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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작성자구유|작성시간21.06.24|조회수140 목록 댓글 3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이사 13,22-26; 사도 13,22-26; 루카 1,57-80

2021.6.24.;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이기우 신부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보통 교회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성인들의 축일은 태어난 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날입니다. 왜냐하면 그 날이 천상 탄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특별히 개입하셔서 세상에 나온 인물에 대해서는 태어난 날을

경축하는데, 단 세 사람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은 아버지 즈카르야와 어머니 엘리사벳에게서 태어났는데, 이미 자식을

낳기에 늦은 나이인데도 하느님께서 그 부부의 기도를 굽어보시고 점지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부모의 기도로 태어난 요한은 아버지 즈카르야가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였으므로 그도 세습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하여 사제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당시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하고 있던 사두가이파 사제들이 워낙 부패했기

때문에 일단의 사제들이 사두가이파를 떠나서 독립적인 사제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이들을 에세네파라고 부릅니다. 요한도 이에 합류하였습니다.

특히 유다 광야에 세워진 꿈란 공동체에서 익힌 엄격한 고행과 이사야 예언을

실현하려는 의지 이를 위해 죄를 씻으려는 정화의식 등이 요한이

이 꿈란 사제 공동체에서 물려받은 생활양식입니다.

 

그런데 요한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였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그에게 특별히 부여하신 사명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사명이 바로 이스라엘 대중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

가운데에서 쓸만한 인재를 뽑아서 그분의 제자가 되어 따르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수님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다 광야에서 홀로 고행을

하다가 요르단 강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꿈란 공동체에서와는 달리 단 한 번의 정화의식으로 그 이전까지의 모든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선언하였습니다. 현재 그리스도교의 세례예식은 바로 이 요한의

정화의식에서 연원한 것입니다. 그런 선언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요한의 도덕적

권위는 대단했습니다. 4백 년 만에 나타난 예언자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란 공동체의 사제들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꿈란 사제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요한은 때를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설교 대주제는 요한이 먼저

외친 메시지였습니다. “때가 다 되어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이러한 메시지를 통하여 요한은 사람들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회개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회개를 의로움이라고 부르면서, 그 의로운 처지가 되어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사야는 일찍이 이러한 의로운 삶이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온 민족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외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일컬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요한보다 더 의로운 사람은 없었다”고

칭송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그러나 하늘 나라에게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는 더 크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정의라는 가치가

먼저 필요하지만 사랑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하지 무렵에 요한의 탄생을 기념함은 동지 무렵에 탄생하시는

구세주의 탄생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이제부터 낮의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밤의 길이는 갈수록 길어지다가 구세주 탄생을 기하여 낮의 길이가 가장 짧아졌다가

그 후부터는 갈수록 길어지는 동지가 다가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요한적인 정의의 가치와 예수적인 사랑의 가치가 동시에 그리고 번갈아 필요한

이치를 전례가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이 의로운 길을 가고, 그 길 위로 가톨릭교회가 사랑의 복음을

선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한민족과

가톨릭교회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우신 그분의 섭리를,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들의 역사적 소명이요 민족적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가톨릭 신자 부부들이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의 모범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부부는 메시아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던 대표적인 아나빔이었습니다.

혼인하여 늦도록까지 자식이 없던 그 부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손길을

의심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늦은 나이에 얻은

요한에게 민족적 자긍심에 더하여 메시아를 위한 신앙을 정성껏 가르쳤습니다.

이처럼 가톨릭 신자 부부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의로움과 사랑의 고귀한 뜻을

전달하기를 바랍니다. 사랑과 혼인의 가치가 흔들리고 가정과 자녀교육의 가치가

천박해져 가고 있는 이즈음, 세상이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의

수많은 요한들을 길러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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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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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요셉-막내165 | 작성시간 21.06.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광시 | 작성시간 21.06.24 아멘 💖💖💖
  • 작성자pine1215 | 작성시간 21.06.24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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