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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암을 다녀와서

08월26일, 오늘의 이름은 土요일.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9.09|조회수104 목록 댓글 0

 

 

 2017.09.08.. 햇볕은 쨍쨍 문자판은 탁탁

 

 

 

 

 

  0826, 오늘의 이름은 요일.

 

 

 

 

 

  오늘도 어느 순간 기억속의 과거가 되겠지.

 

 

 

 

 

  새벽에 두어 차례 눈이 떠졌으나 최소한 오늘과 내일은 새벽 나들이를 나가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고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훤한 아침을 맞았다. 진즉 일어난 서울보살님은 나의 잠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가만히 누워서 스마트폰을 켜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면서 시간을 물어보았더니 오전10시가 거의 되었다고 했다. 꼭 침대에 오래 누워있다고 해서 피로가 모조리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잠이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일어나 TV를 켜보았더니 온통 강력한 허리케인 하비 이야기였다. 그리고 잠깐 잠깐 이벤트 홍보성 방송도 보였다. 다름 아닌 메이웨더와 멕그리거의 대전을 띄우는 내용들인데, 그것을 듣고 있다 보면 특정집단들이 언론과 방송 등 대중매체Mass media를 통해 대중을 어떻게 선동을 하고 어떻게 대중의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지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사실 엊저녁 딸아이 아파트에서 잠시 쉬는 동안에도 토요일 밤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코너 멕그리거의 대전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딸아이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 중에서도 이 시합에 돈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누가 이길 것 같은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예전에 유도선수들과 씨름선수들을 각각 다섯 명씩 조를 짜서 한 번은 유도 룰로, 또 한 번은 씨름 룰로 시합을 한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유도 룰로 했을 때는 유도선수들이 41패였고, 씨름 룰로 시합을 했을 때는 씨름선수들이 41패로 이겼었다. 그런데 시합을 보면서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선수들이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면 각각 5승이 나왔어야지 정상적인 승부라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어느 경우이든 유도선수들이 넘어질 때는 꼭 허리를 비틀어 매트바닥에 등이 아닌 어깨나 옆구리가 먼저 닿도록 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인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유도선수가 기술에 걸려 넘어질 때 매트바닥에 등이 바로 닿으면 한판이고, 어깨나 옆구리 쪽이 닿으면 반판이니 넘어지는 방법이나 기술에 따라 시합이 끝날 수도 계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씨름에서는 어깨가 먼저 닿든 등이 먼저 닿든 매트바닥에 무릎 이상 부위가 닿으면 승부가 끝나기 때문에 씨름에서는 불필요한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운동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특성이 강해서 동일한 선수일지라도 어떤 룰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선수의 능력이나 기량이 전혀 달라져버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번 메이웨더와 멕그리거의 대전은 손에 권투용 글러브를 끼우고 권투 룰을 적용해서 시합을 한다고 하니 내가 보기에는 이미 승부가 나있는 시합이라고 생각을 했다. 권투와는 타격방식이 전혀 다른 격투기 선수인 멕그리거 입장에서는 킥도 사용할 수가 없고 무릎이나 팔꿈치 공격도 할 수가 없는 권투 룰을 따라야하니 두 발을 묶고 두 팔만으로 시합을 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정상급 권투선수인 메이웨더와 10회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아마 각 회전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방송 때문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경기 결과로 예정된 승자인 메이웨더가 3,000억 원 이상, 그리고 져도 당연히 돈을 버는 멕그리거가 1,000억 원 이상 수입을 올렸고 시합 주관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렸을 터이니 결과적으로 유명세의 얼굴을 앞장세워 뻔한 내용의 뻔한 결과를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라는 거품으로 화려한 포장을 해서 대중들 주머니만 털린 셈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중매체Mass media를 상업용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권이나 권력을 위해 사용을 할 때는 더욱 교활狡猾해지고 더욱 선동적煽動的이 되어 대중의 집단 광기狂氣를 일으키도록 유도나 조작이 얼마나 가능한가하는 것들은 파시즘, 나치즘을 대표로하는 국수주의나 전체주의 혹은 군국주의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들로부터 크게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얼룩진 상처로 남아있다고 본다.

