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천장암을 다녀와서

08월29일, 오늘의 이름은 火요일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7.10.11|조회수92 목록 댓글 0

 

 

 2017.10.09.. 저 틈새에 뭐가 있더라

 

 

 

 

 

  0829, 오늘의 이름은 요일 2.

 

 

 

 

 

  자아, 모두 웃으면서 식사를 합시다.

 

 

 

 

 

  오전10시 아침식사, 오전1130JFK공항으로 출발, 오후150분 비행기 이륙, 다음날 오후510분 인천공항 도착. 오늘의 일정은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예정된 일정표대로 움직여야 한다. 호텔로 돌아오자 먼저 씻고 나서 가방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잠깐 침대에 걸터앉아 지난 일주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으려니 딸아이가 시간에 맞추어 연락을 해왔다. ‘엄마, 십 분 뒤 도착.’ 서울보살님이 답문자를 보냈다. ‘십 분 뒤, 웅 알았삼.’ 나는 창 너머로 길 건너편 고층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동移動과 정보의 공유와 유랑流浪과 개별적 접촉의 문제, 종교적으로 살 것인지와 종교를 받아들여가며 살 것인지의 종교성의 문제, 진실을 추구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언론의 서비스정신과 사명에 관한 문제, 세상을 시각視覺으로 판별하는 방식과 오감五感으로 체득하며 사는 방식의 문제, 시간이란 나열된 진행進行인가 반복적인 중첩重疊인가 하는 문제 등등. 오늘 아침식사 장소는 뉴욕 첫날 저녁식사를 하러 가보았던, 맛깔난 브런치로 유명하다는 호텔 부근의 THE SMITH 레스토랑이었다. 호텔에서 밖으로 나가 신호등 색깔을 보고 건널목만 건너면 바로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THE SMITH는 오후나 저녁 시간에 비해서 오전에는 한가한 편이었다. 저녁식사 약속으로 첫날 가보았던 밤의 분위기와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10시경의 레스토랑 분위기가 사뭇 달라보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가득하고 유쾌하며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우리들이 식사 도중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던 말과 말들의 홍수 현장에는 이 순간 가지런한 침묵이 쌓여있었고, 우리 식탁이 있었던 길가 쪽 말고 기다란 카운터 건너편 안쪽으로 매우 넓은 홀이 있어서 밖에서 보기보다는 규모가 매우 큰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들은 웨이트리스의 안내를 받아 세팅이 되어있는 네모난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나는 주변을 뚤래뚤래 돌아보았다.

 

 

 

 

 

  빨간 6층 벽돌 건물의 일층만 하얀 외장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사용하는 심플 레스토랑이라 1층 어딘가에 화장실이 분명 있어야만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돌아보았다. 설마 우리나라 일부 식당처럼 막대에 매달아놓은 열쇠를 건네주면서 바깥으로 나가 이리저리 돌아가면 거기에 그곳이 있을 거라고 위치 설명을 듣게 되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열쇠를 들고 화장실을 다녀오게 되면 밥맛의 60%는 어디론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얀 기둥과 기둥 사이나 회청색 벽 모퉁이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화장실 안내표시는 발견하지 못 했으나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지하를 내려가는 하얀 벽면의 계단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장소는 내가 직원이나 현장 근무자들에게 묻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기도 했다. 계단 아래로 지하 일층에는 그라나다Granada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의 낭하廊下처럼 길고 깊숙해서 마치 깨끗하고 모던Modern한 군대 화장실을 연상하게 하는 여자와 남자의 화장실 공간이 양측으로 있었다. 그런데 THE SMITH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길고 큰 화장실이 필요로 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지만 오후나 저녁시간대의 소용돌이치는 부산스러움을 기억한다면 이만한 여유 공간은 처음부터 예상을 하고 개업 준비를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일층으로 화장실을 저장해놓은 착한 레스토랑의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아마 구축함이나 핵 잠수함 화장실이 이런 모양으로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맨해튼이라는 도시 섬 아래 숨어있는 지하 화장실스러웠다.

