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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 발언: "청소년 사회권으로써의 기본소득" 첫째 날 속기록 중] 2012 기본소득 국제 대회, 금융자본주의를 점령하라 (3월 16일)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2.03.22|조회수37 목록 댓글 0

<발표 / 다영: 독립청소년, 아수나로>

저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다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었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토론회의 발제비를 노리고,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테고, 여러분은 좀 더 질 높은 누군가의 발제를 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있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민법에서는 청소년의 결정권 등 권리를 많이 침해하고 있어요. 청소년에게는 거취결정권, 재산결정권이 없어요. 대개 부모라고 하는 친권자가 청소년을 징계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죠. 무슨 애기냐면 청소년이 가출을 했다고 하면 청소년은 집을 계약할 수도 없고, 핸드폰도 만들 수 없어요. 누군가의 명의를 빌려 집과 핸드폰을 구해야 합니다. 거취결정권이 없으니까요. 청소년이 집을 나왔더라도 부모가 찾아내서 경찰에 신고하면 아무런 제도적 장치의 보호 없이 부모가 가라는 대로 끌려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신문 1면에 실릴 만큼 엄청난 사건이 아니면 부모 손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어요. 그리고 청소년은 노동을 할 수 있지도 않죠. 만 15세 미만이면 아예 법적으로 노동이 금지되어 있어요. 만약에 만 15세 미만 청소년이 집을 나오게 되면, 부모로부터 받는 돈도 없으니,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을 구할 수도 없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구한다 해도, 최저임금보다 낮게 받아도 나중에 노동청에 신고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태입니다. 만 15세 이상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요. 정규직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노동도 만 15세 이상이라도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서, 스스로 돈을 벌수가 없어요. 부모로부터 받는 돈이 청소년 소득의 전부인데요. 부모가 용돈을 주는 관계이다 보니 부모가 그걸 빌미로 해서 청소년의 경제권은 부모로부터 침해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것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많은 권리들이 다 침해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너 이번 시험 성적 90점 이상 안 나오면 용돈 안 주겠다고 한다면 용돈을 받기 위해 억지로 성적을 내야하고 용돈을 빌미로 부모가 청소년을 탄압할 수 있는 것이 많죠.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무슨 의미냐 생각을 했을 때 친권자와의 억압의 고리를 끊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을 주는 사람이 친권자도 아니고, 자기 명의로 나오는, 누구나 상관없이 주체로서 받는 소득인 거잖아요.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수자들도 자기 명의로 받는 소득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급받는 기본소득을 부모로부터 지킬 수 있는 토대도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청소년 운동에서 기본소득과 관련된 얘기가 있다면, 학생임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학생임금은 공부하는 노동을 국가에서 인정해서 학생에게 임금을 주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리고 학생임금을 받기 위해 억지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제도권 교육으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구요.

이제 탈가정 청소년네트워크라는 것이 생길 것 같기도 해요. 탈가정 청소년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실 텐데, 가출 청소년 또는 비행청소년이라고 불리는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직접 가정을 깼다는 뉘앙스를 주는 언어에요. 탈가정 청소년들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작년에는 대학입시거부운동, 이게 청소년 사회권과 무슨 관계냐고 하면, 청소년 활동가들 중에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 경우 할 수 있는 노동들이 매우 없어지고. 대학을 가면 과외를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노동이 많아지잖아요. 대학을 가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노동이 거의 없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대학을 안 가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정리를 하면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부모로부터 예속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또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렇게 같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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