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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암을 다녀와서

08월25일, 오늘의 이름은 金요일.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9.06|조회수126 목록 댓글 0

 

 

 2017.09.05.. 백중날 흐리더니 비가 몇 방울 어느 법문처럼 뿌리더라만

 

 

 

 

 

  0825, 오늘의 이름은 요일.

 

 

 

 

 

  오늘의 이름은 프라이데이Friday.

 

 

 

 

 

  어렸을 적 읽어본 책 가운데 흥미진진했던 종류로는 모험소설이나 탐험소설인 18세기 영국소설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공상 소설이었던 지저여행’, ‘해저 이만 리’,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등이 강한 인상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중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백인문명과 백인 식민담론이 작동하는 문제가 많은 텍스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백인문명과 기독교문명의 우월성을 드러내면서 텍스트 속에서 이 같은 식민담론을 구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구의 문명의 우월성을 앞장세워 원주민들을 식인종으로 취급하고, 원주민의 종교와 의식을 미신과 야만풍습으로 간주하는 서구식 일방주의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재미나 흥미로만 따져본다면 많은 상상력을 동반해주는 신나는 소설이었다. 로빈슨 크루소에서 주인공이 원주민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해주고서 그에게 프라이데이Friday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운명의 그날이 프라이데이Friday였기 때문이지만 그 이름의 의미는 아마 자유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새벽515분이면 조금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잠에서 깨어난 머릿속은 투명하게 맑아져서 다시 잠에 들 것 같지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운 채로 귀에 들려오는 맨해튼의 소음과 어둠에 천천히 적응해가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객실 천장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시간이라면 지금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백 년 전 이 건물과 주변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환경環境이나 풍경風景은 어떠했을까. 내가 백여 년 전에 맨해튼에 들어와 살았더라면 나의 후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미국인으로 살고 있었을까. 그랬을까. 내가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순간순간의 현실이 혹시 누군가의 과거過去이거나 가상현실假想現實은 아닐까. 아무리 잘 보아줘도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고 부자유스럽고 불안한 모순덩어리인 현재가 어떻게 끊임없이 이어져가고 있을까. 인간의 의지와 분별력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동력動力이 아니라 착각錯覺과 환상에 집착하는 욕망欲望이 세상이라는 가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가상假想에서 영원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현실이 열망하는 종교란 환상幻想과 망상妄想의 덩어리는 아닐까. 어언간於焉間 그대로 잠에 다시 들었더라면 다른 일정이 계획되었겠지만 그런 상태로 삼사십 분가량이 지나가자 이제부터는 뭔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가라앉히고 조용조용 침대에서 일어나 고양이 세수와 붕어 양치질만 하고 옷을 갈아입고 문밖을 나섰다. 호텔 밖의 새벽 기운은 가을이 이미 우리 주변에 와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늘 한편이 부옇게 동이 터서 이내 맨해튼 하늘 전부를 빛으로 도배塗褙를 해버렸다. 오늘 새벽에는 어디로 갈까 하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E51번가를 따라서 왼편으로 주욱 걷다가 브로드웨이를 지나고 8th Ave와 만나면 그곳에서 가까운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 광장과 브로드웨이 주변을 돌아보고 나서 시간이 가능하다면 4년 전에 묵었던 W.22nd stGEM 호텔까지 충분하게 걸어 다니면서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그때 대략 닷새 여 동안 돌아다녔던 주변의 경관들을 내가 얼마나 제대로 기억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 그럼 또 새로운 아침을 향해 싱싱한 출발이다.

 

 

 

 

 

