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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상에서 부활을 살 것인가?

작성자구유|작성시간21.06.01|조회수119 목록 댓글 1

 

 

어떻게 일상에서 부활을 살 것인가?

토빗 3,11-7; 마르 12,18-27

2021.6.2.; 연중 제9주간 수요일; 이기우 신부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공생활 동안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또 일으키셨지만, 그 일들의 사이사이에 그보다 훨씬 더 길고 평온한

일상생활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새로운 삶이었고,

하느님 나라의 현실이었으며, 부활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나 지금에나 하느님과 그 나라와 부활에 대해 오해하는

이들은 적지 않습니다. 하느님께 제사를 바치는 소임에 종사한다면서도

정작 하느님의 섭리와 이치에 대해 관심도 없고 깨달음도 없었던 사두가이들이

예수님께 던진 물음도 그러했습니다. 부활은 죽은 다음의 사건도 아니고 현세의

연장도 아니건만, 그들은 현실에서도 있을 수 없는 매우 고약한 사례를 들고 와서는

예수님을 떠보고자 했습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 속에서 그네들은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했고 그 어떠한 깨달음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 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일상에서

부활을 체험하고, 하느님 나라의 현실을 느끼며, 하느님 안에서 산다고 생각하기란

그리 쉬운 노릇이 아닙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토빗도 겨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뿐인데도 마음이 몹시 괴로워 탄식하며 울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겠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의도적인 엄살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이러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그렇습니다.

 

토비트에게는 친척의 딸인 사라도 혼인생활에서 흔치 않는 고통을 겪습니다.

일곱 남편을 모두 첫날 밤에 잃었다는 사례에서 복음에 끼여든 사례만큼이나

비현실적이지만, 그만큼 토빗서의 독자들인 그리스 문화권 유다인들에게 혼인으로

말미암아 신앙을 잃어버릴 위험이 큰 현실을 상기하면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토비트나 사라의 이런 곤경에 파견되는 존재가 라파엘 천사입니다.

천사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배려를 상징하고 인내와 성실로

믿는 이들을 마침내 구원하시는 하느님 승리의 보증인이 되어 줍니다.

 

토빗서의 주인공인 토비트와 사라가 겪는 갈등과 좌절, 고민과 아픔은

그리스도인들도 일상에서 겪는 바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선한 지향을

지니고 착하게 살고자 노력할지라도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나 믿음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할 때 우리를 위해 파견되는

존재가 라파엘이라는 것이 토빗서의 메시지입니다.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사는 현실은 믿음이 죽은 이들 투성이이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우리가 다시 살아나서 부활의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천사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토비트나 사라처럼 어린아이처럼 굴거나,

또는 나약하게 흔들리지 말고 차라리 라파엘 천사처럼 우리 주변의 토비트들이나

사라들을 찾아 나서서 배려해 주고 위로해 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삶이 부활의

일상입니다. 바로,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죽은 다음에만

부활하신 분이 아니라 이미 복음을 선포하며 실제로 복음을 살아가셨던 그 일상에서

살아계셨습니다. 육신의 숨만 쉬는 그런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을 호흡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이것이 부활의 일상입니다. 혼자서는 온 우주 안에 나와

하느님만 있는 듯이 살다가도, 누군가를 도울 때면 부러진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는 심정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 예수 성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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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요셉-막내165 | 작성시간 21.06.02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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