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다, 딱 남들만큼만 하라고.
엄마가 그랬다. 평범한 게 제일 좋은 거라고. 많은 거 바라지 않는다고. 남들 하는 만큼만 하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엄마는 친구 아들이 전교 1등을 했다던가, 친구 딸이 전국 백일장에서 교육감상을 받아왔다던가 하는 비범한 소식들을 전하곤 했지만 말이다. 그나마 남들 하는 만큼이라도 하면 엄마손 파리채로 등짝 맞을 일은 없었으니, 애초에 비범함을 타고나지 않은 나는, 늘 중간을 추구했다.
반에서 딱 중간, 그 정도만 해도 괜찮았다.
남들이 하는 만큼 공부했고, 남들 다 가는 대학도 갔고, 남들 다 다니는 직장도 다닌다. 그런데 하나가 더 남았단다. 남들 다 하는 연애, 남들 다 하는 결혼. 그래, 남들 다 하는 사랑. 그걸 해야 되는 거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난감해진다. 공부하고 학교 가고 직장 다니는 건, 어느 정도의 성실함으로 일궈낼 수 있는 항목인데 연애는, 그렇지가 않았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너’라는 미지의 존재들과 밀어야 하고, 당겨야 하고, 서로의 마음 조각들을 맞춰나가야 하는 거니까. 사람의 마음은 레고가 아니라 하필이면 직소퍼즐 같았다. 레고처럼 여기 붙여도 되고 저기 붙여도 되는 거라면 얼마나 좋아. 하여간 연애만큼은 평균에 따라가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남들과 맞춰 사는 보통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딱 절반, 50점 맞는 일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머리 큰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득, 엄마 말을 잘 듣던 착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통의 연애를 그려본다. 남들은 얼마만큼의 연애를 하고, 얼마만큼의 데이트를 하며, 얼마만큼 데이트 비용을 쓰고,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감정이 식을까. 어떤 게 가장 보통의 연애일까. 그래서 폭풍검색과 직접 설문을 통해 조사했다. 가장 보통의 연애.
연애, 어디까지 해봤니?
20대 초반 남성은 18.8%가 모태솔로다.
20대 초반 여성은 17%가 모태솔로다.
20대 남성의 평균 연애 횟수는 2.4회다.
20대 여성의 평균 연애 횟수는 2.3회다
30대 남성의 평균 연애 횟수는 3.4회다.
30대 여성의 평균 연애 횟수는 3.3회다.
30대 후반 남성 14.3%가 10회 이상의 연애 경험이 있다.
30대 후반 여성 30%는 10회 이상의 연애 경험이 있다.
20대 남성은 2~3회 데이트 후 정식 교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여성은 4~5회 데이트 후 정식 교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회 평균 데이트 비용은 7만 2000원이다.
한달 평균 데이트 횟수는 10회이다.
연애 후 평균 1년 3개월만에 권태기를 느낀다.
남녀는 평균 1년 5개월만에 이별한다.
보통의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연애
하지만 우리는 머리 큰 어른이기 때문에,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하는 사랑을 보통의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다. 설령 그 연애가 1년 3개월이면 권태기가 찾아오고 1년 5개월이면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보통 형식의 연애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깃든 사랑만큼은 비범하다 믿는 것이다. 보통의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이 얼마나 흔한 말인지 알면서도 속수무책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커플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애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애의 형식은 별 게 없더라도 그 속에 흐르는 사랑의 특별함이 우리를 보통의 존재가 아닌, 비범한 존재로 만들어 주니까. 그렇기에 내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내가 너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여기는 연애, 어쩌면 그것이 가장 보통의 콩깍지가 쓰인 보통의 연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