 

 

 

 

 

  상냥한 미소에 친절한 웨이트리스가 투명 유리병과 반투명 초록 유리병에 물과 탄산수를 넣어 식탁에 올려주었다. 오늘 아침에는 메뉴를 떠듬떠듬 읽고 하는 서투른 선택보다는 딸아이에게 메뉴선택을 일임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왜 THE SMITH의 음식이나 요리가 맛있다고 느껴질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우연히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MAYSVILLE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스테이크와 여기에서 먹었던 스테이크가 서로 비교되었다. 고기를 식사용으로 또는 안주용으로 굽는 방식이나 구워내는 기술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MAYSVILLE -레스토랑의 것에 비해서 THE SMITH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는 우선 짜지가 않았다. 음식에 소금이 가장 적절하게 들어갔을 때는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단맛이 혀 안으로 사르르~ 올라오는데 그 경계를 조금만 넘어서버려도 혀 중간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입안에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린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미국인들 평균 입맛이 우리들에 비해 상당 수준 짜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특히 피자나 샐러드나 소스 등에서, 그런 느낌은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뉴멕시코의 시골 라스크루세스나 인디애나의 대학도시인 블루밍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하는 도중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길 건너 건물 위로 비치는 하늘이 짙은 회색으로 흐려져 있었다. 8월말 어느 아침나절에 흐려진 뉴욕 하늘과 서늘해진 잿빛 바람으로 인해 투명한 공기의 움직임도 회색으로 보였다. 식사를 잘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로 돌아왔는데도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 아참, Pod51 호텔에는 14층 위에 Rooftop이 있어서 주변 풍경을 조망하거나 독서나 일광욕을 하기에 좋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잠깐 짬을 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보자고 했다. 14층에 내려서 객실담당 직원에게 출구를 물어 Rooftop으로 올라갔다. 대략 4, 50평가량은 좋이 될 듯한 옥상에는 군데군데 풀장 안락의자가 놓여있어서 일광욕을 하거나 독서를 하기에 참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서너 군데 안락의자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독서를 하고 있는 투숙객들도 보였다. 구름으로 가려져있으나 밝은 회색의 하늘에는 높고 낮은 빌딩의 높이에 따라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어 있어서 세상의 풍경들을 도시 안과 하늘너머 두 가지 경계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호텔 주변에는 삼사 십 층 빌딩이 수두룩했으나 우리가 서있는 15층 건물 옥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늘을 향해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자신의 몫과 표현방식을 주장하고 있어서 획일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참 들었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알파벳 모양으로 겹쳐있거나 꺾여있는 빌딩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기억의 창고를 활짝 열어놓고 수정체 안의 셔터를 계속해서 눌러주었다. 차륵.. 차륵.. 차르륵..

 

 

 

 

 

  객실에 들려 가방과 짐을 챙겨들고 1층 로비의 프런트데스크로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이제 헤어져야할 시간이 되었다. 공항까지 따라오겠다는 딸아이를 호텔 앞에서 이만 작별하자고 했다. 딸아이가 불러준 택시에 가방을 싣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서울보살님과 배웅을 하는 딸아이가 가슴 깊숙하게 포옹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보살님이 빈 공간으로 물러서자 나도 딸아이와 어깨를 마주대고 포옹을 했다.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던 고등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에도 딸아이를 껴안으면 인천공항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맡아보았던 딸아이의 체취가 되살아나고는 했다. 이제 13년 차 뉴요커가 되어 있으나 항상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딸아이가 웃으면서 손을 살래살래 흔들어 주었다. 나도 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그래, 건강하고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자. 매번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났다 헤어질 때마다 하는 같은 소리이지만 오늘 아침에도 역시 그렇게 말을 해주었다. 택시 문이 닫히자 경쾌한 부릉~ 소리와 함께 공항을 향해 네 바퀴가 둥글게 굴러갔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출발 게이트 부근 의자에 앉아있는데 통유리창으로 비치는 활주로에 스스럼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따금 저 먼 곳으로부터 머리칼 흩날리는 바람이 불어오는지 통유리창에도 빗물이 조각조각 물방울이 되어 뿌려져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