 뱀파이어로 살아가게 된다.

 지금 자신이 그랬듯이, 왕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사실 노엘은 이 연극을 알고 있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연극의 원본이 되는 이야기가 수록된 책을 누군가에게서 건네받아 읽은 기억이 있었다.

 악마로 인해 잔혹한 면모도 엿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붉은 장미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아니 동화였다.

 결말 또한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어린아이들의 동화에나 나올법한 행복하게 살게 되었습니다―와 비슷한 결말이었다.

 노엘은 그 책을 무척이나 신기롭고도 흥미 깊게 읽었었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선 그녀 자신도 애써 외면해오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노엘은 연극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뜨고는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연극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마음에 감도는 것은 불안.

 책과 겹쳐지는 연극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노엘의 마음 속 외면하고 있었던 불안을 서서히 상기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유혹으로 인해 왕비는 왕을 밤의 일족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왕비는 피의 굶주림에 이성을 잃어갔습니다.

 성에 있는 모든 하인과 시녀들을 참살하고 왕비는 귀족들마저 도육했으며 왕비로 인해 한 번 죽었다가 밤의 일족이 되어버린 그들 모두는 먹잇감을 찾아 왕도의 평민들을 공격했고, 또 공격받은 평민들이 먹잇감을 찾아 습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결국 왕도의 모든 이들은 밤의 일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중략―.

  밤의 일족들의 왕국이 되어버린 이 왕국을 왕과 왕비는 이끌었고, 긴긴 세월동안 그들은 평안하게 나라를 이끌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악마의 힘으로부터 벗어나 역사라는 이름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죽음이라는 안식의 잠을 허락받은 것입니다.」

 모든 밤의 일족의 시조. 그 강한 피가 흐르는 그들이 얼마나 살았는지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그들은 밤의 일족이 돼서까지도 함께했고 죽음조차 초월하여 함께했다. 같은 힘을 가진 같은 존재가 되어.

 하지만 노엘은 그럴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노엘은 본디 밤의 일족 중에서도 최상위층 중에서도 최고의 혈통을 물려받은 밤의 시조의 후예인 카인과는 달랐다.

 인간과 밤의 일족간의 절대적인 수명의 차이. 힘의 차이.

 함께 하기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밤의 일족이 되어 피의 굶주림에 평생을 시달리는 길을 택했다. 그러면 함께할 수 있으리라고.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노엘은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피를 마시고, 물려받은 피로 모든 힘이 결정 나며 심지어는 흐르는 시간마저도 태어나는 순간 결정되는 밤의 일족의 운명.

 아무리 인간에서 밤의 일족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였다고 해도 그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다.

 카인과 자신의 절대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벽. 투명하기만 했던 그 벽이 지금에서야 그 실체를 드러내며 마음을 옥죄여온다.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곁에 있겠다고 했다.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겠지.’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노엘은 믿고 있었던 모든 게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낀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다가 빛이 사라지고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리는 것 같은 절망을―.

 가슴이 짓이겨 뭉개져버리는 것 같다. 애써 카인이 동요를 눈치챌까봐 노엘은 굳은 표정을 억지로 웃어 밝아 보이려 하지만, 노엘 입가의 웃음은 동요가 눈치 챌 정도로 진심 어린 미소가 아닌, 아픔을 애써 참는 쓰디쓴 미소였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정말 또 1달여만에 올립니다.ㅠ

 

오늘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공부도 하고 여러가지 하다보니 쓸 시간이 없어서 소설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조금씩 써서 다음번에는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ㅠ

어중간하게 끊어버렸네요.ㅠ

 

ps. 오타지적,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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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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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17 지금 열심히 집필중이랍니다. 이제 좀 그동안 못 써서 잃어버린 감을 좀 찾은 거 같네요.하핫.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9.10.17 오오, 이게 얼마만이지!!! 잘 읽었어, 언니!! 항상 화이팅인겁니다요!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18 오랜만이야. 엘.ㅠ 요즘 도통 못 만나네.ㅠ
  • 작성자[레코]luxurypakour | 작성시간 09.10.28 처음들려보는데 1화부터 읽어봐야겠어여!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28 읽어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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