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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삼성에 취업하고 싶나요?

작성자태경[김종훈]|작성시간12.05.25|조회수49 목록 댓글 0

원문 바로가기 => 정치신문 R http://www.newjinbo.org/n_news/news/view.html?no=963

 

삼성을 생각한다 - 백혈병 진실 그려낸 만화책 두 권의 출간에 부쳐

 

이것은 이건희가 무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대단한 이유로 특별사면된 직후에 대한 기억이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 파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 복귀했다.


2010년엔 강남역 근처에서 살았다. 연초부터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유족과 반올림 활동가들이 강남역 삼성 건물 앞에서 추모제를 하고는 했다.

항상 걸려있는 사진은 황유미, 이숙영. 같은 라인에서 2인 1조 교대근무로 일하다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백혈병으로 죽은 두 사람이다. 이들의 전임자는 유산과 몸의 이상으로 공장을 떠났었고, 같은 라인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황민웅 씨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물론 삼성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은 우연이며, 백혈병은 노동자들이 밖에서 얻어와 제멋대로 앓았을 뿐이었다. 그 자리는 내 입장에선 퇴근길에 언제나 지나쳐야 하는 곳이었다. 강남역 4번 출구. 사실은 4번 출구가 아니라 2번 출구로 나가는 게 집에 가기엔 더 빨랐지만, 4번 출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뻔히 알면서 2번 출구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삼성 관리자들과 서초경찰서는 언제나 유족들을 포위하고 팔짱을 낀 채 감시하고 있었다. 삼성 안에는 여차하면 유족들을 연행하기 위해 전경버스가 언제나 숨어있었다. 경찰은 굳이 폴리스라인을 치거나 하지 않았다. 삼성 측에서 이미 인도에 “통행금지선”을 쳐두었으므로.


환자에게 사표 받아내고 “더 이상 직원 아니니 책임없다”

“유족”이 되고 2년차, 거의 활동가가 된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우리 유미가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언제나 했다. 남들이 볼 때나 안볼 때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죽기 전에, 삼성이 한 일은 바로 병상의 그에게 찾아가 사직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노동자인 채로 죽는 것보단 나가서 죽는 게 회사 이미지엔 더 나을테니.

삼성은 황유미씨 가족에게서 사직서를 샀다. 치료비 중 5천만원을 보태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직서를 받아들자 그들은 곧 “돈이 없어서 당장은 5백만원 밖에 못준다”며 잡아뗐다. “삼성과 맞서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장 필요한 치료비 8천만원. 그거라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직서를 받아낸 삼성 관리자들은 “사표를 쓰고 나갔으니 우리 직원이 아닌데 왜 우리한테 책임지라는 거냐”며 유족을 떼쟁이로 몰았다. 황유미 씨가 죽기 두 달 전의 일이다.


반올림도 노조도 변호사도 만나지 말라, 산재신청도 하지 말라

2~3월 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나왔다. 황상기 씨는 그 책에 나온 천만원짜리 포도주 이야기를 보고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 포도주 반병 값에 딸의 목숨을 팔아넘겼다는 생각 때문이다. 포도주 반병 값 때문에 그들이 딸을 죽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가 죄책감과 분노로 몸부림 칠 때 이건희가 했다는 말이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황유미 씨의 추모제단에 부친 황상기 씨가 써놓은 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유미야 건희 데려가"

그의 꿈은 삼성에 노조가 생기는 것이었다.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어쩌면 딸은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어느 날인가는 경찰이 촛불을 끄라며 경고방송을 계속했다. LCD 공장 납땜일을 하다가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장애 1급이 된 한혜경씨 어머니는 발언을 방해하는 경찰들에게 “지금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얘깁니까? 우리보고 더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라며 절규했고, 황민웅씨의 부인인 정애정씨는 “죽은 남편을 위해 눈물 흘리는 것이 죄라면 잡아가십시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발언을 하다가 절규를 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건 일상이었다. 닳고 닳은 활동가들이 눈이 충혈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일상이었다. 같은 라인에서 연속으로 같은 병으로 죽어나가도, 삼성은 우연히 그들이 밖에서 개인적으로 질병을 얻어온 것이라 주장했다.

