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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영화 <A.I.>에 대한 이동진평론가의 리뷰

작성자박효신|작성시간15.12.22|조회수8,075 목록 댓글 5

영화 <A.I.>에 대한 이동진평론가의 리뷰



누군가 에이아이를 리뷰해달라는 글을 봤어.
우선 이 글을 읽는 네가 아직 에이아이를 보지 않았다면 그냥 읽지말고 영화를 보고 온 후 다시 읽어줬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명깊게 본 영화라서 내가 리뷰를 하고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내가 이동진 평론가의 이 리뷰 이상의 리뷰를 남길 수가 없을 거 같아서
(이동진 평론가를 빠는 건 아님...ㅋㅋㅋㅋ 사실 나랑 취향이 꽤나 자주 갈리는 분이라서... 다만 이 리뷰만큼은 개인적으로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그냥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받아쓰기해본다.
내 리뷰가 아니라 이동진씨의 리뷰라서 자유게시판에 올림.


(포스터 문구도 정말 좋아.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먼저 대략적인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이건 인공지능이 개발된 먼 미래의 이야기야.
기본적인 청소로봇부터 시작해서 창녀로봇, 남창로봇에 이르기까지 온갖로봇들이 즐비한 시대인데
어떤 박사가 로봇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 있는 로봇" 데이비드를 만들지.
그리고 데이비드는 한 가정으로 입양이 돼.
그 가정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이 있는데 그를 고칠 수 있는 치료약이 개발되지않아서 훗날 그 아이가 치료받을 수 있을 때까지 냉동되어 있는 상태야.
데이비드는 감정을 가진 로봇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매우 사랑하게 돼.
하지만 아들 역할도 잠시, 냉동되어있던 아들이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서 데이비드는 숲 속에 버려지지.
하지만 데이비드는 예전에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떠올리며 

"내가 진짜 인간이 된다면 어머니가 나를 다시 사랑해줄거야."라고 믿고
길에서 만난 남창로봇(주드 로)과 함께 마법의 힘을 찾아 수몰된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하지만 도착한 뉴욕에서도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하고 기능이 정지되어버려.
(에필로그)

그리고 2000년 후, 모든 인간이 말살된 어느 날 다시 재생된 데이비드는 외계인의 도움으로 단 하루동안 어머니를 만나고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로봇으로서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돼.




이게 대략적인 스토리고 지금부터는 이동진 평론가의 감상에 대해 얘기해줄게.
우선 그가 매긴 별점과 한줄평이야.

정말 흔치 않은 5점 만점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고작"이라는 꽤 많은 사람에게 동의를 얻지 못할 극찬이야.
그에 대한 이유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언급을 2009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했어.
그 부분을 말해줄게.
매우 길거야


***

(이동진) 스필버그의 영화 중에 어느 영화를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바로 에이아이에요, 저는. 의외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를 그렇게 평가 안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스필버그가 좋은 영화가 많지만, 최고로 잘 만든 영화가 뭐냐가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에이아이를 꼽을 거 같아요.

자기가 어떤 사람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단점까지 사랑하게 되잖아요. 

심지어는 그 사람의 장점만으로 이루지 못한 완전성을 그 사람의 단점때문에 완성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유희열) 좀 모자라보이는 것도 사람을 완성시켜줘요.


(이동진) 맞아요. 분명히 그래요. 이 에이아이에서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것은 라스트씬이에요. 

이 영화의 라스트씬은 영화가 개봉됐을 때 분위기가 기억이 나는데, 

국내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평이 그랬었고, 사족이다, 라스트씬이 영화를 망쳤다, 는 평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 에이아이의 라스트씬이야말고 가장 에이아이적이고 가장 스필버그적이며, 

제가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굳이 말하면 이 영화의 단점인거죠.

(유희열) 굳이 말하면 이 영화의 단점인데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이동진) (스토리설명중략)

세상에서 제일 슬픈 걸 생각해보면 버려진 아이의 눈물인 거 같아요. 

그런데 이 아이가 생각을 해보니까 어렸을 때 엄마가 맨날 해준 이야기가 피노키오 이야기였거든요. 

피노키오가 결국 나무토막으로 만든 인형이 인간되는 이야기잖아요, 푸른 요정을 만나서. 

그래서 엄마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 선결조건이 인간이 되는 거니까 먼 여정을 떠나죠.

(스토리설명중략)

이렇게 진행되다가 라스트신이 나오는데.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44분이나 돼요. 

