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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훈 발언: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청'소'년 대안, 기본소득" 첫째 날 속기록 중] 2012 기본소득 국제 대회, 금융자본주의를 점령하라 (3월 16일)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2.03.22|조회수45 목록 댓글 0

<발표 / 조병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대변인, 서울점령자들 Occupy기본소득운동본부>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대변인이고, 서울점령자들 Occupy기본소득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금 가브리엘레 슈미트 발표 끝부분의 Occupy 운동 내 기본소득 운동에 대한 감상을 재밌게 들었는데요. 저희와 함께하는 대학생운동본부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주로 디자이닝 그룹으로, 프로그램 진행이랑 텐트 꾸미기 등을 맡기로 했는데요. 영화를 틀면 B급, 음악을 틀면 펑크를 트는, 옆에 있는 희망광장과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 그런 게 있어서,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희 단체 이름에 대한 소개하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저희 단체 이름이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인데, 청‘소’년의 ‘소’자 앞뒤로 따옴표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청년과 청소년을 붙인 것입니다. 청소년과 청년을 왜 붙였느냐? 사실 청년 운동은 예전의 청년학생운동을 계승했고, 청소년 운동은 주로 청소년 인권 운동을 다뤄왔습니다. 그런데 청년과 청소년이 두리반, 명동 마리 같은 철거현장, 신자유주의 난개발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었고, 만나보니 사는 것이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만들게 된 겁니다. 청‘소’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발표문에서 아시아 금융위기의 자식들이라는 문구로 짧게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97년 태국 바트화가 무너지며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 소위 IMF 사태가 그 이후 학교를 졸업하거나 경제생활을 하는 세대들에게 똑같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IMF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IMF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지나 한국에 왔습니다. IMF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은 국치라 여기며 불만스러워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세계 유수의 경제선진국이라 자부했었는데, IMF를 맞아 당황스러웠던 겁니다. 하지만, 이 난감함을 분석하거나, 해소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범죄율이 올라가고, 자살도 많이 하고, 보험금타려고 철도에 뛰어드는 안타깝고 괴이한 일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정부와 재벌들은, 한국의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라는 IMF의 구제금융 협상조건에 따라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했고, 그때까지 종신고용에 익숙해있던 한국의 근로자들,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 비롯한 사람들이 슬럼프에 빠졌죠. 그 자식들이자 취업을 새로 하는 사람들이, 청년들이었던 겁니다. 대학생으로 치면 96, 97학번들인데요.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IMF 직후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돈을 많이 풀어서 구제 금융도 다 갚고, 경기부양을 하고, 그러면서 청년의 고용문제는 약간 늦게 터졌어요. 버티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청년들의 문제가 확확 드러난 거죠. 88만원 세대 등장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면, 88만원 세대 이전에는 이 문제가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학생의 시대였죠. 청년학생은 80년대부터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했던 힘센 세대잖아요. 그런데 그런 세대가 아니라, 이제 다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힘없는 세대, 가난한 세대가 등장한 겁니다.

88만원 세대의 등장으로 운동 차원에서는 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 의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20대 당사자 운동이라는 섹터가 그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전에는 20대라는 얘기가 없었거든요. 주요 의제는 10년간 두 배로 증가된 ‘대학등록금을 동결하라.’, ‘청년 고용의 안정화 및 최저임금 상승’, ‘주거권 보장’ 등입니다.

하지만 20대 세대가 하나로 집결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출신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초기 20대 당사자 운동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했던 그룹들은 전통적 학생운동권이 아니라 시민사회 섹터나, 청소년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함께 일하는 재단, 희망청, 하자 센터가 그들입니다. 그때까지 학생운동권은 20대 당사자 운동이란 말을 저어했다. 마치 Gabriele Schmidt 가브리엘레 슈미트가 Occupy 운동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 운동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듯이 저어했습니다.

이런 구별된 조직화가 3, 4년에 걸친 20대 아젠다의 한계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20대 아젠다를 청년유니온이 작년 재작년에 전부 수렴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청년노동조합으로 출범을 했는데 청년유니온이 주로 가지고 있던 정책이 옛날 민주노동당 시절의 청년고용할당제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은 물론 전체 고용의 확대라는 기획 내에서 진행된 것이긴 합니다. 고용 불안의 원인, 아시아 금융 위기라는 원인보다는 표피에 집중한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용이 증대되면 금융자본주의가 억제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기본소득이 던진 질문이지 않습니까? 고용이 증가되려면, 시간이 줄거나, 반(半) 형태로 고용이 되거나, 노동이 아닌 것이 노동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 없이 동일한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고용할당제가 있다고 금융자본주의가 억제될 수 있을까요?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청년고용할당제, 반값등록금 등이 20대 문제를 드러내고 타격하기보다는 정치권으로 넘겨주는,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의 홍보 정도로 전략하고 만 것입니다.

