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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좌표는 어디인가?

작성자구유|작성시간21.05.31|조회수117 목록 댓글 3

 

 

우리의 좌표는 어디인가?

토빗 2,9-14; 마르 12,13-17 / 2021.6.1.;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이기우 신부

 

예수 성심 성월로 지내는 6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보면,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 수 있어서 예수 성심을

본받게 되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의 원천이셨던 그분의 거룩하신 마음,

즉 예수 성심을 본받고자 17세기 이후 예수 성심께 관한 신심이 퍼지기 시작하여

18세기부터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 성월 다음 달이면서

예수 성심 축일이 있는 6월에 예수 성심 성월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상 역사에 강생하신 예수 성심이야말로 좌표상의 원점처럼 보이지 않던

하느님을 보이게 드러내주는 인생과 역사의 기준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그저 막연히 자기 양심에 따라서만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임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토비트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충실하여 선행을 열심히 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참새 똥이 두 눈에 떨어진 후 아무리 치료를 받고

약을 발라도 효험이 없더니 끝내 시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토비트의 아내 안나는 매우 슬펐고 자신이 남편 대신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 가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나가 품삯 외에 선물로 받은 염소의 울음소리를 들은 남편이

이를 훔쳐 온 것으로 오해하고는 돌려주라고 하자 화가 난 안나는

볼멘 소리로 실속 없이 착한 남편을 구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느님께 충실하고자 평소에 행한 선행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이런 불행을 방치하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운 나머지 그리 했겠지요?

이 과정에서 안나의 영적 좌표는 왔다갔다 움직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유다인들은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하느님께

충실하다고 자타가 공인할 만큼 유다교 안에서 출중한 인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황제에게 세금을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하고 물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유다교에 충실하다면서도

로마 제국에 협력하던 위선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쳐야 한다고 대답하면 민중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요,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하면 반란죄로

당장 체포할 수 있는, 결국 교묘하게 이중으로 엮은 올가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렇듯 위선적인 그네들의 좌표상 위치는 원점으로부터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유스티노는 시대상으로 초대교회와

고대교회를 이어주는 2세기 초엽에 살았던 인물이고,

팔레스티나의 사마리아 지방에 태어났지만 그 집안은 그리스식 사고방식에

젖은 이교 가정이었으므로 유다이즘과 헬레니즘의 영향을 둘 다 받고 자라다가,

어느 날 신자 노인을 만나 예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노인에게서 들은

예수님의 복음에 비추어 자신이 배워온 그리스 철학을 진지하게 검토한 결과

큰 깨달음을 얻고는 더 큰 신앙 공동체가 세워져 있던

에페소에 가서 정식으로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부터 그는 더욱 학구적인 자세로 신앙에 임하여 유다인 학자와도

토론에 나서고(트리폰과의 대화), 그리스도교 신자들에 대한

로마 황제의 박해에 항의하는 호교론을 펴기도 하다가 끝내 순교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동시대와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원점이신

예수님께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좌표상 경로를 발견하여 공유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1세대 호교 교부라는 명예스러운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평소에는 모호하거나 왔다 갔다 하다가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

비로소 정확한 좌표가 찍힙니다. 이 좌표는 4차원상의 좌표여서 가로와 세로,

높이에다가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작용합니다.

우리도 나중에는 더욱 원점 가까이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진리와 오류 사이에서, 충실과 위선 사이에서 우리의 좌표는 과연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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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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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로잘리 | 작성시간 21.05.31 많은걸 생각하게 만듭니다. 왔다갔다하는 제 좌표는 언제쯤 주님께 완전히 맞춰질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요셉-막내165 | 작성시간 21.05.3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비안나 | 작성시간 21.06.01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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