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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열며

2024년 2월 18일 사순 제1주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24.02.17|조회수1,443 목록 댓글 37

2024년 2월 18일 사순 제1주일

 

 

예전에 이스라엘 성지 순례 다녀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순례 코스 중에서 광야 체험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광야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서 광야가 어떤 곳인지 느껴보는 것입니다. 광야는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닙니다. 물론 매우 덥고 따가운 햇빛을 맞으면서 살아야 했지만, 약간의 풀도 있고 또 물도 구할 수 있기에 사람이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와 같은 풍요로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몇 시간 체험은 가능해도, 며칠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없어도 너무 없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하느님 체험을 위해 많은 은수자가 움막을 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훨씬 더 많았다고 하니, 사람들은 하느님 체험을 위해 광야로 떠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광야에서 하느님 체험이 가능할까요? 단순히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받은 장소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스라엘 민족이 4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요?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에서는 오로지 하느님만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볼 것이 너무 많습니다. 즉, 정작 하느님을 보는 데는 소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광야는 볼 것이 없어서, 하느님께 집중하는데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은수자가 이곳을 찾았던 것입니다.

 

광야는 피해야 할 곳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찾아가는 곳이 되어야 했습니다. 반드시 이스라엘을 찾아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도 세상에 파묻혀서 광야처럼 고통과 황량함을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만나야 할 때였습니다.

 

예수님도 광야로 가셨습니다. 가뜩이나 불편하고 황량함이 가득한 광야인데, 여기에 사탄의 유혹까지 받게 되십니다. 그것도 자그마치 40일 동안을 말이지요. 어려운 장소에서 더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고 싶은 사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유혹받으셨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도 광야에 가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역시 유혹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 역시 광야와 같은 고통과 시련의 장소로 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받으신 것을 왜 나는 안 된다고 말할까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일인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하느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구원을 위한 기쁜 소식이지요.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인 우리는 광야와 같은 곳을 피하면서 철저하게 쉽고 편한 것만을 쫓았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명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무라카미 하루키).

 

사진설명: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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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캐슬린 | 작성시간 24.02.18 우리 마음이 세상에 파묻혀 광야처럼 고통과 황량함을 느끼게될 때, 그때가 바로 하느님을 만나야할 때이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1만두 | 작성시간 24.02.18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아멘.
  • 작성자mods | 작성시간 24.02.19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감사합니다...신부님...
  • 작성자충주 헬레나 | 작성시간 24.02.1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코끼리아가 | 작성시간 24.02.19 고맙습니다.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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