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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카린]]-피의 노래-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21]

작성자은빛카린|작성시간09.11.16|조회수266 목록 댓글 10

 

 

 

-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


 

 빛이 침식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이 점점 짙어가며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겨간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허한 무음의 복도.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복도에서는 그 누구도 없었다. 본디 있어야할 하인도 하녀도 아무도 없었다. 어떠한 기척도 숨소리도 없었다. 스산한 한기에 조용한 정적만을 머금은 채 조용히 복도의 촛불만이 흔들릴 뿐이었다.

 마치 그 곳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이,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과 고요함이 가득했다.

 와장창―.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모든 것을 깨며 복도의 저 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촛불의 불이 휘몰아친 무언가에 의해 일제히 깨지며 복도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그리고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에 방의 풍경이 투영되어가기 시작했다. 열려진 문 틈 사이로 복도의 저 끝, 짙은 어둠 속에 어둠을 꿰뚫고 은색의 빛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콰직―. 

 문 틈 사이로 은색 달빛이 시야를 물들이고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들이 소리를 내며 가는 모래알처럼 부서져 흩어져간다.

 은색 달빛에 반짝여 분자입자처럼 가늘게 부서져 흩어진 유리 파편이 살갗에 파고들어 붉은 선혈을 자아내며 동심원을 그리며 웅덩이로 퍼져간다.

 그리고 방에 펼쳐진 것은 붉은 핏빛 웅덩이와 흘러든 은색 달빛과, 흑과 백으로 점철된 세계였다.

 이윽고 그런 가운데, 열린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은빛의 달빛과 산산이 부서진 유리 파편 사이를 맞이하며 피 웅덩이의 한 복판에 그는 있었다.

 빛에 반사되어 흑과 백으로,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대치하며 빛나는 광기어린 두 색채의 말들. 꼿꼿이 서서 서로를 어떻게 할까― 온 힘을 대해 버티는 말과―. 이미 모든 생명을 다하고 허무하게 부서져 조각난 말들.

 흑과 백의 잔혹한 세계―.

 “하아.”

 으득.

 하지만 그 세계를 눈앞에 두고, 백으로 물든 말들의 주인, 루인 폰 크로스는 자리에서 일어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산산이 깨져 유리파편이 만연한 창문가에 있었다.

 언제나 차가운 이곳 대지의 밤바람이 깨진 창문 틈 사이와 열린 틈으로 스며들어와 그의 숨소리를 뽀얗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루인은 별로 그것이 신경 쓰이지 않는 듯 했다.

 다만 그는 이를 세게 꽉 다물고 조용히 입으로 숨을 내쉬며 깨져서 날카로운 창문을 손으로 꽉 부여잡아 기대고는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의 모습은 날카로운 창문 유리를 손에 꽉 쥐어 손에서 피가 떨어져 바닥에 피가 가득 고여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똑같아 보였다. 적어도 평소 그를 마중 들던 하인과 하녀라면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평소와 같다고 여겼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저 변덕스럽고 잔혹한 주인의, 본연의 모습이리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달의 조화일까? 오늘 그의 모습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이지만 미세하게 달랐다.

 기본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왕족 특유의 느낌이 사라져 있었다.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거칠고 가쁜 숨을 내쉬며 감싼 손 틈 사이로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소름끼치게 살아 움직이는 물결처럼 요동치는 광기어린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는 초조하고 다급해보였다. 창가에서 거칠게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한 손은 깨진 창문의 날카로운 부분을 꽉 부여잡고 고통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것도 잠시 이윽고 달싹이는 입술과 함께 그의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넘실대는 피바다 같은 그의 눈동자가 달빛과 함께 광기를 품기 시작했다.

 초조함과 다급함을 넘어선 광기어린 분노. 더 이상 감정을 억눌러 담을 수 없을 만큼 싸늘한 시림과 함께 찾아오는 분함.

 “으윽.”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인은 또다시 날카롭게 깨진 창문을 꽉 잡았다.

 심장이 불타는 듯이 가열되며 뜨겁게 타올랐다. 언제나 차갑게 식어있던 심장이, 지금은 온 몸으로 그 박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 통증이 온 몸을 잠식해 나가면서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정신을 저편으로 몰아내 그는 이내 새로운 통증으로 이 통증을 억제하려고 쥔 창문을 놓쳐버렸다.

 더 이상 몸이 힘이 들어가지가 않는 듯 그는 축 늘어져 창문 옆 벽에 몸을 기대었다.

 꽉 날카로운 창문을 쥐었던 손을 완전히 창문에서 거두어드리고 얼굴을 감쌌던 손을 뗐다.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며 온 몸에 준 힘을 풀자 통증이 눈 녹듯이 사라져갔다.

 통증이 어느 정도 나아지자 루인은 그 자리에서 움직여서 말들이 어지러이 늘어진 체스판 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놓인 체스판에서 자신의 말들이 있는 앞에 앉았다.

