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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스, 오해와 진실 01] 붉은색 번호판에 얽힌 이야기

작성자조대장|작성시간10.09.25|조회수1,142 목록 댓글 0

잘 알려져 있다시피, 리스차량은 붉은색 번호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붉은색 번호판 때문에 차량이 눈에 잘 띄어 도난의 위험이 높다", "외국인이 여행용으로 이용하는 차라는 걸 그대로 노출해서 위험하다"라고 알고 계십니다. 과연 붉은색 번호판 차량의 도난률이 더 높을까요? 그리고 왜 굳이 눈에 잘 띄는 붉은색 번호판을 쓰는 걸까요?

 

 

 

 

우리가 흔히 리스라고 알고 있는 상품의 정식명칭은 외국인을 위한 단기 면세 리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량은 프랑스 내수용 차가 아닌 수출용으로 분류되어 원칙적으로는 프랑스 및 유럽내에서 판매(리스)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60여년 전, 2차세계대전이 종료되고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은 프랑스 정부에 독특한 요청을 합니다 - "우리는 비록 프랑스에 (꽤 오래동안) 주둔할 거지만, 엄연히 외국인 신분이므로 우리가 쓸 차는 내수용이 아닌 (더 좋은 사양의) 수출용을 주고 또 면세혜택도 달라."

 

그리하여 생겨난 것이 외국인을 위한 단기 면세 리스 제도이고, 이것이 점차 미군에서부터 전세계의 여행객들에게 퍼저 오늘날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차는 엄연히 수출용 차이기 때문에, 여전히 프랑스 내수용차와 구분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이와 같은 차량에 붉은색 번호판을 달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이와 같은 차량에 붉은색 번호판을 다는 나라가 프랑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자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유럽의 모든 나라는, 수출용 차가 일시적으로 자국 및 유럽 내에서 사용되어야할 경우 이른바 붉은색 번호판을 달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하실 겁니다 -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한다해도, 이른바 외국인용 단기 면세 차량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에서만 하는 거 아니냐? 다른 나라도 있다면 나 독일에서 차 픽업할건데 벤츠같은데 컨택하면 되는거냐?"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유럽 자동차 생산업체는 모두 위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이점이라면, 오직 프랑스 자동차회사(혹은 프랑스에 법인을 두고 있는 자동차회사, 예컨대 최근 폴크스바겐 프랑스법인)들만이 "단기(1년 내)"로 "외국의 개인"에게 리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즉, 반대로 예를 들면 독일의 아우디 등은 장기(1년 이상)로 법인(주로 굵직굵직한 큰 회사들)을 상대로만 리스를 해주고 있습니다.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유럽을 차로 돌아다니시다가, "어? 저건 분명 독일 번호판인데 붉은색이네?"라고 보신 게 있다면, 바로 그 차가 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한 두대 계약은 하지도 않죠. 기본이 몇십, 몇백대 이상이서, 숫자로만 봐도 이른바 "프랑스 리스차"를 이용하는 단순 여행객의 숫자를 압도합니다.

 

그러므로 붉은색 번호판은 외국에서 여행온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라는 공식은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이런 의문이 남아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어찌되었건 붉은색 번호판은 일반 번호판과 다르고, 도둑놈들도 그런 차를 노리지 않겠는냐?"

 

그래서 실제 통계를 조사해봤습니다. 실제로 차내의 물건을 도난 당하거나 차 자체가 도둑 맡거나 하는 비율을 말이죠. 그랬더니 일반 번호판의 차량이 붉은색 번호판 차량에 비해 훨씬 더 많이(수치상으오는 약 1,000배) 도적질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났을까요?

 

재미난 것은 이런 "오해"가 유독 한국과 일본 클라이언트에게서 많다는 사실입니다. 공통적이게도 이 두 국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차량대상 도둑질의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다보니 차 안에 명품 썬글라스나 가방, 노트북 등을 놔두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소득수준이 높지만 차량대상 도둑질의 비율 역시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골프 94년식을 모는 현지인이 자기 차를 집앞에 주차하고는 카오디오와 심지어 운전대(!)까지 집으로 띄어가지고 들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니 유럽의 좀도둑에게 고가의 가방과 노트북 등이 버젓이 보이는 차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유혹이죠.

 

결론적으로 유럽 자동차 도둑들은 차량의 붉은색 번호판을 보고 노리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 얼마만큼의 값어치 있는 것들이 노출되어 있나를 보고 터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상 중요한 짐이나 물건은 차량내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시던가, 아니면 아예 가지고 내리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일부러 차량을 너저분하게 보인다면, 굳이 갈길 바쁜 도선생들이 없어보이는 차를 털 일도 없을 것입니다.

 

예컨대 자동차여행을 자주 다시니는 분들중 아예 차내에 속옷이나 양말 빨래를 널어 놓고 말리십니다. 왜냐하면 일단 빨래가 기가막히게 잘 말리고, 유럽에서 그런 식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집없이 노동판을 전전하는 막노동자들의 차가 그렇거든요. 아무리 도둑들도 성과가 없어보이는 차를 털지는 않을테니 말이죠.

 

참고: 유럽 각국의 다양한 번호판들 http://en.wikipedia.org/wiki/Vehicle_registration_plates_of_Europe

작성자 제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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