 

 

 

 

 

  거의 오전11시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섰다. 딸아이 아파트에 도착을 하면 브런치 먹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겠지만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인 오전10시 풍경을 놓쳐버렸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다. 맑고 푸르고 선선하고 찰랑이고 가을을 향해 공중이 풍선처럼 부풀어있는 좋은 날씨였다. 딸아이 아파트에 들려 차를 한 잔 마시고 난 뒤 밖으로 나와 근처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벽 한쪽으로는 바가 있고, 키 높은 스툴이 있고, 홀 안으로는 검거나 짙은 회청색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또 바깥 처마 아래 테라스에도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풍경에 몸을 담그고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브런치 레스토랑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지 않고 흰색이나 회청색이나 베이지색으로 둘러싼 벽과 천장, 그리고 소탈하고 서민풍이면서도 어딘지 세련된 분위기가 오랜 연륜 속에 녹아들어있는 듯한 소도시 맑은 천변川邊의 낡은 카페 같은 이런 레스토랑은 음식도 꼭 그런 맛이 날 것만 같았다. 먼저 딸아이 설명을 듣고 사진으로 확인을 하고 음식을 시키는데도 항상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면 딸아이가 시킨 음식이 제일 맛나게 보였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한 입씩 먹어보면 또 사실이 그러했다. 그건 그렇더라도 내가 봐서 좋아 보이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시켜먹었다. 어떤 때는 사진과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너무 짜거나 양이 적기도 했지만 서로 다른 것을 시켜 골고루 나누어 먹어본다는 점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이렇게 즐겁다가도 식사대금 결재를 하고 뒤이어 계산서에 팁을 또 써놓고 레스토랑을 나올 때면 그 즐거움들이 30% 정도 감소가 되고는 했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를 마치고는 가까운 센트럴파크로 서서히 걸어갔다. 센트럴파크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이십 분이면 충분할 만큼의 엎드리면 코 닿는 거리였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도 있었지만 대체로 나무와 나무, 숲과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다녔다. 돌아다니다보면 광장이나 연못, 분수대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주변에 있는 벤치에 사람들이 한가로이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광장 한 모퉁이나 분수대 옆에서는 길거리 악사들이 연주를 하기도 했고 커다란 비누방울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나 기계체조를 선보이면서 용돈을 벌고 있는 젊은 흑인들도 보였다. ‘나는 뉴욕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데 정말 계속 공부를 더하고 싶어요.’ 라는 피켓을 세워놓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는 씩씩한 여학생도 보였고, 계단으로 들어가는 타일모자이크가 유명한 굴다리라는데 그 안에서 커다란 기타를 치고 있는 중년의 음악가도 보였다. 우리가 굴다리를 통과할 무렵 기타 줄을 튕기면서 The Godfather Love Theme을 치고 있었는데 정말 기타를 잘 친다고 생각을 했다. 더욱이 굴다리 안의 울림이 좋아 음악이 몇 번이고 귀안에서 살아 돌아다녔다. 굴다리에서 나와 다른 관광객들처럼 분수대 앞에 앉아서는 딸아이와 서울보살님과 사진도 찍었다. 나중에 이 사진을 서울보살님 스마트폰 얼굴화면으로 올려놓았는데, 젊고 예쁜 딸아이 옆에 앉아 웃으면서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서 이제 어쩔 수 없는 할아버지 분위기가 슬며시 풍기고 있어서 세월이 지나간 흔적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으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또 일어나서 걷다가 작은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햇살을 쬐면서 구름과 물과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원래 오늘 오후 일정은 어제 오후에 취소를 했던 브루클린 돌아보기였는데 센트럴파크의 시간들이 좋아서 계속 머물러있기로 했다. 센트럴파크에서 나와 담 옆의 벤치에 앉아 5th Ave 길 건너편의 프랑스 문화원 건물을 쳐다보면서 놀았다. 오늘 오후에 프랑스 문화원에서 결혼식이 있었다는데 성장을 한 프랑스 하객들의 옷차림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히브리어까지 오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유태인 할머니도 만났고, 가만 앉은 채로 5th Ave를 지나다니는 몇 백대의 차량들도 공짜로 구경을 했다. 그것도 싫증이 나자 이번에는 벤치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저녁식사를 하러 가자고했다. 물론 이번에는 공짜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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