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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암을 다녀와서

08월26일, 오늘의 이름은 土요일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9.09|조회수208 목록 댓글 0

 

 

 2017.09.09.. 토요일 하늘이 슬슬 미세먼지의 계절을 알려주고 있다 

 

 

 

 

 

  0826, 오늘의 이름은 요일 2.

 

 

 

 

 

  맨해튼의 두 얼굴인 낮과 밤.

 

 

 

 

 

  요즘 식당에 가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먹기 전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한바탕 사진부터 찍은 후에 식사를 하는 모습을 종종총 보게 된다. 요즘의 시세時勢를 읽어볼 수 있는 경향傾向이나 유행流行, 곧 시대의 흐름이자 시대정신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런 모습은 나이나 성별, 당파를 초월해서 음식점에서뿐만이 아니라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든지 공통된 현상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여행기旅行記나 기행문紀行文, 또는 답사기踏査記를 보게 되면 현장이나 주변의 풍경, 인물 등의 사진으로 줄줄이 채워져 있어서 기행문이나 답사기라기보다는 여행 사진첩이나 답사사진자료라고 해야 더 정확한 이름이 될 것 같다. 본래 여행기旅行記나 기행문紀行文에는 적다, 쓰다라는 뜻이 들어있어서 무언가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 것들을 열심히 적고 쓴다는 뜻이다. 그리고 적고 쓰는 행위 안에는 소감, 정보, 시간의 변화, 느낌, 감동이 들어있어서 그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글로 표현해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오감五感을 통해 받아들인 오묘한 느낌이나 감동을 글로 표현해내는 전통방식의 기행문이나 답사기에 비해 요즘 여행문이나 답사기는 오직 시각視覺에만 의지하여 보여주기 정보전달에만 주력을 하기 때문에 누구의 기행문이나 답사기를 막론하고 양식과 내용이 거의 똑 같아서 이제는 그런 종류의 여행정보나 안내글에서는 라는 말을 제외시킨 새로운 명칭을 붙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사실 라는 글자 안에는 적다, 쓰다 라는 뜻 외에도 경서의 주해, 도장이나 인장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고, 라는 글자 안에는 적다 쓰다 라는 뜻 외에도 벼리, 세월, , 도덕, 규칙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는 상서로운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래 여행기나 기행문이 만남과 접촉을 통한 마음의 울림이나 느낌에 의한 세상과의 소통보다는 관광지의 형태, 유명 맛집이나 먹거리 탐방 위주로만 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도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여행자들이 음식이나 미각전문가들이 아닐 텐데 여행지나 관광지의 과거와 미래를 두루 관통하고 있는 문화적 전통이나 역사적 사실보다는 유독 시각視覺과 미각味覺에만 정성을 들이고 있다면 비주얼 감각세대의 균형 잡힌 역사의식歷史意識과 삶을 정립하는 가치관價値觀의 추가 조금 가벼워지든지 어느 한편으로 살짝 쏠려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해서이다.

 

 

 

 

 

