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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프레카리아트와 기본소득 운동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2.07.19|조회수89 목록 댓글 0

프레카리아트와 기본소득 운동 대담회 열려

* 진보신당의 온라인 매체인 'R'(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 쓴 글입니다. 대담회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흔히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라고 말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와 기본소득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열렸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의 저자인 최광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과 조병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대변인이 대담자로 출연했다. 대담회는 11일 저녁, 신촌카페 체화당에서 맥주를 곁들인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최광은 “민주주의 발전과 기본소득 발상 연결하기, 기본 정치자금”

최 운영위원은 첫 이야기로 ‘기본소득과 민주주의’를 꺼냈다. 최 운영위원은 “A New Trinity: 프레카리아트, 민주주의, 기본소득”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삼위일체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였는데, 민주주의는 어떤 기준(목표)에 비추어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 자체를 끊임없이 바꾸는 것이다. demos의 집합적 역량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금권정치가 판을 친다. 정치적으로 배제된 국민 역시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이나 영향력 있는 로비스트들이 돈으로 정치를 지배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회적 지분 급여’(Stakeholder Grant: 성인이 되는 모든 개인에게 1억 원 정도의 현금을 지급해 인생 설계를 시작하게 하는 제도)를 주장한 B. Ackerman이 ‘patriot card’라는 제안을 했는데, 이를 E. O. Wright가 ‘democracy card’(민주주의 카드)라는 형태로 수용했다. 민주주의 카드는 투표권을 가진 모든 국민이 기본 정치자금을 갖고 정치하는 데 쓰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자금 모금방식을 모두 차단하고, 모든 국민이 투표권 행사뿐만 아니라 카드를 모으는 운동을 하고, 기명된 카드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방식이다. 사용처가 제한되지만 매월 지급하는 것을 기본소득이라 할 때, 기본소득의 일부 또는 변형된 형태로 사고한다면, 현재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에 기본소득 개념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1인 1표라는 보통선거권은 개별성에 근거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도 개인에게 권리로써 지급하자는 것이며 보편적으로 조건 없이 지급하는 형태이기에 민주주의와 원리적으로 닮았다.”라고 말했다.

조병훈 “프레카리아트 운동을 이미지에서 현실로 만들어야”

조 대변인은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전한 삶, 계급 의식의 불안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일)이 급증하다 보니, 노동력 판매자라는 권리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이 된다. 150여 년 전에 K. 마르크스가 이야기했던 프롤레타리아트와 같다. 그래서 시공간을 공유하는 노동자 집단이 해체되고, 요구는 세부적으로 파편화되고, 집단적 요구는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국은 IMF 경제위기와 세계금융위기 전후로 프레카리아트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대학 내의 스펙 경쟁, 사회운동과 학생운동의 소멸, 진보정당운동 쇠퇴 등이 겹쳐졌다. 일본은 평생 친구 하나 없이 살다 무연고로 죽는 경악할만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프레카리아트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유럽은 다시 계급적 운동이 조직되고 있다. 미국은 1960~70년대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Occupy 운동이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최광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 운영위원은 “과거 대공장 노동자들은 단결할 수 있는 조건이 쉬었던 반면에, 프레카리아트는 생활, 작업공간, 직업 능력 등 모든 것이 파편화되어 있다. 이런 상태는 양면적이다. 긍정적 측면을 발휘해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든지, 이 상태가 계속되면서 ‘바닥을 향한 질주(경주)’(Race to the bottom)만 계속할지 물음표다.”라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신자유주의를 말할 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노동 유연화’라는 말이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의 확대, 정리해고, 변형노동 등의 기능적이고 수량적인 유연화는 철저히 자본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유연화’라는 말 자체가 노동자 우위의 조건이라면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자기 시간의 통제권을 갖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니겠는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 공장으로 돌아가 다시 정규직으로 살아가는 게 노동자운동의 목표일 순 없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마련된다면, 정규적이지 않은 노동 형태가 오히려 우리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불안정성은 이중성 문제다. 불안정성 자체를 변화의 긍정적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연대 대오의 쇼핑(shopping)형 운동을 넘어 프레카리아트 운동으로”

