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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구 발언: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기본소득" 첫째 날 속기록 중] 2012 기본소득 국제 대회, 금융자본주의를 점령하라 (3월 16일)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2.03.22|조회수24 목록 댓글 0

<발표 / 멍구: 파견직 노동자>

야간노동을 12시간 하고 와서 횡설수설할 수 있는데 이해바랍니다. 앞 발표자들 이야기를 들이니 과거의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요. 저는 처음에 대학을 갔었어요. 그때는 무조건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점수 맞춰서 갔었는데, 가다보니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고, 그때는 청소년 운동이나 대학거부 운동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서, (있었다면 같이 했을 텐데) 그래서 저 혼자 생각하기로, 학교에서 공부를 해봤자, 노동시장에 편입하기 위한 장치고, 이 지식이란 것이 나보다 더 못 배운 사람을 탄압하는 수단밖에 될 수 없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서 자퇴를 하고 뭘 할까 생각을 했지만 할 것이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했지만 저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편이 아니라, 귀찮았어요. 영화를 하려고 해도, 말씀하셨듯이 지원을 받으려면 지원서를 그 사람들 입맛에 맞게 써야하고, 그런데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시켜서 하면 하기 싫어서 할 수 없는 게 사람인 것 같아요. 집에서는 계속 왜 자퇴를 했냐, 학교로 돌아가라 구박해서 무작정 집을 나왔어요. 독립해서 무작정 일을 시작했는데, 하는 일이 변변치 않았죠. 학력이나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돌아다녔어요. 저는 힘든 곳부터 하다가 점점 괜찮은 곳을 찾아 옮겨갔어요. 좀 더 편한 데로, 그래서 지금 있는 곳은 그나마 편해요. 저는 사람들이 원래 일을 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해요.

불안정노동이라는, 프레카리아트라는 이런 노동들. 한 예로 카드사에서 야간 상담을 했었는데,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고 나름 편했어요. 점점 취업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대학교 졸업한 사람들이더라고요. 대학도 졸업해서 왜 그런 곳에 와 있냐 하는 사회적 눈치가 있으니까, 다들 자격증 공부하고, 여기는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이고, 이 사회의 보람되는 훌륭한 일들을 하겠다는 생각들을 다들 하고 있어요. 사무실 직원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해서 야간에 남는 시간에 공부하는 것을 권장하고. 저도 이력서에 그렇게 썼어요. 대학을 왜 중퇴했느냐. 갑자기 집안사정이 따위로 뻥을 칠 수밖에 없었죠. 인생에 회의가 들어서라고 그렇게 말을 하면 누가 뽑아주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자격증을 공부하고 그러고 싶은가 봤는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뭔가를 해보려고 공부를 하고 그래요. 그런데 거기가 일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곳이었어요. 1~2년 지난 사람들은 그냥 이 직업 계속 할래 하고. 결혼하는 사람도 생기고 전공이랑 상관없어도 뭐 그러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저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찍혀서 2년 계약이 끝나는 날 딱 잘렸는데, 아무튼 뭐 그런 식이에요. 지금 제가 있는 곳도 지금 ‘금융자본주의를 점령하라’ 행사인데, 금융사의 서버를 밤중에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하는 일이 부리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고 여러 가지로 유리할 테니 그렇게 하는데, 지금 있는 동료들은 전산 관련 자격증도 있고 전공자들이에요. 그분들은 전공을 살려서 번듯한 곳에 갈려고 했겠죠. 그런데 취업이 안 되다보니 그냥 비슷한 업종에 온 거에요. 그런데 7~10년 된 사람들이에요. 더 이상 다른 데를 갈 생각이 없는 거죠. 자격증이고 뭐고 없고, 그냥 남는 시간 같이 영화보고 놀아요. 그런 거 보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느냐, 훌륭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느냐,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주간에 있는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을 보면 왜 저런 일을 하고 있나 싶어요. 새벽같이 출근해서 제가 출근하는 시간인 저녁 7~8시, 이럴 때까지 퇴근을 안 해요. 그러면서 그 일을 정말 사랑하느냐면 그렇지도 않고, 관두지도 못하고 자격증 공부를 따로 하고 있고, 보면 참 안타깝죠.

노동이라는 게 자본주의 하에서, 그게 이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그 가치를 떠나서. 결국 시켜서 하는 것이고, 시켜서 하는 노동이다 보니까 하기 싫어서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관두려야 관둘 수도 없고, 특히 정규직 같은 경우가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불안정노동에 익숙해져서 잘리면 어떻게 되겠지 해요. 그런데 정규직 같은 경우는 잘렸다고 하면 다시 정규직을 해야지 불안정노동 시장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그 일을 평생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현장에서 일할 때 유명인들, 배우들이 수억대의 개런티를 받는다고 해도 전혀 안정적인 것이 아니죠. 자본주의 삶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고, 사회가 불안을 조장하죠. 그러니 보험회사들이 인기를 얻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언제 인기가 떨어져서, 가족 누가 다쳐서, 친척이 부도나면, 이런 걱정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벌어야 안정적일지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 인기 있을 때 무조건 많이 벌려고 해요. 그리고 배우들 보니 다들 부동산 재테크를 하더라고요. 그게 이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고, 자기 배만 불리려고 꼭 그런 게 아니고, 자기가 언제 여기서 떨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한 거죠.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 부동산 투자라고 하니까 너도 나도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 달에 어느 정도 돈이 나온다고 하면, 굳이 이렇게 노동에 얽매여서 고달프게 인생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에서 스스로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나 힘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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