  센트럴파크 담 옆 벤치에서 훌쩍 일어나 지금 가고 있는 레스토랑은 실은 오늘 오전에 가서 식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딸아이가 물어왔던 음식점인데 바비큐전문점이라 브런치로는 좀 무겁지 않겠느냐고 해서 저녁식사 때 가기로 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일반적으로 바비큐는 미국 남부지방의 대표 음식 중 한 가지인지라 몇 년 전 테네시 주의 멤피스에서 먹었던 바비큐가 금세 머릿속에 떠올랐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항공사에서 급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딱 24시간이 연착되는 바람에 멤피스에서 하루를 더 지내게 되어 패라이튼 부부와 함께 가게 되었던 멤피스 명물이라는 바비큐 전문점은 우선 검고 붉은 톤의 레스토랑 분위기가 뉴올리언스의 낡고 붉은 벽돌 카페를 연상시켜서 기분을 상승시켜주더니 주요리가 나오자 진한 소스와 감칠 맛 나는 고기와 푸짐한 양은 오감이 즐겁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불현듯이 멤피스의 바비큐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기대에 찬 얼굴로 머지않아 도착했던 레스토랑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서울보살님에게 물어보고서야 겨우 기억을 해냈다. ‘MIGHTY QUINN’S BBQ‘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자로 slow smoked Barbeque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레스토랑 바깥쪽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맨해튼 2nd Ave의 여유 있어 보이는 토요일 오후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에 딸아이가 엄마 아빠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골라 듬뿍 들고 나타났다. 머니머니 해도 양이 많고 푸짐한데다가 시장기가 돌고 있는 배를 다스리기에 충분할 만큼 시각적視覺的으로도 미각적味覺的으로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결국 서울보살님과 딸아이는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종이팩에 싸가지고 와야 했지만 뉴욕의 첫날밤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던 THE SMITH에 이어서 마음에 꼭 드는 레스토랑이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났더니 오후7시부터인가 시작한다는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코너 멕그리거의 대전이 생각났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하듯 천천히 걸어서 딸아이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간단하게 씻은 뒤 소파에 앉아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벽걸이 TV를 켜보았다. 돈 냄새가 풀풀~ 풍겨오는 요란한 경기의 시작과 끝은 알겠는데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하는 호기심을 발동시키면서 화면에 떠오르는 영상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부터 본 경기가 시작되어야할 순간이 지났는데도 홍보화면이 실황방송으로 바뀌지 않고 계속 화면을 정지시켜 놓고 있었다. 분명 라이브로 경기장의 소란스러움과 해설하는 소리는 들려오는데 화면만 고정된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면서 TV를 껐다가 다시 켜보기도 하고 채널을 바꿔보기도 했으나 본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하, 이 채널의 방송중계를 막아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때야 생각이 난 듯 어제 TV를 유료로 시청하겠느냐는 쪽지가 왔는데 관심도 없고 또 그게 무엇인지도 몰라서 그냥 지워버렸다고 했다. 그러니까 TV시청 유료결제를 하지 않은 시청자는 본 시합을 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음 그렇구나. 하고는 TV를 끄고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동안 나누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적당한 시간에 만나 쉑쉑버거로 브런치를 먹고 난 뒤에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나서 브루클린의 시작인 DUMBO(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딸아이 아파트에서 나와 선선한 이스트 강바람을 쐬면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강변길인 York Ave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맨해튼을 남북으로 이어주는 옆의 세로길인 1st Ave2nd Ave는 몇 번 걸어보았으나 York Ave는 처음으로 걸어보는 길이라 흥미로웠다. 그리고 강가의 경치가 돋보이는 곳이어서인지 고급 아파트가 이스트 강변을 따라 많이 들어서있었다. 그렇게 한참 내려가다 보니 강이 내려다보이는 높으막한 위치에 벤치가 놓여있어서 이스트강과 강 건너편 퀸즈 지역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조그마한 공원이 있었다. 퀸즈 지역 번화가의 등불이 군데군데 꽃럼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스트강의 순시선인지 회색의 커다란 모터보트가 엔진소리를 울리면서 돌아다녔다. 강을 따라 저 어둠속으로 맨해튼에서 퀸즈나 브루클린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가까이에 하나가 또 저 멀리에 하나가 보였다. 이스트강이 맨해튼의 생김새 따라 각도 크게 휘어있어서 아마도 여기에서는 맨해튼 브리지나 브루클린 브리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이십여 분가량 벤치에 앉아 소리 없이 흐르는 강과 화려하게 불빛을 밝히고 있는 건너편 육지의 야경을 구경하는 사이에 미쿡 모기에게 팔등을 물렸다. 물린 자리가 금세 가렵기 시작했고 나는 그 자리에 침을 살짝 발라놓았다. 다시 밤길을 걸어서 호텔 주변으로 돌아오자 한 블록 건너의 노점으로 가서 체리를 한 봉지 사들고 호텔로 들어갔다.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일단 몸부터 씻고 나서 침대에 걸터앉아 주말판 USA TODAY WEEKEND를 펼쳐보았다. 이 주말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판이니 일요일까지는 날마다 같은 신문을 몇 번이고 들여다봐야했다.

 

 

 

 

 

  신문에는 좋은 기사도 나쁜 기사도, 행복한 뉴스도 안타까운 뉴스도 들어있기 마련이지만 오늘 주말판 USA TODAY WEEKEND에는 일부러 확인하려면 자료입수가 쉽지 않을 듯한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있었다. 미국이 건국 이래 참전하거나 개입했던 전투의 기간과 군인 사망자수와 전쟁별로 투입되거나 파견된 군인들의 숫자와 비용이 도표와 그래프로 자료화되어 지면상에 발표되어 있었는데 예상 밖의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우선 가장 오랫동안 전투를 치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200110월부터 20178월까지 15.8년째, 두 번째가 베트남 전쟁으로 10.9, 남북전쟁이 네 번째로 4, 2차 세계대전이 다섯 번째로 3.8, 한국전쟁이 여섯 번째로 3.1년이었다. 그리고 사망군인의 수는 남북전쟁이 750,000명으로 첫 번째이고, 2차 세계대전이 두 번째로 405,399, 베트남전쟁이 네 번째로 58,220, 한국전쟁이 다섯 번째로 36,574,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전투를 치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여덟 번째로 2,403명으로 집계되어 있었다. 2010, 2011, 2012년도에는 미국의 군대파견이나 군사비용지불도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이 내용을 정리해보면 현대전으로 올수록 전쟁시간은 길어지지만 사망군인의 수는 군장비의 과학화로 적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미군사망자수가 전쟁기간으로는 세 배가 훨씬 넘는 베트남전쟁과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36,574명이나 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랐다는 사실이다. 맨해튼에 낮과 밤의 두 얼굴이 있듯이 초강대국이자 세계경찰을 자인하는 미쿡의 빛과 그림자라는 두 얼굴은 알면 알수록 그 안에 밑 모를 깊은 그늘이 드리워있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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