굉장히 긴데, 아까 그 비평가들이 사족이라고 말했던 에필로그 부분이 20분이나 돼요. 

그 부분을 빼면 딱 일반적인 영화의 2시간인거에요. 

그러니까 공격하기 딱 좋죠. 누가 봐도 사족처럼 보이잖아요.

(스필버그에 관한 대화 중략)

에이아이의 엔딩이 있기 바로 직전에 소년이 자기를 만든 공장에 가게 돼죠. 

공장에 가서 봤더니 자기가 사실은 유일무이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자기랑 똑같이 생긴 너무 많은 제품이 있고 자기는 시제품이었던 거에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사랑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좌절스러울 수 밖에 없고 결국 깊은 바닷속으로 빠지게 돼죠.

거기서부터 시간이 정말 오래 흐르죠. 극 중에서는 2000년이 지나요. 

여기가 이제 라스트씬이 되는데. 외계인인지 로봇인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나타나서, 

바다 밑에 가라앉아서 2000년동안 혼자 있는 이 로봇 아이를 끄집어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 아이의 수천년을 갖고 온 꿈이 '어머니랑 너무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근데 데이비드와 함께 있던 테디 로봇이 있었어요. 

이 로봇의 손에 쥐어져있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첨단 과학 기술을 갖고 있는 이 외계의 존재들이 엄마를 복제해주는 거죠. 

근데 복제기술의 한계 상 엄마는 하루정도 밖에 복제가 안되는데요, 그래서 이 이아이에게 엄마와의 하루를 선물하는 거죠. 

같이 하루를 보내요. 영화 속에서 굉장히 밝게 표현이 돼요.

그런데 영화속에서 엄마가 "얘야 오늘이 몇일이니?"하고 질문을 해요. 

데이비드가 뭐라고 하냐면 "오늘은 오늘이에요(It's... today.)" 라고 대답을 해요. 

그니까 극 중에서는 하루지만 사실은 영원인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끝나게 되는거죠.

그렇게 보면 이 부분은 굉장히 부가적이게 느껴질 수 있어요. 

멋지게 진행되어왔는데 왜 굳이 아이를 살려서, 거길 또 굳이 아이가 인간이 되고싶어하는 꿈을 들어주고, 그것도 2000년 뒤에 외계인의 존재까지 집어넣어서.

근데 저는 이 장면이 너무 좋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게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라고 생각하구요. 

비록 그 아이가 인간이 아니고 로봇이지만, 로봇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는 거죠.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영화의 종반부는 과잉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 심장인거죠.

영화에서 미학적인 완성도, 드라마의 정밀함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어요.

미학적인 완성도보다는 스필버그한테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더 중요했던 거에요.

(유희열) 본인도 알지만

(이동진) 그렇죠. 훨씬 더 매끈하게 만들 수 있었겠죠. 

막 얘기하면, 이것이 실화는 아니지만 예술을 망치고서라도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건 거죠. 

사실 예술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우는 아이 눈물 닦아주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 라스트가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요.

***




이게 이동진 평론가의 감상이었어.
부디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끝까지 읽는 일이 없었으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걸 읽어줬으면 하지만
만약 안 보고 읽었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 봐줬으면 좋겠어.
이건 스토리를 알고 말고랑 상관없이 뭐 굉장히 눈으로 볼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은 영화거든.
특히 "뉴욕으로의 긴 여정"이라고 짧게 표현한 부분이 엄청 스펙터클해서 읽고 봐도 충분히 재밌을 거야.

아무튼 이 감상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받아쓰기해봤어.
길지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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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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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엠구삼 작성시간 15.12.22 남창로봇 존잘?
    농담이고 이 영화는 볼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영화야 흑흑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박효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22 핵존잘 인정... 이미 살짝 머리 벗겨지기 시작할 즈음이지만 핵존잘 핵핵존잘
  • 작성자Iris 작성시간 15.12.22 ㅜㅜㅠㅠ아 이리뷰 정말 좋다 눈물이 울컥하네 봤던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 답댓글 작성자박효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22 사실 예술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우는 아이 눈물 닦아주는 게 더 중요하죠. 이 말이 너무 감동적이지 않아? 그래서 난 이동진 평론가 감상 듣고 바로 한번 더 봤어ㅠㅠ
  • 작성자언어영역 5등급 작성시간 15.12.28 어릴 때 DVD 대여점에서 부모님이랑 여러번
    빌려 본 기억이 나는군요:)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숲?
    같은 곳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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