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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암을 다녀와서

08월28일, 오늘의 이름은 月요일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09.20|조회수147 목록 댓글 0

 

 

 2017.09.19.. 미세먼지와 구름, 그리고 천둥과 비

 

 

 

 

 

  0828, 오늘의 이름은 요일 2.

 

 

 

 

 

  가짜 정보, 가짜 뉴스, 그리고 가짜 예감豫感과 가짜 직관直觀.

 

 

 

 

 

  두 배 가격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매장 밖으로 나왔더니 저만큼 바라다 보이는 Lexington Ave 사거리가 눈에 익었다. 사거리 건너편 모퉁이에는 에어컨을 구입했던 전자제품 판매점인 Best Buy가 있고, 사거리 위쪽으로 올라가면 FedEx office가 있었고, 그 위쪽에는 Gristedes라는 식료품점이 있었다. 도로변의 수많은 사무실이나 상점들 중에서도 한 번 가보았던 곳은 신기하게도 기억이 났다. 그리고 4년 전 Best Buy에서 에어컨을 구입했을 때의 미국식 판매방식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알맞은 크기에 적당한 가격의 에어컨을 구입하고 나서 결제하는데 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넓은 매장 안에서 택시를 탈 수 있는 매장 밖 도로변까지 운반을 요청했는데 매장 근무자들이 Okey.. Okey.. 하고 대답만 할뿐이지 지나다니면서도 커다란 박스를 옮겨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일이 바빠서 그랬을까, 물건을 구입한 고객이 스스로 들고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결국은 에어컨 박스를 내가 들고 나왔는데 만약 여자가 혼자서 에어컨을 구입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니라면 혹시 이런 경우에도 알아서 팁을 먼저 주어야하나. 그날 오후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서 택시를 잡아타는 사이에도 마음이 다소 언짢았던 기억이 살아났다. 혹시 4년 전 Best Buy4년 후의 Pod51 호텔과 같이 미국식 영업방식이란 무관심 또는 불친절 전략인 것인가. 당연하게 팁을 주어야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비해 서비스라는 것이 매우 불충분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택시도 팁을 주지만 서비스가 충분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팁을 주지 않아도 언제나 친절한 댓잎 바람이 코앞에서 흔들흔들 거리는 상쾌한 거리를 슬슬 걸어서 몇 개의 Ave를 지난 뒤 5th Ave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갔더니 금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을 했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하얀 대리석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돌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는 딸아이 말을 듣고 우리도 돌계단에서 사진을 팡팡 찍어댔다. 그리고 도로 앞 노점에서 사온 핫도그를 손에 들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다른 여행객들을 구경하면서 앉아있었다. 원래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킌즈 지역의 플러싱을 돌아보기로 했는데, 일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 계획을 포기하고 가까운 센트럴파크와 그 주변을 산책하자고 했었다. 사실 브루클린 지역과 퀸즈 지역은 꼭 돌아보고 싶은 장소였고, 특히 퀸즈의 플러싱에는 규모가 큰 코리아타운Korean Town이 있는데 지금은 차이나타운China Town이 야금야금 잠식을 해서 거의 와해瓦解 상태에 놓였다는 말을 듣고 그 현장을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어느 지역에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는 데는 백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중 분해돼버리는 데는 이십 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중국인들에게 시세보다 비싼 가격을 받아 챙기고 건물과 땅을 양도한 뒤에 다시 그 지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곳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을 테니까.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이라면 땅이고 건물이고 권리고 간에 시세차익時勢差益에 탐닉耽溺하면서 피와 땀과 눈물과 전통을 라면 한 박스처럼 팔아 치워버린다. 이것이 미국에서 또는 유럽에서 차이나타운은 점점 커지고 코리아타운은 점차 작아지는 가장 직접적이고 단순한 원리다. 얼마 전 자칭 중국전문기자가 작성한 중국이 홍콩을 말려 죽이는 방법. 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안에 중국인들은 시간에 익숙한 민족들이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 기자가 중국전문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전문가는 아닌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북東北 아시아의 상고대사上古代史를 이해하고 있다면 기자로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한족韓族의 영향력과 활동범위가 한반도 안으로 축소되고 당의 도움을 받아 신라에 의해 한반도가 불완전하게 통일된 후로 한족韓族들의 품성이나 성향이 다소 변화가 있게 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간時間과 기운氣運을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알았던 그런 시절은 이제 지나가버렸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민족民族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태풍 앞의 부채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나보다고 또 생각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 호기심을 끄는 곳이 없진 않았지만 그다지 감흥感興이 일어나지 않았다. 메트로폴리탄 현관 앞 돌계단에 앉은 채로 낯선 여행객들을 두리번두리번 쳐다보고 구경을 하면서도 생각하거나 짚어볼만한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미국 말고 이 세상에 대해서, 한족韓族 말고 인류에 대해서도 묻고 대답하고 묻고 대답하면서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해보았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은 역시 알 수가 없었다. 녹기 시작하는 블랙엔화이트 셰이크를 서울보살님 것까지 다 먹고는 돌계단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나무와 숲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 센트럴파크로 들어가고 싶었다. 지난 토요일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센트럴파크 안쪽 가장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타일 모자이크가 유명하다던 굴다리 계단 중간쯤에 있는 화장실 중 남자화장실은 지저분했고, 여자 화장실은 내부 모양새가 참 독특했다. 계단 중간쯤 왼편으로는 남자화장실이 오른편에는 여자화장실이 있는데, 양쪽 다 화장실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일부러 하려는 게 아니라도 눈이 스치면 문 넓이만큼은 내부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정면으로 비치는 여자화장실 칸의 문이 좌변기보다 약간 높게 붙어있어서 만약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닫고 좌변기에 앉게 된다면 밖에서 무릎부분이 보이는 이상한 구조로 생겨먹었다. 잠시 후에 화장실에서 나온 서울보살님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화장실이 꼭 중국화장실처럼 생겨서 볼일을 못 봤다고 투덜대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빨리 다른 화장실을 찾아봐야만했다. 이번에는 지난 토요일과는 다른 코스로 돌아다녔다. 센트럴파크가 기본적으로 상당히 넓은 규모라 주변 경치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무언가 서로 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다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무료해지는 인위적인 냄새가 팡팡 풍기는 도심 공원의 분위기를 나무와 숲의 자연적 친화감으로 눅여주고 있었다. 한동안 나는 햇살 좋은 어느 널따란 바위위에 누워있었고 서울보살님과 딸아이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햇볕에 데워진 따스한 바위 체온에 등판이 뜨뜻해지는 느낌이 좋은데다가 사그락사그락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과 검은 잎새들이 무척 좋았다. 옛날 그 옛날 어떤 인디언 한 사람이 이 바위위에 누워서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을 근심 없이 쳐다보고 있었을까. 정말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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