▲ 이건희,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유족이 어느날 하나 더 늘어났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박지연씨가 죽었다. 우연하게도 이건희가 경영에 복귀한지 딱 일주일 째였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 삼성은 유족들에게 협박을 계속했다. 반올림을 만나지 말라. 노동조합도, 변호사도 만나지 말라. 산재신청도 하지 말라. 그러면 한푼도 보상해줄 수 없다. 박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병실 밖에서 박씨를 감시했다. 숨이 오늘 내일하는 와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족들과 방문객들이 화를 내건 울건 마찬가지였다.

비오는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원래 항상 취해있는 김성환 위원장이야 그렇다 치고, 영안실을 채운 문상객 대부분이 눈이 충혈된 채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반올림 활동가들도 눈 주위까지 빨개져서 울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우는 거야 한두번 본 것도 아니지만. 영정 오른쪽의 작은 방에서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다들 지쳐서 멍해져 있을 무렵, 그 방에서 박지연 씨의 어머니가 나왔다. 그는 영정사진에 있는 딸의 얼굴을 울면서 계속 쳐다보다가 앞으로 다가가 사진의 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지연아 엄마가 미안해 지연아 엄마가 미안해 지연아 엄마가 미안해 지연아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언론 기사도 유족도 피해자도 사라진다

삼성이 보낸 감시인들은 장례식장까지 왔다가 쫓겨났다. 박지연 씨가 죽었다는 소식이 매일경제 인터넷판에 올라왔다가 곧 삭제되었다. 백혈병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로 한 MBC , <시사플러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등이 차례로 결방되었다. 그나마 진보언론에서 한두줄이라도 다뤄지면, 언론매체들은 앞다퉈 삼성전자의 새 사장이 아침밥을 먹었니 안먹었니 하는 의미없는 기사를 수십개씩 한번에 올려 덮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박지연 씨 가족이 사라졌다. 나오기로 한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 추모제에도 한참을 나오지 못했다. 유족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어느 기자회견에 동영상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비췄다. 그들이 그동안 그곳에 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건 물론 삼성이었다.

그 기자회견에서는 다른 유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LCD 공장에서 일하던 연제욱 씨의 어머니와 여동생. 여동생이 그동안 가족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내내 옆자리의 어머니는 테이블에 쓰러져 울고만 있었다.

삼성은 유족들을 찾아와 “제욱씨 병은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 삼성은 초일류기업이니까 예의상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며 반올림이랑 만나거나 산재소송 같은 걸 하면 한푼도 안줄 거라고 협박했다. 유족이 고인의 여자친구와 연락을 하는 것 까지 통제하려 했다.


어떤 언론도 광고를 싣지 않는, 만화책 두 권

그 기자회견 이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나는 퇴근길의 추모제는 더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을 잊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당원이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누가 입원했다. 누가 죽었다. 오늘은 누구의 몇 주기다. 짤막짤막한 이 문자들은 언제나 그 기억들을 한꺼번에 전부 떠오르게 했다. 그들의 싸움은 그냥 멀찌감치서 구경만 해도 정신적 외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두 권의 만화책이 나왔다. 삼성을 직접 지목하고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과 그 유족들의 고통을 그린 책이. 그동안 희생자는 더 발견되었고, 더 늘어났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그 책에 대한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들과 그 유족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이야기이지만 앞으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앞으로 죽어갈 우리들 말이다. 언론사 광고를 기대할 수 없는 책이 입소문으로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억지로라도 팔려야 한다. 그들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해왔는지, 그리고 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 때까지, 모든 사람이 외판원이 될 때까지.

[츠루야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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