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11). 숙종실록 (1818년3월)
숙종 9권, 6년(1680 경신 / 청 강희(康熙) 19년) 4월 27일(병술)
대신들에게 역모를 평정한 공신을 추서하도록 명하다
비망기(備忘記)에 이르기를,
“아! 예로부터 역란(逆亂)이 어느 시대인들 없으랴만, 역적 허견(許堅)과 역적 이남(李柟)과 같이 심한 것은 아직 있지 아니하였다. 역적 허견은 당국(當國)의 수상(首相)의 아들로서 죄가 쌓이고 악이 차서 후일의 주살(誅殺)을 면하지 못할 것을 스스로 알고서 드디어 겨레붙이가 많은 가까운 종친(宗親)과 체결(締結)하여, 이미 폐지된 체부(體府)를 회복하고 힘이 센 무사(武士)를 뽑아서 안에서 거사할 것을 계획하고 협둔(峽屯)의 군사를 등록시켜 밖에서 습격할 것을 도모하였으며, 아비의 권세를 훔쳐서 형세가 이미 커지자, 남(柟)을 호위하여 대궐에 들일 계책이 강만철(姜萬鐵)의 두 번째 초사에 나타났으며, ‘호복(胡服) 차림으로 아비를 위협하겠다.’는 말이 또 이경의(李景毅)의 공술(供述)한 데서 나왔으며, ‘궁중(宮中)에서 순종하지 아니하면 먼저 한두 대신(大臣)을 수감(收監)하겠다.’는 말에 이르러서는 흉악한 꾀를 헤아릴 수가 없으니, 역적의 형상이 낭자(狼籍)하다. 남(柟)의 형제는 모두 인조 대왕(仁祖大王)의 친손(親孫)으로 효종(孝宗)께서 궁중에 거두어 기르신 은혜를 입었는데, 성품이 어리석고 흉악하여 보답할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고서 신분에 넘치는 소망을 몰래 도모하여 망령되게 대위(大位)를 엿보면서 역적 허견·이태서(李台瑞)와 더불어 왕래하며 사귐을 맺아, 피를 마시고 같이 맹세한 서문(誓文)이 모두 있으니, 그 흉역(凶逆)한 형적을 살피면 진실로 회남(淮南)과 무안(武安)의 일2461) 보다 심함이 있다.
이제 정원로(鄭元老)의 상변(上變)을 힘입어서 그 괴수를 죽여 없애고, 그 나머지 무리들은 모두 국청으로 하여금 아뢰어 의논해 귀양보내고 처벌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모두 종사(宗社)가 몰래 도우고 제신(諸臣)이 힘쓴 공이다. 내가 국조(國朝)의 고사(故事)를 살펴보건대, 강순(康純)·남이(南怡)의 난(亂)2462) 에 이미 익대 공신(翊戴功臣)의 공훈(功勳)을 기록한 일이 있고, 이 뒤에 평난(平難)2463) ·영국(寧國)2464) 에 모두 역란(逆亂)을 죽여 없앰으로써 훈(勳)을 정하였다. 지금도 공신(功臣)을 감정(勘定)하지 않을 수 없으니, 대신과 여러 신하는 모두 잘 알아서 유사(有司)에게 분부하여 거행하게 하라.”
하였다.
[註 2461]회남(淮南)과 무안(武安)의 일 : 회남은 한(漢)나라 왕자인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인데, 무제(武帝) 때에 반역을 꾀했다가 처형되었고, 무안은 무안후(武安侯) 전분(田蚡)인데, 무제의 외삼촌으로 권세가 성(盛)하여 무제의 미움을 받고 유안과 공모하였다는 이유로 처형되었음. ☞
[註 2462]강순(康純)·남이(南怡)의 난(亂) : 예종 즉위년(1468)에 유자광(柳子光)이 남이를 무고하여 일어난 옥사(獄事)를 말함. 이때 유자광의 무고로 국문을 받던 남이가 고문에 못이겨 강순이 함께 모반에 가담했다고 발설하자, 두 사람이 함께 사형되었음. ☞
[註 2463]평난(平難) : 선조 22년(1589)에 정여립(鄭汝立)의 난(亂)을 평정한 일을 말함. 이때 박충간(朴忠侃) 등 22인에게 평난 공신(平難功臣)의 훈호(勳號)를 내렸음. ☞
[註 2464]영국(寧國) : 인조 22년(1644)에 회은군(懷恩君) 이덕인(李德仁)을 추대하여 난을 일으키려 한 심기원(沈器遠)의 역모(逆謀)를 평정한 일을 말함. 이때 구인후(具仁垕) 김유(金瑬) 등 8인에게 영국 공신(寧國功臣)의 훈호를 내렸음. ☞
- 終 -
- 이어서 정조실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