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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연산군일기(연산41권7년)

작성자山房山(榮國)|작성시간11.05.05|조회수926 목록 댓글 0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7),연산군일기

 

연산 41권, 7년(1501 신유 / 명 홍치(弘治) 14년) 9월 17일(임진)

 

유자광이 서거정의 저술에 대해 상소하다

유자광(柳子光)이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서거정(徐居正)이 저술에서, 신이 한명회(韓明澮)의 부도(不道) 죄를 다스리기를 청한 일에 대하여 갖은 말로 신을 헐뜯었으니, 모르겠으나 서거정은 감히 한명회에게 부도 죄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까? 그 저술에 어째서 도리어 신이 속여서 상소했다고 하는 것입니까? 한명회는 성종(成宗)을 가리켜 신하로서는 도저히 입밖에 낼 수 없는 크나큰 부도의 말을 했고, 정희 왕후(貞熹王后)2956) 에게 청하여 정권을 성종께 돌려서는 안된다고 했으니, 명회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때는 한명회의 권세가 두려워서 비록 대간일지라도 감히 의견을 남김없이 말하여 처벌하기를 청하지 못했는데, 신이 홀로 분연히 몸을 돌아보지 않고 누차 글을 올려서 법에 의해 조치하기를 청했던 것입니다. 성종께서도 신에게 죄가 있다고 하지 않았고 대간도 또한 신을 그르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옛날에 공자는 벼슬을 그만두고 노(魯)나라에 살면서도 오히려 목욕을 하고 이웃 나라의 도적을 토벌할 것을 청했는데, 하물며 신은 하찮은 공로가 있어 나라와 더불어 휴척(休戚)2957) 을 같이하고 있으니, 한명회의 죄를 다스리는 것은 본래 그 직분(職分)입니다.

무오년2958) 에 윤필상(尹弼商)·노사신(盧思愼)·한치형(韓致亨)과 신 자광(子光) 등이 김종직(金宗直)과 김일손(金馹孫)의 변란을 상고했는데, 난신 적자(亂臣賊子)2959) 의 부도(不道)의 죄악을 반드시 대간이어야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서거정이 신에게 군상을 속이는 상소를 했다고 저술로 신을 헐뜯은 것은, 서거정이 한명회와 더불어 어릴 때부터 함께 유학(遊學)했고 그 교분이 매우 가까워서 한명회가 있는 것만 알고 조정이 있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니, 서거정이 저술로 신을 헐뜯은 마음은 한명회의 부도한 마음과 부합되는 것입니다. 만약 서거정을 옳다고 한다면 군부(君父)에게도 부도한 사람이 무엇인들 두려워하겠습니까? 서거정의 글을 증거로하여 신의 죄를 얽는 사람은 또한 서거정·한명회가 있는 것만을 알고 조정 군신의 분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서거정이 한명회의 마음으로써 자기 마음을 삼아서 저술로 신을 헐뜯은 것이 바르고 그름을 가리소서. 바르고 그른 것이 이미 가려지면 한명회의 부도한 죄와 서거정의 저술의 잘못이 자연히 환하게 드러날 것이니, 누가 능히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여 신의 죄를 꾸며 법망에 끌어넣을 수가 있겠습니까. 대체로 신의 죄를 꾸며 만드는 것은 모두 이와 비슷하니, 신은 적이 원통합니다.

서거정의 저술에, 또 신더러 권세에 붙어 요행히 맹부(盟府)2960) 에 참여했다고 말한 것은 무슨 일입니까? 무자년2961) 에 신이 병조 참지로 있었고 신승선(愼承善)이 참판으로 있었는데, 그 해 9월에 세조께서 승하하여 재궁(梓宮)2962) 이 빈소에 있었습니다. 남이(南怡)가 몰래 흉도들과 결탁하고, 강순(康純)은 전조(前朝)2963) 때 반란을 일으킨 정중부(鄭仲夫)의 전기(傳記)를 찾아 읽고서 조정을 경복시키려는 계획이 기일 이미 임박했는데, 뜻밖에 그 계략이 신에게 누설되어, 신은 반역 사실을 듣고 곧 창황히 말을 달려 빈소 옆에서 상주하였으니, 그때가 2경(二更)이었습니다. 그 날 밤에 신승선(愼承善)이 마침 내병조(內兵曹)에 입직하였는데, 예종(睿宗)이 놀라고 동요하여 신과 신승선에게 명하여 대궐 안에 경계를 펴고 시위군(侍衛軍)을 조처하여 남이(南怡) 등의 일당을 매우 많이 잡았고, 모두 법에 의하여 죄를 다스렸습니다. 예종(睿宗)께서는 논공(論功)할 때에 신을 첫째로 삼았고, 신승선을 그 다음으로 삼았으니, 신은 권세에 붙어 요행으로 맹부(盟府)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무릇 귀와 눈이 있는 경향의 온 나라 사람들이 어느 누가 이를 몰랐겠습니까. 산천(山川)과 귀신도 또한 응당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며, 하늘에 계신 종묘 사직의 열성조의 신령도 환하게 내려다보셨을 것입니다. 하물며 인수대왕 대비(仁粹大王大妃)2964) 는 몸소 이 변란을 겪으셨는데,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서거정은 어떠한 간사한 사람이기에 신을 가리켜 권세에 붙어 요행으로 맹부에 참여했다고 저술에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공론이라 핑계하고 신의 죄를 꾸며 만들게 하는 것입니까?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서거정의 저술의 바르고 그릇된 것을 가리소서. 그릇되고 바른 것이 이미 가려지면 신의 죄없이 당한 원통함을 풀 수 있을 것이니,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살펴주소서.