조 대변인은 “현재 한국에서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첫 경제생활부터 모든 노동이 불안정했다. 일부이지만, 이들은 욕망을 긍정하는 전복의 정치를 한다. 다양한 전선에 서 있다. 두리반, 마리, 85호 크레인, 강정마을 등 다양한 농성장에서 대안 공간을 만들려 한다. 이들은 싫다고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고 다양한 욕망을 이루고자 한다. 그 욕망은 다양한데 부족한 것 채우기, 불합리한 위계 또는 폭력을 반대하는 자유, 기존의 (어떤 질서와 문화든) 진부하고 재미없는 것에 대한 반대 등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땐, 대안적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들이 문화라는 도구를 기획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데, 생각보다 기획력이 축적되지 않는다. 정치적 목적과 하위문화적 유희(遊戱)가 섞여 있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프레카리아트와 청년학생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특별한 운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없어서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 ‘청년학생’이란 호명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이제는 유효기간이 지났다. 지금 대학생들은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집회 참가자가 줄었다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지도 없는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다. 눈앞에 쌓인 문제는 너무 많고, 반대할 것도 엄청나게 많은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지도(맵)가 열리지 않는다. 극소수의 활동가들이 거리에서 자기는 좌파(종족)라고 외치는 상태다. 보편성은 파편화되고 책임을 사라진다. 모두 좌파지만 각자의 일이 우선이다. 책임이 없는 쇼핑(shopping)형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기동성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프레카리아트 운동의 특징을 말하고 싶은데, 다른 운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정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뜻이 비슷한 소수가 모여 많은 사람을 모으려 했으나 언제나 실패한다. 잘 안되다 보니 다양한 이슈와 형식을 발휘해보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다. 그러면서 자조하는데, 자신의 행위를 약간 희화화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낙후한 존재로 낙인찍는다. 그리고 타인의 공격에 대해서는 난 열심히 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쿨하게 답한다. 이러다 보니 운동 자체에 대한 기획이 없다. 기획이 없으니 쇼핑(shopping)형 운동을 하는 전문연대 대오가 된다. 1980년대부터 축적된 과거의 운동과 엄청난 세대 차이가 난다. 미드필더가 사라졌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서 일하는(또는 활동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다. 자원 크기는 비슷하고 순환되지 않고 재생산은 중단됐다. 기획은 낡았고 경험은 전수되지 않으며 조직화 경험은 부재하다.”라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88만원 세대』 공저자 중 한 명인 박권일 씨가 청년세대 운동이 아니라 프레카리아트 운동, 기본소득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 역시 동의한다. 이미 대학 캠퍼스 자체가 거리와 똑같지 않은가. 책임이 없는 쇼핑(shopping)형 운동은 연대만 전문적으로 하는 대오라 할 수 있는데,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인 자신의 의제를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언제나 과제였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프레카리아트란 말이 20대 당사자 운동, 88만원 세대의 등장 등과 만났는데 점차 상황이 변하고 있다. 20대라는 세대를 강조한 것은 경제에서의 배제를 말한 것인데, 현재의 10대와 곧 은퇴를 앞둔 50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들 모두가 프레카리아트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한국은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00만 명)가 은퇴하면 난리가 날 거다. 이들이 분개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담회에 참석한 최슬기 진보신당 당원은 “제가 얼마 전까지 대학생이었는데, 저 역시 전문연대 대오처럼 활동했다. 저 역시 이런 과거를 반성하면서 자신의 운동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운동, ‘닥치고 기본소득’처럼 욕망의 정치도 필요해”