 그는 앉아서 체스판을 좀 더 탐색하며 살펴보았다. 아직 체스판은 중반이었지만 아무도 탐색만 서로 했을 뿐 게임의 판도를 좌우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땀범벅이 되어 들러붙는 순백의 흰 머리카락이 거치적거려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리고 체스판의 일이 또다시 질렸는지 루인은 금세 자리를 아까 있던 창가로 옮기었다.

 “정말 당신은 잔인해. 용납이라고는 없지.”

 아무도 없는 이 방에서 창가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루인은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하늘에 뜬 은색의 달로 향해있었다.

 “아름답게 빛나며 우릴 유혹하고는 정말로 잔혹한 짓을 하지.”

「달빛은 아무것도 비추지 못한다. 그저 그 곳에 있기만 할 뿐.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주지도, 그 아픔을 함께 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달빛은―.

 상처 입은 이의 마음을 어떻게 해주지도 못할 거면서, 그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생각나게 하고, 괴롭게 하고, 아픔을, 상처를 준다.

 마치 그들을 더더욱 고독이라는 영겁의 어둠속에 두려는 듯이―. 영원히―.」

 “특히 나한테는 더더욱 잔인하지.”

 정말로 증오스럽다는 붉은 눈동자로 그는 구름을 뚫고 나타나려는 달을 노려보았다. 또 다시 옥죄여오는 힘이 자신을 감싸며 속박하려들기 시작했다. 그 고통에 이젠 허탈한 웃음마저 나오려고 했다.

 은색 달빛이 순백 머리카락에 젖어들며 빛나기 시작한다. 자신은 또다시 아까 전과 같은 통증을 맛보며 가슴을 움켜쥔다.

 매번 이런 식이다. 자신에게 달빛은 성스러운 빛도 아니며 축복도 아니다. 자신에게 달빛은 그저 자신을 옮아 매며 괴롭히는 잔혹한, 증오스런 존재. 저주의 대상이다.

 달빛을 닮은, 순백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귀족들은, 어리석은 백성들은 모른다. 다만 새치 같은 혓바닥이 불러온 소문으로 그것이 저주받은 것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그들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달빛이 광기를 불러일으키며 고통 섞인 비웃음을 짓게 만든다.

 루인은 또 다시 얼굴을 감싼 채 소름끼치게 변모해가는 눈동자로 달을 노려보았다.

 잔혹한 저주스런 존재. ‘그것이 신? 웃기지마’라고 루인은 비웃고 또 비웃었다.

 자신을 낳은 순수혈통의 고귀한 어머니마저 미치게 만들고 자신이 본래 누려야할 모든 것을 빼앗은 것은 저것. 자신의 본래 운명마저 비틀어놓은 것은 저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와 같은 저주를 안겨준 것도 저것이다.

 달의 힘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밤의 일족 모두와 달리, 반대로 자신의 힘을 앗아가고 고통마저 주는 달빛의 저주―.

 “하지만 이제 곧이다.”

 운명이 곧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변화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건 지루한 체스 게임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 끝을 맺는 것도 곧이다.

 검은 킹이 체크 메이트 될 때까지―.

 이제껏 심심풀이로 조금 말을 움직였을 뿐이고 움직이지 않았던 자신이 움직일 때가 왔다.   검은 킹을 바라보며 그에 대한 자조 섞인 미소를 띠우며 그는 방을 나섰다.

 이윽고 천사같이 새하얀 눈이 은색 달빛이 비치는 가운데 조용히 흑과 백의 세계에 하늘거리며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10월 마지막주 뵙고 또 늦어진 거 같군요.ㅠ

 

정말 차리면 월요일이고 수업이고, 주말이고의 연속입니다.

 

3번째 밤 쓴 지도 오래됐는데 벌써 2009년 11월입니다.-_-

 

소설에 좀 더 시간을 들이고 싶지만, 피곤함에 쩔여 쉬는 데 바쁜 주말이고

 

평일은 힘듭니다.ㅠ

 

이 다음부터는 전혀 써두지 않았습니다. 언제가 될 지 저도 장담 못 합니다.-_-

 

참, 스킨 새로 제작했답니다... 눈이 펑펑...

 

남부지방 부산인 터라 눈이 올 리 만무하지만 눈 오면 좋겠네요.하핫.

 

ps. 오타지적,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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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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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1.17 바로 이미지에 삘 꽂혀 만든 스킨입니다. 새로운 스킨 제작한 거 모두 전체 목록에 올려놓았어요.ㅎ
  • 작성자[아노마라드]Borise&Daphne | 작성시간 09.11.17 우어어 스킨 멋있다아 ㅇㅅ ㅇ~~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1.18 이번하고 다음번 한 번 하고 나올 특별 스킨이랍니다.
  • 작성자[산스]風〃엘 | 작성시간 09.11.17 스킨 바뀌었다~ 예뻐!!! 오늘 부산에 30년만의 함박눈 왔는데, 봤어?! 새벽이라 놓쳤지만 !! 악) .......묘사... 묘사.... 멍)
  • 답댓글 작성자은빛카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1.18 아침에 보니까 눈이 쌓여있더라...'ㅅ'!!! 아침 창문 열었는데 깜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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