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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칼럼

정치와 평화의 본디 뜻, 그리고 교육과의 관계 톺아보기

작성자(사)한국평생교육사협회|작성시간23.03.14|조회수55 목록 댓글 0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이다. 이 의미대로라면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활동을 하는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제한될 수 있다. 실제로 정치를 그리고 정치를 하는 사람을 이렇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정치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제한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전적 의미는 부적절하고 부족하다.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개념으로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을 제한하고, 사람들이 일방향적인 내용과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자발적 동의를 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지배헤게모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정치는 소수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소수의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政治)라는 말을 풀어 보면 정치의 뜻이 새롭게 나타난다. 정(政)의 뜻은 ‘바로잡다’이다. 비슷한 글자인 정(正)의 뜻도 ‘바로잡다’라는 것이 있다. 정(政)과 정(正)이 ‘바로 잡다’라는 뜻을 같이 가지고 있다. 치(治)는 ‘다스리다, 바로잡다, 공평하고 올바르게 하다’을 뜻하고, ‘다스려지는 일이나 그 상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정(政)과 치(治)의 뜻을 살피면 정치(政治)는 ‘바로잡고, 공평하게 올바르게 하고, 그렇게 다스리거나 다스려진 상태’를 말한다. 삶과 사회에서 패인 것을 메우고, 구부러진 것을 펴고, 기울어진 것을 제대로 가누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행동과 실천을 통해 바르고 공평하며 올바른 상태를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정치는 평화(平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평화의 사전적 의미는 ‘평온하고 화목함’이다. 그런데 이 사전적 의미는 정치의 사전적 의미와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적 개념으로서 지배헤게모니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온하고 화목한 느낌의 상태라는 제한적인 영역만을 지적하고 있다.

 

평화라는 글자를 풀이해 보면 가려져 있던 평화의 뜻이 드러난다. 평(平)은 ‘평평하다, 다스리다, 바로잡다, 바르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화(和)는 ‘화하다, 서로 응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유사한 글자인 화(化)는 ‘되다, 모양이 바뀌다, 고쳐지다 따르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평(平)과 화(和)의 뜻을 이으면 평화(平和)는 ‘기울어지거나 패인 것을 바로잡아 다스려 바닥이 고르고 높낮이가 없게 하다’의 뜻이 된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평화는 삶과 사회에서 패인 것을 메우고, 기울어진 것을 제대로 가누는 것을 가리킨다. 기울어지거나 패인 것을 바로잡고 다스리는 것을 통해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정치와 평화가 기본적으로 서로 중첩되고 같은 뿌리를 가진다는 맥락에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평화가 너르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바로잡아 평평하게 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보다 집중된 영역에서 바로잡고 공평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평화를 농사라고 한다면, 정치는 밭농사, 논농사 등으로 이해해도 된다. 그렇지만 밭농사와 논동사 등의 합이 농사이고, 농사는 밭농사와 논농사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농사는 단지 밭농사와 논농사의 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밭농사가 바로 농사이고, 논농사가 농사의 모습이다. 농사가 밭농사이고, 농사가 논농사이다. 농사(農事)가 ‘곡류, 과채류 따위의 씨나 모종을 심어 기르고 거두는 따위의 일’이라고 할 때 왜 농사를 짓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사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맺으며 자연을 살리고, 인간세와 다른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다른 세계를 살린다. 이러한 살림이 농사의 본질이다. 콩을 심을 때 구멍을 파고 콩 한 알을 넣지 않고 세 알을 넣어, 한 알을 새가 먹고 한 알을 땅의 벌레가 먹고, 한 알을 싹이 나고 커서 사람이 먹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치와 평화는 다양한 모습과 다채로운 색깔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평화가 단지 삶과 사회에서 패인 것을 메우고, 구부러진 것을 펴고, 기울어진 것을 제대로 가누는 행동과 실천을 통해 바르고 공평하며 올바른 삶과 사회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정치와 평화에 주목해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정치와 평화를 주목하고 실천하는 것은 정치와 평화가 인간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다른 세계를 살리는 상태를 생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인간화를 이루는 그것이며, 이것이 교육이다. 정치와 평화의 뜻을 알고 정치와 평화의 행동을 하여 인간화를 이루는 것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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