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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작성자구유|작성시간21.06.05|조회수132 목록 댓글 1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탈출 24,3-6; 히브 9,11-15; 마르 14,12-16.22-26

2021.6.6.;성체 성혈 대축일; 이기우 신부

 

⒈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전례의 흐름으로 보면, 부활 대축일에서 시작하여 승천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 삼위일체 대축일에 이어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이것은 복음선포의 핵심만을 모아 놓은 흐름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고,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심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진리라는 것을 입증하셨으며, 예수님께서 승천하시어 성령을

보내주심으로써 교회가 탄생할 수 있었고 이 교회에 모인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처럼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하는데, 그것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따라 공동체를 이루어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요, 공동체를 이룬 각 개별 그리스도인들은 성체 성혈을

받아 먹고 마심으로서 예수님처럼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해야 한다는 것이

그 둘째입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에 삼위일체 대축일과

성체 성혈 대축일이 뒤따르게 되었습니다.

 

⒉ 예수님께서 성체와 성혈의 성사로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시기까지 이스라엘은

소나 양 같은 짐승을 잡아서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 유래가 이렇습니다.

아직 하느님을 모르던 이집트인들은 소를 비롯한 짐승이나 상상 속의 스핑크스,

태양을 비롯한 천체 심지어 이집트 왕 파라오 등을 모두 신으로 숭배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나는 있는 나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탈출 3,14.6).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출 3,7.10).

 

⒊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어 계시하시는 과정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게 탈출시켜 가나안 땅으로 해방시키는 역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하느님의 계시와 역사적 개입이 계속될 것임을

밝히셨고, 따라서 이 계시와 개입의 협력자로서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과 계약을 맺으시고 모세를 불러 시나이 산에서

그 계약의 내용이 될 십계명을 내려 주시려던 참에 히브리인들은 이집트에서의

우상숭배를 본따서 금송아지 상을 만들어 경배하였습니다. 말하자면 모세를 통해

전해 받은, 또 홍해를 건너온 이집트 탈출 과정에서 드러나신 하느님의 존재와

개입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입니다.

 

⒋ 십계명 돌판을 받아 가지고 시나이 산에서 내려온 모세가 이를 보고 화가 나서

금송아지 상은 십계명 돌판을 던져 부수었고, 금송아지 상을 경배하던 히브리인들

삼천 명을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히브리인들도 우상을 숭배한 죄를

씻게 하기 위해서 금송아지를 산산조각 부순 가루를 타 마시게 하고는, 이를 상징하는

뜻으로 불태워지는 소의 고기처럼 자신의 죄를 불태워 속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금송아지 숭배 행위의 여파가 번제라는 대책으로 나타나서 속죄일이 생겨났고,

나중에 가서는 평소에도 속죄일처럼 소를 잡아 불태우는 번제가 공식 제사로

거행되었습니다(탈출 24,8). 이것이 오늘 제1독서가 말하는 내용으로서,

레위 지파와 사제들이 행하던 제사 직무였습니다.

 

⒌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레위 지파에 속한 세습 사제들을 뛰어 넘는

대사제로서 제사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을 완전히 쇄신시키셨습니다.

제물로 바쳐야 할 것은 이제 짐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요,

제사를 바쳐야 할 곳은 성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이며,

제사를 바치는 주체 역시 세습 제관이 아니라 우리들 각자여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로 보여 주셨습니다.

 

⒍ 가장 먼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셨습니다.

창조주이신 그분은 우리의 아버지로서 우리 삶을 돌보아주시는 분이므로

그분을 마음과 몸을 다하여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십자가 상에서 그분이 자신을 제물로 삼아 바친 행위가 그 표현이기도 했거니와,

그분의 삶 자체가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이기도 했습니다.

 

⒎ 또한 제사에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이에 따라 사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예언직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동안 틈틈이 하느님과 대화하시는 시간을 가지셨으며,

그 결과 내용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입니다.