신의 전복[鰒]을 진상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미나리를 바치는[獻芹] 정성2965) 이 염두에서 솟아나왔기 때문입니다. 신이 사옹원(司饔院)2966) 의 노신(老臣)으로서 우연히 공무로 출행했다가 대낮에 전복을 가지고 진상한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조종(祖宗) 때에도 대신들이 모두 사사로이 진상했다 합니다. 세조(世祖) 때의 정승 구치관(具致寬)은 청백(淸白)과 도덕이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으나 집에서 빚어 만든 맛있는 술을 끊임없이 진상했으며, 세종(世宗) 때의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은 문장과 도덕이 세상에 모범이 되었으나 사사로이 두부(頭腐)를 진상했다 하니, 그것이 모두 심술의 욕심에서 나와 세종과 세조께 무엇을 요구하느라고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그 당시에도 구치관과 변계량의 심술이 바르지 못하다고 논박한 일이 있었으니, 전하께서 살펴 주시기를 삼가 바라옵니다.

신은 나이가 지금 63세이므로 죽을 날이 멀지 않아, 밤중에 자지 못하고 손가락을 꼽아 가며 평생 일을 세어보았습니다만, 가정에서는 불효한 행실이 없었고 나라에서는 불충(不忠)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다만 타고난 성질이 고지식하므로 나라의 은혜에 감격하여, 젊었을 때부터 늙을 때까지 남의 악한 것을 보면 숨김없이 말하고 남의 잘못을 들으면 숨김없이 알렸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혼자서 행하여 형상이 외롭고 남의 싫어하는데 부딪쳐 원수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천안(天安) 지방의 사람들은 또한 김종직(金宗直)·김일손(金馹孫)의 옥사가 신으로 인하여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칼과 화살로 신을 쏘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밖의 원수들이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매양 마음이 싸늘해집니다. 만약 성명이 위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신이 어찌 지금까지 성명(性命)을 보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서거정의 저술의 바르고 그른 것을 가리소서. 그리고 신을 논박하는 사람이 만약 한명회의 부도(不道)한 죄를 죄가 아니라고 하고, 서거정의 저술이 본받을 만하다고 말하거나, 또 구치관과 변계량의 심술이 바르지 못하다고 말한다면, 신은 마땅히 할 말이 없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삼가 살펴주소서.”

[註 2956]정희 왕후(貞熹王后) : 세조 비 윤씨. ☞

[註 2957]휴척(休戚) : 기쁜 일과 슬픈 일. ☞

[註 2958]무오년 : 1498 연산 4년. ☞

[註 2959]난신 적자(亂臣賊子) :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불충한 무리. ☞

[註 2960]맹부(盟府) : 충훈부(忠勳府)의 별칭. ☞

[註 2961]무자년 : 1468 세조 14년. ☞

[註 2962]재궁(梓宮) : 임금의 관(棺). ☞

[註 2963]전조(前朝) : 고려. ☞

[註 2964]인수대왕 대비(仁粹大王大妃) : 덕종비 소혜 왕후 한(韓)씨. ☞

[註 2965]미나리를 바치는[獻芹] 정성 : 보잘것 없는 미나리를 바친다는 말. 곧 윗사람에게 물건이나 의견을 적어 바칠때의 겸칭. ☞

[註 2966]사옹원(司饔院) : 궁중의 음식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관아. ☞  

 

                                                                      - 終 -

 

                                                           - 이어서 중종실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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