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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가면 속 숨겨진 진의~[20]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10.29|조회수83 목록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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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엘!”

 문득 고개를 숙이고 그런 모습을 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노엘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줄곧 자신의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카인이 무서운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이 바라보자 노엘은 한 번도 피한 적이 없었던 카인의 눈길을 피하고 말았다.

 더욱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것을 노엘도 하고서야 깨달았지만 노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면―. 이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어떤 빛으로 물들어버릴 지―.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지만, 그때의 행동을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주군’의 자리를 계승할 정도로 왕가에 있어서 최고의 혈통을 가진, 단 한 방울도 인간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밤의 일족의 왕자라는 사실을 싫어한다. 아니, 극도로 증오하고 극한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때까지 혐오한다.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부정하려한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은―, 더욱 더 그의 상처를 벌여 그 살에 생채기를 내는 것. 잔혹하고도 또 잔혹한 짓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노엘은 바로 대답하려했지만, 순간의 머뭇거림 후 대답한 것이라 더더욱 신빙성을 잃고 있었다. 처음의 무서운 눈빛의 카인도 그 모습에 눈빛이 누그러지며 노엘이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걱정하는 눈으로 노엘을 바라보았다.

 금세 이상한 상태의 자신을 깨닫고는 염려하는, 걱정스런 특유의 붉은 눈동자. 그런 진심어린 눈동자와 노엘은 마주할 수 없었다.

 애써 강한 척, 감정을 숨기고 있지만 자신 앞에선 유일하게 그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보였다. 실수라고는 용납되지 않는 차가운 이 어둠의 세계에서, 감정조차 숨긴 채 인형처럼 살아가던 카인이 오직 단 한 사람, 자신에게는 그 마음 속 시린 상처를 드러냈다.

 오직 단 한 사람, 믿고 마음을 여는 상대는 자신뿐이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시야의 세계에서 그 쓸쓸한 눈길과 마주하는 것은 자신의 눈동자뿐이다.

 “카인.”

 작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노엘은 그 이름을 읊조렸다. 고개를 숙인 채 의지하듯이 파르르 떨려오는, 자신의 어깨를 꽉 붙잡는 손길에 카인은 그에 반응하듯이 고개를 숙여 그 위태로운 눈동자와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노엘은 가늘게 떨려오는 두 손을 조심스럽게 카인의 뺨에 가져갔다.

 ‘…….’

 노엘의 손이 카인의 뺨에 닿고 그 감촉이 카인에게 전해진다. 그 감촉에 카인은 눈을 감았다.

 손을 따라 흐르는 혈관의 고동, 박동에. 억제하고 있던 갈구의 본능이 깨어나며 아찔한 감각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

 “카인?”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은 감았던 눈을 뜨고 나지막하게 무슨 말을 중얼거렸다. 그 말에 그 말을 듣지 못한 노엘이 반응하며 무엇을 말했는지 물으려는 찰나.

 노엘은 움찔했다. 카인이 뺨에 댔던 손을 약간은 거칠게, 뿌리치지는 않았지만 떼어낸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카인과 눈이 마주친 노엘은 카인의 표정과 분위기가 어딘가 급속도로 바뀐 것을 느꼈다.

 “노엘.”

 이윽고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카인의 변화에 조금 긴장해 시선을 피했던 노엘은 목소리에 카인 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러고 나서 노엘은 카인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

 차가운 시선.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 아니, 유리처럼 다른 모든 것은 투영하지만, 정작 본연의 모습은 투영하지 않는, 감정을 담지 않은, 유리처럼 날카로운 표정과 눈빛.

 “차가워.”

 그런 표정과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카인에 노엘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떤 의미로, 어떤 의도로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귀족들을 바라보던,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딘가 위화감을 조성하며 공포마저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런 눈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손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노엘은 손이 차갑다는 걸 뜻하는 걸 알았다. 애써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카인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손으로 시선을 향했다가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단순한 착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노엘은 문득 카인이 조금 화가 난 것 같다고 느꼈다.

 “안색도 좋지 않아.”

 여전히 의미모를 말을 하면서도 전혀 변화도 없는 카인은 보며 노엘은 더더욱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카인은 분명히 바로 이상하다면 이상하다고 말해온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뭔가 말을 돌려가면서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며 뭔가를 요구하는 것만 같았다.

 “…….”

 “…….”