그 대표적인 메시지가 산상설교의 가르침입니다.

 

⒏ 그래서 대사제이시자 예언자로서 당신의 제사를 당신 백성도

계승하기를 바라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부활하신

당신의 몸을 염두에 두시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우리라고 선언하셨고(요한 2,19),

사마리아 여인에게는 앞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과 진리로 하느님께

예배드릴 때가 온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요한 4,24).

그리고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기에 앞서서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주시며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고 다짐을 받으신 것도 그래서입니다(요한 13,14).

섬김의 삶이 제물이요 섬기는 현장이 제사의 본 장소이며 섬기는 사람이

제사를 봉헌할 자격이 있습니다.

 

⒐ 하느님의 백성이 당신의 사제직과 예언직을 계승하도록 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이 같은 섬김의 삶을 당부하시면서

동시에 당신을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이로써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인데, 이는 삼위일체 대축일의 뜻과 맞물립니다.

성사와 같은 전례는 반드시 하느님 백성이

모인 공동체에서 거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동체 안에서 거행되는 전례를 통하여 섬김의 삶을 자기 스스로 전례의

제물로 봉헌하는 전통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 제2독서의 내용입니다.

 

⒑ 그리하여 교회가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의 질서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즉, 삼위일체의 신앙과 성체 성혈의 신심에 따라서 예수님의 자기 봉헌 제사를

기준과 바탕으로 삼고, 미사 중 성체와 성혈로 축성되는 거룩한 변화를 과정으로 삼으며,

미사에 참례하여 자기를 봉헌하는 신자들의 거룩한 변화를 목표로 삼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과 교회 사이에 맺어진 계약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못박힌 몸을 뜻하는

빵을 두고 “내 몸”이라고 말씀하시고, 역시 십자가에 못박힌 몸에서 흘러 나오는

피를 뜻하는 포도주를 두고 “내 피” 라고 말씀하신 것은 성체성사가 십자가상의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뜻합니다. 이것이 미사에 참례한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자신들의 섬김의 희생을 앞당겨 봉헌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미사 중 영성체를 하나의 약속어음을 하느님께 발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체를 영할 때, “그리스도의 몸이 되십시오!” 하는 사제의 말에,

“아멘!” 하고 말하며 응답합니다. 그리 하겠다는 동의의 표시입니다.

만일 성체를 영하며 응답을 해 놓고도 거룩한 변화를 삶에서 이룩하지 않으면

약속어음을 부도내는 결과가 됩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⒒ 예수님께서 행하시고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제사를 올바르게 계승해야 합니다.

그분이 알려주신 참 하느님을 우리가 섬겨야 합니다. 금송아지 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 경배하던 고대 이스라엘 자손들처럼 우리가 오늘날 금송아지와도 같은 돈이나

재산, 자본이나 권세 등 세속적인 우상에 굴종하는 것은 하느님을 거부하는 커다란

죄악입니다. 따라서 제사에서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봉헌한다는 의식이 없이 습관적으로

참여하거나, 공동체에서 서로가 함께 발을 씻어주는 섬김을 다짐하는 의식 없이

그저 복을 빌기 위한 기복적인 동기로 참여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헌금은 자기 봉헌의 표시일 뿐 대체물이 될 수 없습니다.

 

⒓ 교우 여러분, 2천 년 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지고 정화된

가톨릭 신앙의 정통적인 고백과 실천을 계승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수많은 무신론자들을 따라가지 마십시오.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제사를 외면하는 이들을 본받지 마십시오.

오히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이웃 사랑의 자세로

제사를 봉헌함으로써 하느님께 나아가십시오.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과 성체 성혈 신심이

곁들여짐으로써 공동체와 제사, 섬김과 봉헌이 어우러진 예수의 미사를 우리가

봉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생명의 빵을 먹고

하느님의 기운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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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요셉-막내165 | 작성시간 21.06.06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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