최 대변인은 “기본소득 운동의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구체적인 흐름을 만든 사람들이 이 현장에 있다. 제가 사회당 대표하던 시절에 당내에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기본소득 강령을 제정했었다. 또한, 김슷캇이란 사람이 덕후위원회로 장을 열고 기본소득을 올라타면서 유명해졌는데, ‘닥치고 기본소득’이란 유명한 구호를 내걸었다. 너무 생경한 내용이어서 홍보에만 집중했다. 아직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은 초창기이며 사회운동과 긴밀히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국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아는 사람은 천 명 정도 된다. 대중운동으로서의 기본소득은 없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을 세상에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흔히 말하듯이, 사상문화운동의 단계에 있다고 본다. 일단 이 단계에서 힘을 키워서 싸워야 한다. 눈에 보이는,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닥치고 기본소득’이란 구호를 만든 김슷캇은 “2009년 초에 영어 실력이 부족한 저와 권문석은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기본소득 영문 텍스트로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여러 학자의 문건이 발견됐다. 대체로는 기본소득이 어떤 사회체제를 지향해야 하고 마르크스주의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소득 운동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과 이론(연구)은 학자의 글과 말을 통해서만 반복되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욕망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닥치고 기본소득’은 그렇게 나왔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욕먹었는데 ‘닥치고 정치’란 말에 대해서는 다들 별말이 없어서 좀 서운했다.”

조 대변인은 “생각해보면 ‘닥치고 기본소득’이란 말은 꽤 흥행했다. 저 역시 기본소득 운동을 처음 할 때 욕망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 이야기가 ‘내가 뭘 하고 싶은데 기본소득이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식으로 흐른다. 아직은 정치적 언어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섹시한 아이디어”

대담회에 참석한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희원은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명료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여러 전망과 경로가 있어서 문제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기본소득 운동하는 사람들이 다들 ‘네트워크’라는 형태로 모여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란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시키려면 중간 단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는 프레카리아트라고 자각했고, 그래서 여러 투쟁 현장을 쇼핑하다가 기본소득을 만났다. 그러면서 점차 구체적인 운동의 목록을 짜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희원님이 말한 것처럼, 기본소득 운동은 여러 물음표가 놓여있다. 프레카리아트의 불안정성을 말하면서 양면적 성격이 있다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이런 상태 자체를 기본소득이 가진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실제로 기본소득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일본 오사카 시장(하시모토 도루)처럼 극우파 기본소득 버전도 있고, 독일의 양심적인(?) 자본가(괴츠 베르너) 버전도 있다. 개별성이라는 차이를 긍정한 상태에서 기본소득으로써 공통성을 확보하는 것이 프레카리아트 계급화다. 기본소득 운동이 네트워크로 형성된 것은, 허브에 있는 사람들이 기획자로서 역할을 하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미드필더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기본소득이란 아이디어는 여전히 섹시하다. 당장 전면적 시행은 어렵지만 긴 계획과 시간으로 운동을 할 만큼의 매력이 충분하다. 각자의 영역에서 기본소득과 연결되는 다양한 고리를 만드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순발력, 지구력, 기획력 그리고 정치적 야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담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제가 다양한 기본소득 강의와 행사에 참석해봤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다. 학자들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오늘도 그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기본소득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신자유주의자도 ‘부의 소득세’란 개념(기본소득은 아니다.)을 통해 ‘낭비되는 복지 비용을 다 털어서 모든 사람의 생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전해주자.’라고 주장했고, 어떤 기본소득 지지자는 ‘다양한 보편 복지를 다 이루고, 덧붙여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어떤 기본소득 지지자는 ‘투기 불로소득 중과세 등을 통해서 보편 복지와 기본소득 등을 모두 이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사회적 지지를 얻고 어떤 (기본소득) 모델이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는 과제다. 당연히 현재의 논의 수준으로는 대국민정치를 펼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기본소득 논의가 벌어진 나라들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기본소득이 사회적 의제(아젠다)로 등장했는데, 한국은 아직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은 꽤 선정적 의제고 한국에서 기본소득 주장하는 사람들은 좌파 혁명에 가까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데 우파 버전이 없다. 아직 우파 세력들에게 기본소득은 이해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담회는 진보신당 기본소득위원회(준), 기본소득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주최했고 서울사람연대가 후원했으며 칼라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다음 대담회는 7월 24일(화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경제위기 시대, 좌파정당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열리며 금민(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김현우(진보신당 녹색위원장), 장석준(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대담자로 출연한다. 최근, 금민은 『좌파당의 길』(부제: 진보정치로부터 좌파정치로의 전환)이란 책을 냈다.

권문석 (진보신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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