  뉴욕 방문의 첫 번째 날이었던 어제 새벽보다는 하루라는 적응시간이 으쌰! 하고 힘을 내고 있는 것인지 확실히 맨해튼의 길과 거리의 모양과 모습을 더 분명하게 볼 수가 있었다. 호텔 앞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가로줄 E.51번가를 따라 곧게 걸으면 세로줄인 3rd Ave, Lexington Ave, Park Ave, Madison Ave, 5th Ave, 6th Ave, 7th Ave, Broadway, 그리고 8th Ave를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대략 시간은 25분가량 걸리고 가로줄인 Street와 세로줄인 Avenue가 만나는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무언가 분위기가 바뀌면서 풍광이나 경치에도 부드러운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시간대별로 길에서 보이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빛의 양에 따라 바뀌어 간다. 아직 도로위에 어둠이 남아있을 때 처음 보이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고단한 아침을 망연茫然히 해결해야하는 지친 사람들이거나 작업복을 입고 청소를 하는 분들이다. 그 다음으로는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젊은 남녀이거나 빌딩이나 건물의 현관문을 담당하는 근무자들의 모습이다. 그러고 나서 얼리버드Early bird에 해당하는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남보다 앞서 일찍 출근길을 서두르는 직장인들과 집에서나 입는 평상복차림에 일찍 동네 마실을 다니는 잠 없는 영감님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시간대가 되면 백팩이나 가방을 맨 부지런한 여행자들이 손에 지도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을 한다. 시내버스나 대형 트럭이 주로 돌아다니던 것이 어느 순간 도로 위의 차량이 갑자기 불어나며 소음의 양이 두어 단계 상향 조종이 되면서 부산하고 정형화된 아침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밤이 되어 도로와 길들이 어둠에 묻힐 때까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도시의 풍경들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자에게 낯선 곳이나 낯선 장소의 밤길은 위험할 수도 있으나 새벽길은 사실 매우 안전하다. 밤과 새벽의 어둠은 같은 종류의 어둠이 아니라 어둠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새벽의 어둠은 허탈 아니면 희망이지만 밤의 어둠은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성품이 나쁘거나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게을러서 언제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새벽에는 나쁨이란 없다. 단지 있다면 희망이든가 허탈이 있을 뿐이다.

 

 

 

 

 

  맨해튼의 세로줄 8th Ave에 조금 못 미쳐 만나는 Broadway에서 방향을 바꾸어 예닐곱 블록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맨해튼의 중심부인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가 나온다. 뉴욕에 올 때마다 몇 차례씩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 눈이 금세 알아보았다. 철 계단 뒤 우뚝 선 대형 전광판에는 일곱 개정도의 광고영상이 반짝이고 있는데 여전히 삼성과 현대자동차 광고가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타임스 스퀘어도 그냥 빌딩에 둘러싸여있는 비좁은 광장일 뿐이었다. 그곳에서도 구태여 무엇인가를 찾고 싶어진다면 아마 그것은 희망 아니면 허탈일 것이다. 역시 새벽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잠시 선채로 전광판의 광고를 몇 차례 스마트폰으로 찍어보았다. 그리고 주변 유명한 건물들도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런데 나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내 눈을 통해 머릿속에 영상을 남기는 방식에 익숙한 것인지 스마트폰의 셔터를 누르다말고 한참씩 건너편 대상들을 쳐다보고는 했다. 언젠가 다시 꺼내어 써먹을 만큼 필요한 것들은 머릿속에 각인을 시키는 방법으로 상황설정을 해놓고 시선을 차근차근 쏘아 보냈다. 그런 뒤에 한 바퀴를 빙 둘러보고는 7th Ave를 따라 W.42th번가에서부터 West Street 숫자를 하나하나 줄여가면서 아래쪽을 향해 걸어 내려갔다. 그렇게 걸어 가다보니 W.28th번가 부근에서 아침7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예전에 묵었던 GEM 호텔의 주소는 300 W.22nd번가에 위치하고 있으니 Pod51 호텔로 돌아갈 시간을 감안한다면 오늘 아침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왼편으로 바꾼 뒤 몇 개의 사거리를 지나쳐 Park Ave까지 간 후에 그 길을 따라 이제는 줄곧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을 통과하고 멧 라이프빌딩을 지나서 숙박소인 Pod51 호텔에 도착을 했다. 호텔 현관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프런트데스크로 가서 쌓아놓은 USA TODAY WEEKEND 한 부를 집어 들고 로비의 엘리베이터 실 앞으로 다가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USA TODAY를 찬찬히 쳐다보았더니 왼편 상단에 THE NATION’S NEWS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리고 주말 판은 발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측 상단에는 AUGUST 2527, 2017이라고 찍혀있었다. USA TODAY THE NATION’S NEWS라는 의미는 미국 5대 신문인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엘에이 타임스 등이 지방을 토대로 시작되어 발전했고 현재도 그런 성향이 강하다면 USA TODAY는 전국을 무대로 발행하는 중앙지 개념의 신문으로 유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딸아이를 오전10시에 호텔에서 만나 함께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했으니 이제 씻고 준비를 하면 되었다. 새벽부터 아침에 이르는 나만의 여정이 여기에서 잠시 멈춰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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