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게시판

우리가 멈추면 니네도 멈춘다! - 제 1회 가짜노동자대회

작성자김성일|작성시간11.08.15|조회수39 목록 댓글 0

집에선 언제나 제일 먼저 일어나야 한다. 아침식사를 차리고, 가족들을 깨운다. 가족들이 나가고 나면 청소와 빨래를 하고, 장을 보거나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이 된다. 가족들이 돌아오기 전에 몸을 씻고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설거지를 끝내면 하루가 다 가고, 다음날은 다시 반복.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아니다. 임금도, 사회보험도, 노동조합도 없다. 어쩌다 사고라도 터지면 바로 내게 돌아오는 말, "집에서 놀면서 이 정도도 못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을 학교에 갇혀 보내다가 "대학 안나와서 뭐 먹고 살래?"라는 말에 어떻게든 대학에 꾸역꾸역 들어갔다. 매일 같이 공부하고 조모임에 과제에 치여 살지만, 이것은 "노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 댓가로 내야할 등록금이 천만원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메우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에 치여산다. 학교나 알바나 억지로 나가는데 불평 한마디라도 해볼라치면 바로 내게 돌아오는 말, "자기가 선택한 거 아냐?"

 

뼈빠지게 알바한 돈으로 악기를 사고 합주를 한다. 공연을 뛰고 녹음을 하고 스케줄에 치여서 살지만, 이것은 노동이 아니다. "좋은 일"이니까 "재능 기부"를 해달라는 사람들은 어찌나 많은지. 2~30분 공연에 리허설에 준비까지 반나절은 걸리지만, 손가락이 터지든 목이 쉬든 이것은 노동이 아니다. 그냥 이런 재능이 원래 있는 것 뿐이다. 가끔은 공연장이 아쉬워 돈없이 일할 때도 있지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면 바로 내게 돌아오는 말, "좋아서 하는 일 아냐?"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다만...

 

그래도 당신들은 "인권"이라도 있다고 인정받지, 우리는 우리에게 인권이 있는지 없는지도 찬반의 문제가 된다. 사람인지 아닌지 아리까리한 상황에서 부모 말을 조금이라도 안듣기만 하면 "내 집에서 사는 동안은 내 말을 들어"라는 말이 던져진다. 에잇, 나가주지하고 집을 뛰쳐나갔다간 머리채 잡혀서 끌려돌아오기 일쑤. 얌전하게 시키는대로 사는 대가로 찔끔찔끔 용돈을 받고 있지만, 이것은 노동이 아니다. 혼자 나가 살 돈을 만들어볼까 하고 알바를 구해보려 하지만, 부모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엄마 나 나가서 살게 동의서 좀 써주세요"했다간 두들겨 맞겠지. 결국 동의서 없이 일할 곳을 찾아가보면, 마음대로 부려먹고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청소년에게는 노동권이 없으니까. 못참겠다 싶어서 외친 외마디 비명, "청소년 노동권을 보장하라!" 함께 해달라고 벌린 손 앞에 "진보적"이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사람들의 한마디가 참 쉽다. "청소년 노동을 허용하면 착취가 발생하니까 안돼." 그럼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건 착취가 아니고 뭔데?

 

노동하고 있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그렇지만 우리가 멈추면 니네도 멈춘다.


'제1회 가짜노동자대회': 가사, 문화예술, 학습 등 노동을 강요받으면서도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문들, 사실상 노동자에 다름없지만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거나,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적 노동으로 취급당하는 학생, 여성 등 '가짜'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드러내고 선언하는 날.

 

우리가 멈추면 니네도 멈춘다! - 제1회 가짜노동자대회 : 370710996.jpg


<그림 속 텍스트>

'투쟁 없이 사랑 없다! 우리 존재 화이팅! 워킹 인 더 퐈이야!'

노동하고 있어도 노동자가 아닌 우리
제1회 가짜노동자대회
2011년 8월 26일(금) 오후 7시
여성가족부 앞 현대차 성폭력 피해노동자 농성장 앞

주최:ESP

"우리가 멈추면, 니네도 멈춘다!"

 

 

그럴듯한 집회를 위한 후원 : 우리 1002-730-869158(예금주 김성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