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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발언: "조합운동과 자립" 첫째 날 속기록 중] 2012 기본소득 국제 대회, 금융자본주의를 점령하라 (3월 16일)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2.03.22|조회수58 목록 댓글 0

<발표 / 단편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자립음악생산조합>

여기 쓰여 있는 걸 요약하는 공적인 얘기와 제 개 같은 삶을 얘기하는 사적인 얘기로 나눠서 하겠습니다.

예술에서 원래 돈은 되게 중요해요. 역사적으로 보면 낭만주의 시대 전까지는 후견인이란 사람들이 돈을 주면, 예술인들은 직업인에 가까웠잖아요. 그게 낭만주의 들어서는 천재가 되고, 자본주의 넘어서는 스타가 되고, 이런 과정에서 어떻게 돈을 모으냐는 형태는 바뀌지만, 어쨌든 바뀌지 않는 건 돈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1990년대 중반 인디씬(Indi Scene)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여러 쟁점이 있었어요. 그전에도 명동 쎄시봉, 신촌 블루스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일단 과거의 씬과 다른 점은 인디씬 같은 경우 생태를 이뤘다고 할 정도에요. 씬이란 말 자체가 장소를 기반으로 해서 그 안에 있는 생태적인 많은 것들, 건물, 음악적 관계 같은 걸 통칭하는 용어에요. 그런 씬을 이뤘다고 할 만큼 집약적으로 형성됐었죠. 담론적으로 볼 때도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한국음악적인 메타포를 많이 했던 게 아니고, 미국의 인디팝, 인디음악들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었고, 국가의 자본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하는 태도가 최소한 초기 펑크씬에 한정해서는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물론 이게 정말 그들이 그렇게 생각했었냐 하면, 사실 국가와 자본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7,80년대 영국 펑크씬에서 다 했던 걸 장물 팔듯이 떼 오는 것과 별 차이는 없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어쨌든 초기에는 그런 부분들을 내세웠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대안적인 시스템, 대안적인 유통체계, 생산체계를 만든다. 이런 것들이 당시 인디씬의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였어요. 90년대에는 초반 그런 시도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조직적이라기보다 아이디어 등 단발적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라서, 2000년대 들어서 죄다 망해요. 2000년대 모두 아시겠지만, 신자유주의가 극심하게 된 시대입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 돼서 사정이 굉장히 악화되었어요. 그게 장기하 나오기 바로 전이에요. 그때 독자적인 물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디씬이 국가의 지원사업과 자본에 기대는 것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맨 처음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 홍대 앞에 상상마당이라고 있어요. 그게 KT&G 소유인데, 되게 크고 좋은 공연장이고 하니까 자본과 결탁을 하게 되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역 월세가 굉장히 높아지고 재개발되면서 삶이 질이 낮아져서 지금 홍대앞 사는 음악가들은 거의 없어요. 서울권에 땅값 싼, 은평 이런 곳으로 다 이사를 갔죠. 사회학적 용어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도 하죠.

저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운영위원이에요. 저는 조합운동을 통해 이것을 극복하려고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요. 국가나 자본으로부터가 권력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저희를 지지하고 있는, 저희와 함께 할 수 있는 음악가들, 혹은 시민, 혹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로부터 권력을 끌어 모으는 물적 기반, 음악가들이 같이 쓸 수 있고, 청취자들이 같이 쓸 수 있는 공공재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한지 3년이 지났고 성과도 굉장히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조합운동만 가지고 되느냐에 대해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조합운동이 국가에 대해 반기를 들거나, 자본에 대한 반기를 들고, 점령하고 권력을 뺏어오는 게 아니고, 시민들이 조직을 만들고 권력을 만들어서 작동하는 건데, 그것만으로는 힘들다. 조합을 만들고 하는 것들 필요하지만, 강정마을 사태 같은 걸 봐도 그렇고, 자본과 국가의 권력이 굉장히 강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실 한국은, 지역공동체 이런 거 없죠. 시민사회가 가진 권력 자체가 굉장히 부족하고, 이 권력만 가지고는 조합을 한다고 하면 그 전보다는 낫겠지만.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게 되었다. 기본소득 운동은 국가, 자본의 권력에 대해 통제를 강하게 하고, 사회로 권력을 빼앗아 오는 운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조합운동과 굉장히 필요가 맞는 점이 무엇이냐면, 가져온 권력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결국 개개인의 자율적인 힘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합도 마찬가지거든요. 조합 같은 경우, 평등주의적 기반에 의해서 일인일표를 주고, 경제적으로 볼 때도 기업처럼 비자금 만드는 식으로 하는 게 아니고 조합의 돈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그것을 구성원 개개인에게 물적으로 주는 것들, 개개인의 경제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운동인데 기본소득 경우도 사회결사체들이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물론 결사체는 필요하겠지만, 다시 개인에게 권력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페이퍼에 기본소득과 조합운동의 비슷한 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음악가 입장에서 추가적인 기본소득 쟁점들이 있어요. 음악을 노동으로 보냐마냐. 저는 그게 쓸데없는 쟁점이라 생각을 하거든요. 노동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구성원이고 음악을 만들고 활동을 하며 존재하고 있고,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적 권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조합 활동도 열심히 할 수 있죠. 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이야기하는, 토지세 강화의 측면에서 땅값을 똥값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저희 같은 노동을 하지 않는 계층이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음악가가 기본소득과 연계되는 점이 많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탈성장, 탈노동사회, 그 부분은 모레 발제 할 이런 건 심광현 선생님이 더 잘 설명해주실테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적으로 얘기하자면, 최근에 월간잉여란 잡지에 글을 썼어요. 모든 개새끼에게 기본소득을 줘야한다는 글을 썼어요. 저는 음악가, 자유기고가, 음악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활동가이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돈이 안 돼요. 한 달에 버는 돈이 평균 50만 원도 유지가 안 돼요. 많이 벌 때도 있지만 그때도 다 써야 되고 하니까요. 그러니 집에서는 개새끼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구조적인 문제에요. 안정적으로 돈을 못 번다는 게 엄청 중요한데, 안정적으로 돈을 못 벌면 차를 못 사요. 차를 못 사면 결혼을 못하고 자식을 못 낳아요. 그리고 결혼을 못하면 집을 못 사요. 한국은 주택청약이 35세 전까지는 결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집을 못 사면 어떻게 되느냐면 자산축적을 못해요. 자산축적을 못하면 부모에게 효도를 못하죠. 효도를 못하면 부모가 죽죠. 나이가 들면 죽잖아요. 그러면 저는 부모가 없는 개새끼가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 나도 죽겠다. 방사능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스스로를 건사하지 못하는 측면에서도 개새끼가 되는 거죠. 아무튼 제 음악가 친구들 보면 다들 알바를 해요. 그런데 그거들 거의 다 비정규직이에요. 종편에서 일을 하는 친구를 보면, 3일씩 밤을 세고 일을 하는데, 정작 받는 돈은 70~80만 원 정도다. 그 정도로 어떻게 효도를 하겠어요. 걔도 개새끼 되겠죠. 이런 것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사회에서 잉여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데, 사회에서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사회에서 이들을 개새끼라고 탄압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모든 청년이 궁극적으로 무한하게 개새끼로 수렴되는 이런 과정들을 철폐하지 않으면 세계가 돌아갈 수 없다고 보고요. 저, 다영같은 청소년 그리고 다영보다 더 어린 세대. 이런 사람들이 무한하게 개새끼로 수렴되는 이런 게 어떻게 사회입니까. 저는 이런 세계를 철폐하기 위해서 Occupy든 뭐든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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