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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의 (예비)교사로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작성자노고지리|작성시간18.01.19|조회수11,325 목록 댓글 811

참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어떻게 보면 과열된 양상까지 보였던 이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잠잠해진 상황인 듯 합니다.

생각을 정리할 겸 하여 이런 부분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해보면 어떨까 해서 몇 자 글을 적습니다.



1. '이름'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


  우리는 모두 '이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이름 안에는 대상에 대한 속성과 기능, 본질, 사회적 가치, 사회적 이미지, 관습, 문화 등이 집약되어 있고 그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안의 여러 부서 중 하나인 교육연구부는 그 이름에 나타나듯이 학생들의 학습이 원활하기 위한 교육 상황이 충실하게 일어나기 위하여 어떠한 교육이 어떤 과정과 방법을 거쳐 누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여러 담론들을 중심으로 기능하며, 사회적으로도 그런 기능에 대한 기대를 받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제 열정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공교육 안에서 차별에 대한 교육을 해나갈 때, '페미니즘 교육' 과 '양성평등 교육'에 대한 이름도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그것이 받는 사회적 기대와 이미지, 교육 과정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입니다. 무언가를 나타내고 대표하는 이름이란, 분명한 무게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적 영향력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는 이름을 정할 때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져야만 합니다. 그 내용과 본질이 어디에서 출발했든지 상관없이, 이름에 의해서 내용과 본질이 변질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2. 공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사교육에서는 특수하거나 지엽적인 영역에 대하여 교육하는 것이 자유롭지만, 적어도 공교육에 와서는 반드시 학생들에게 최대한으로 다양한 사례와 상황을 제시해주어야만 합니다. 이는 학생에게 자유로운 선택권과 주체적인 책무성을 부여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다 넓고 유연한 사고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는 한 주제에 대하여 찬반을 나누어 토론을 시키더라도, 때때로 서로의 입장을 바꿔 토론하게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2차면접에서 하는 '추가질문'이 그런 목적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겠죠.

  무언가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공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에 대해서 가르칠 때, 그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고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학생들에게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교육 시간에 제한이 있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교사가 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공교육의 이상적 목표를 말할 때는 이런 부분이 포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교육에서 지엽적 교육은 최대한 지양해야만 합니다.



3. 자기 가치관에 대한 믿음


  우리는 모두 믿음 위에 살아갑니다. 이는 비단 종교의 영역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 이념 등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본 것들, 들은 것들, 경험한 것들, 배운 것들 등을 통하여 우리는 내면 속에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는 믿음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나와는 다른 믿음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나가게 되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그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상관없지만, 그 방향성이 크게 다를 경우에는 참 많은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만 하는 것은, 내 가치관과 의견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처럼, 자신의 의견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그냥 다양성이 공존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존 가운데에서 좀 더 설득력 있고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시대의 주류를 형성합니다. 

  제가 이에 대한 글을 적는 것은 사회적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는 굳이 몇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 둘, 셋의 이야기들이 모여 점층적인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지금 당장 상대방의 의견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는 조급할 필요도, 분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말했다시피 그 내용이 소중한 가치를 분명히 가지고 있고, 명료한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그 빛은 언젠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4. 교사가 한 속성의 커뮤니티에만 머물러 있는 것


  우리는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사고를 이루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사부터 그런 태도를 가지고 가야겠죠. 그렇기에 저는, 하나의 커뮤니티에 머물면서 자신의 관점을 형성해나가는 것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목을 위해서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든,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든 그 목적성을 은근하게, 혹은 뚜렷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난 커뮤니티는 그런 목적성 아래 자신들의 문화와 관습을 형성하게 되고,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커뮤니티의 경우 상당히 배타적인 가치관과 의사소통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의 구성원은 자신도 모른채, 그 문화와 가치관에 조금씩 물들기 마련입니다.

이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처럼요.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관없겠지만, 적어도 교사의 자리에 서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속성의 커뮤니티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여초든 남초든 상관없이요. 한 커뮤니티 안에서만 정보를 얻고 사고를 형성한다면, 상당히 배타적인 태도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라면 이런 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5. 토론이나 토의에서는 감정적이나 비아냥 등의 행동을 지양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이나 토의의 첫번째 목적은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무너뜨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서로의 의견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결론을 내기 위해서 사고의 스파크와 유연성,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그 첫번째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토론이나 토의에는 '난 맞고 넌 틀렸다'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자원의 한계로 인해 가치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가?'의 개념을 다룰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 활동 안에서 감정적이거나 비아냥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토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 활동 안에서는 그저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뿐입니다. 설득에 실패한다고 해서 훼손되어버릴 가치라면 애초에 토론의 장에 나타나지도 못하겠죠.

  물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그 목적이 '상대를 이기고자 함'에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더불어 자신의 의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빌려 토론에 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습니다. 서로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개인의 사고를 넓히지도 못하고 변명과 모순을 양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솔직함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토론의 중요한 예의 중 하나입니다.



6.  우리의 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각자의 가치관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기서 행동은 거창하거나 커다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내 의견을 솔직히 말하기, 있는 자리에서 정정당당히 살아가기 등 기본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거창한 이념을 꿈꾸느라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가치를 삶 속에 녹여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자신은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교사도 이에 포함이 되겠죠. 어찌되었든 우리는 삶 안에서 일종의 자기 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아는 것과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최대한 일치할 때 그 사람의 삶은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니 한번쯤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이전에 앞서서, 자기 삶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이에 대하여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지만, 함께 노력해나간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7. 우리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틀 간의 과열된 의견 교환의 상황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참 오랜 시간 달려야만 했습니다. 학교와 학원, 입시, 취업 등에 대해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경쟁과 노오오오력 속에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개인의 삶 속에서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 수험생들도 그렇죠.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계속해서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 삶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요.

  저는 그렇기에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배려와 위로는 우리 사회 안에서 반드시 유지되어야할 인격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아픔을 들어주는 것에 대하여 쉽사리 동조해주지 못하더라고, 그 사람을 존중해주기를 바랍니다. 힘든 사람에게 너 왜 내 힘든 이야기를 이렇게도 안들어줘? 라고 비판하는 것은 괜한 갈등만 나타낼 것이니까요. 참으로 아픈 세대입니다.



주저리주저리 긴 글이 쓰였습니다.

사실 한 번 날려먹어서 ㅠㅠㅠㅠㅠㅠ

그럼에도 이렇게 다시 쓰는 것은, 함께 지나가듯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주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보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해서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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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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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만수르 작성시간 24.03.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밥그릇 작성시간 24.03.12 좋은글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어요
  • 작성자빔콩 작성시간 24.04.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고양양양시 작성시간 24.04.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계란331 작성시간 24.04.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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