청‘소’년은 IMF 이후의 경제인이 되는 모든 세대를 일컫는 것인데, 아까 이야기했듯 여태껏 힘을 가졌던 기존의 전통 학생운동권은 20대 아젠다나 청소년 문제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존 조직들에게 방기되는 위치에 있던 청‘소’년들이 일선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들 청‘소’년 세대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들이 무척 가난뱅이라는 것입니다. 다들 어렵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없어요. 이들이 능력이 좋다고 해도, 돈을 벌수도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영화를 찍으려고 해도, 카메라가 없는, 기초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난뱅이입니다. 그런데 가난뱅이인 반면, 굉장히 역량이 있습니다. 그 역량이란, 자기 개발을 어렸을 때부터 했기보다, 다양성이라거나 인터넷을 통해 개방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빨랐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가 굉장히 많은 겁니다. 이렇게 능력이 많은데 가난뱅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산업은 불황이니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일용직, 편의점, 마트 등의 일자리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 고작 최저임금 밖에 못 받게 되는데, 최저임금이라고 해봤자, 올해 최저임금이 4,580원 정도에 불과하고, 민주노총 등이 기준이 모호한 최저생계비에 맞춰진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정도만 받자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꾸준히 일할 수 없는 청‘소’년 세대에게는 별로 효용이 없는 겁니다. 차라리 안 먹고 안 쓴다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무엇을 했느냐 하면 투쟁현장에 갔습니다. 갔더니 여러 친구들이 와서 재밌게 놀더라. 재밌게 노는데 자기의식을 현장에 투영을 하더라는 겁니다. 그 현장이 많지는 않지만, 펼쳐진 겁니다. 그래서 감을 잡았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네. 사람들이 모이면 고민도 하게 되고, 공부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 청‘소’년 세미나였습니다. 청‘소’년들을 상대로 기본소득 세미나를 했어요. 그때는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가 될지 말지 반신반의 했었습니다. 처음 세미나 할 때는 20명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남은 6, 7명이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란 걸 만들게 된 겁니다.

청‘소’년이 기본소득을 주장하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습니다. 기존 정당들, 진보정당을 포함하더라도, 이들에게 권력을 주면 이들이 잘 할 것이란 기대나 믿음이 별로 없었던 겁니다. 왜 그러냐면 투쟁 현장에서 워낙 진보정당과 부딪치며 자신들의 권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되고, 주변화되는지를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나에게 권력을 나눠줘라. 그 다음에는 내가 알아서 판단을 하겠다는 태도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빈곤구제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고, 빚에 허덕이는데 기본소득을 받으면 그게 해결되겠다는,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받는 거잖아요. 이러면 완전히 인생의 계획이 달라지는 겁니다. 빈곤이나 빚은 장기상환으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인데, 그리고 그 다음 인생이 남아있는 겁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훨씬 좋다는 거지요. 그러한 이유 때문에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아직 인생에 기대가 남아있는 청소년에게는 주요하게, 유혹적으로, 실재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게 청소년 기본소득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표 / 조병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대변인, 서울점령자들 Occupy기본소득운동본부>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전통적 조직의 붕괴가 무슨 의미인지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조직을 하는 속도보다, 표현들이 확대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두리반에서 같이 투쟁하던, 상주하던 10대 청소년들이 4~50대 또는 386들보다 더 급진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조직 운동이 아니었을 뿐이지 그들 역시 좌파이지 않은가. 현재 좌파들의 스펙트럼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뉴욕도 그렇고, 대부분의 Occupy 운동이 다양한 주체들을 어떻게 모으냐가 핵심인데, 다양한 주체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같은 Occupy 운동을 하는 겁니다. 물론 Yuri Cantor 유리 칸토르는 쟁점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아무튼 그게 어떻게 표현되느냐에만 보통 관심이 집중되는데……. 그것보다는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치 아까 박정훈 씨가 청소년 운동을 했었다고 하는 것처럼 그러한 지점들을 계속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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