 하지만 카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노엘 또한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카인에게 뭔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둘 사이 싸늘한 겨울바람이 휘감고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다. 노엘은 뭔가 무거운 분위기에 카인을 피해 고개를 돌렸고 카인은 여전히 노엘은 같은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둘 중 한 명이 뭔가 나서지 않으면 계속 그 분위기가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노엘은 지금 이 상황에서 나설 수가 없었다.

 이런 카인에게 뭔가를 묻거나 말하는 게 노엘은 어딘가 모르게 무서웠다. 아니면 카인이 빙빙 돌려 말하고 자 하는 바가 좀 전 자신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확신에 그 화제를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엘은 카인이 먼저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카인이 결코 알아야하지 말아야할 아까의 생각을 먼저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뭔가 이상을 눈치 채고 묻는 것이 두려웠다.

 “그냥 좀 피곤했을 뿐이야.”

 그런 노엘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애써 겸연쩍은, 자신도 어색한 웃음을 띠우면서 상황을 수습해보려고 하는 것뿐이다. 먼저 나서지 않으면 카인이 먼저 물어올 것이기에. 그것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

 대답에 카인은 아무런 말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까와 같은 태도를 유지할 뿐이었다. 아니, 다른 이 라면 그렇게 보았을지 모를 행동이었지만 그는 그를 잘 아는 노엘이라면 눈치 챌 만한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아까보다 약간이지만, 좀 더 차가워진 표정과 눈빛을 하고 있다.

 “아, 저기.”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보려고 하지만 노엘의 행동은 그의 표정을 더욱 굳게, 차갑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우물쭈물 하는 노엘의 말에 카인은 억눌러왔던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았다.

 거칠게 노엘의 두 손을 잡아 카인은 세게 꽉 힘을 주었다.

 노엘은 그 고통에, 아픔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저항하려고 했지만 그 힘에 눌려, 자신을 바라보는 그 차가운 표정에 그만 저항을 무의식적으로 멈추고 말았다.

 이윽고 그런 노엘의 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카인은 꽉 잡은 손 중 한 손을 놓고는 다른 한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노엘이 자신을 저항 없이 따라오도록 잡아끌었다.

 노엘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대답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어색한 느낌에 애써 주변을 바라보지만 소리가 차단된 무음 속에서 사람들은 입만을 금붕어처럼 뻐끔 뻐끔거리고 금세 변해가는 모습들과 함께 사라져갔다. 마치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금세 지워지는 것처럼.

 그렇게 노엘은 손을 잡아끄는 카인과 끌려가는 자신만이 이 거리의 풍경에서 잘라져 분리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노엘은 그 모습에 대한 한숨인지, 아니면 지금 마음 깊숙이 있는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선지 찬 겨울바람에 얼어가는 입술로 흰 숨결을 내뱉었다. 그러자 허공에 내뱉어되돌아온 숨결이 입술을 간질였다.

 그와 동시에 올라다본 하늘에는 하얗고, 하얀―. 순백의 물체. 짙고 푸른 밤의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 하늘에서 대지로 그 순백의 물체가 하늘거리며 내려오며 대지를 비추던 은색 달빛을 베어내며 구름으로 달을 가리는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하얗고 하얀, 순백의 눈이 대지에 내린다. 그 무언의 시작이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현재라는 운명의 수레바퀴의, 마침내 다가올 끝을 암시하기 시작한다. 조용하고 차분히, 곧 다가올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연상케 하면서―.

한때나마 달콤한 꿈을 꾸게 한 뒤―. 운명은 잔혹하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 직후 어느정도 분량이 생기고 잘 써진 듯 해 올립니다.

 

가끔씩 쓰다보니까 필력이 들쭉날쭉해서 한 문장도 안 써지고 지우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바로 몇 바닥씩 써내려가는 날이 있습니다.

 

다음번에도 빨리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노무 3챕터는 끝이 안 보이는군요.하핫.

 

ps. 오타지적,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 환영합니다.

 

독자 수가 많이 줄어서 우울합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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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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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31 응, 엘이도 소설 올렸으면 좋겠다.ㅎ
  • 작성자In.G.Roa | 작성시간 09.10.30 합, 역시, 역시 카린 님 밖에 없습니다~! 하하하하하!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31 로아님, 오랜만인 듯...ㅠ 정신없어가지고 소설 읽지도 못했습니다.ㅠ
  • 작성자히엔 | 작성시간 09.11.01 잘보았습니다!! 아아..역시 여기서의 카인은 공(...)이네요. 랄까..노엘의 기분을 알아줘 ㅠㅠ..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1.02 가끔씩 공 경향을 보이는 카인입니다...[...] 뭐 평소엔 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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