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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동방에서

작성자구유|작성시간21.12.13|조회수219 목록 댓글 1

 

 

빛은 동방에서

민수 24,2-17; 마태 21,23-27 / 2021.12.13.; 성녀 루치아; 이기우 신부

 

오늘은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5세기 경 로마 박해시대에 동정의

몸으로 신앙 진리를 위하여 순교한 그의 이름은 라틴어로 ‘빛’을 뜻합니다. 발라암은

지파별로 자리잡은 이스라엘을 보고, 별 하나가 솟을 것임을 보고 신탁을 선포하였는데

(독서),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들은 성전에서 군중을 가르치시는 예수님께 무슨 권한으로

가르치는지를 따져 물었습니다(복음). 별은 빛이요 권한은 법입니다.

 

본시 로마에 전해진 신앙 진리는 동방에서 전해진 빛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민족에게

신앙 진리의 빛은 서방에서 전해졌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처음 소개된 성경은

명말청초(明末淸初)에 중국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들(E. Diaz, Mailla)이

서양 신학서적을 한문으로 번역한 성경직해(聖經直解)와 성경광익(聖經廣益) 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동방의 아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시아는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입니다. 서양인들이 동방을 창의적 직관과

명상을 통하여 고유한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킨 신비의 땅으로 여겨 온 것은

결코 과장이나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아시아에서 나온 이 세계 종교들에는 모두

경전이 있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온 인류를 진리로 이끌고 있습니다.

“빛은 동방에서”(ex oriente Lux)라는 오래된 서양 격언이 이를 잘 반영합니다.

그 중의 한 빛이 히브리 문명의 경전인 성경이었습니다.

 

성경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과 지중해 문명이 어우러진 땅에서 쓰이고

퍼져 나갔습니다. 지중해 문명 즉 그리스 문명과 로마 문명의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이 두 문명의 상속자로 자처하는 서양인들은 오랫동안 성경을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내려 주신 선물인 양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이 그리스 문명과 로마 문명보다

훨씬 앞서 생겨난 고대 근동의 두 문명 –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 의 영향을

받은 히브리 문명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근세에 들어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대

근동어를 연구하는 서양 학자들은 유럽 언어들의 원조로 여겼던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동방의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셈어와 페니키아어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였습니다. 언어뿐 아니라 문학 양식에서도 서양인들은 동방의 영향을 받았음이

밝혀졌습니다. 서양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온 성경은 신화, 법전, 민담, 격언, 비유, 역사,

연가(戀歌)와 애가(哀歌), 예언 등 다양한 문학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문학

양식들이 모두 고대 근동의 문헌들에서 고스란히 발견되었으며 내용까지도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아시아인들이 성경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성경이 이처럼 아시아에서 생겨난

복합 문화의 토양에 뿌리박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식의 성경 해석과 접근 방법으로만

알아온 탓이 큽니다. 그리스도교가 서양을 거쳐 세계의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는 동안,

성경도 서양인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으로 분석하고 객관적

진리나 교의(敎義)를 이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한 영향이 큰데, 이것도 그리스도교나

성경을 서양의 옷을 입은 문화로 바라보게 하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법은 서양에서”(ex occidente Lex)라는 서양 격언이 뜻하는 바 그대로입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2천여 년의 긴 여정을 거쳐 다시 동방으로 돌아온 성경이 놓여

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온 인류에게 구원의 표지로 주신 귀중한 경전입니다.

세계가 모든 문화권을 포함하고 성경의 메시지가 모든 문화권에 열려 있다는 사실은

이제 서양 일변도의 관점에서 탈피하여 동방의 빛을 아시아의 관점으로도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성경을 태동시킨 이스라엘은 정치나 윤리 면에서 결코 뛰어난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본디 정처 없이 물과 목초지를 찾아 떠돌던 유목민들과 사회의 밑바닥에서

천대받던 히브리인들의 후예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조상들이 하느님의 초대를 감사하게

받아들였을 때,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생명의 번영과 안정된 정착지를 약속하셨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탈출시켜주시고 가나안 땅으로 해방시켜주셨습니다. 그러나 히브리 후예들이

하느님을 배반하자, 그분께서는 혹독한 시련과 고난의 벌을 내리셨습니다.

 

서양의 인류문화학자들은 인류가 아프리카의 유인원에서 비롯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말하지만, 성경에서는 대홍수 이후 노아의 후손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음을 증언합니다. 그 후손들 가운데 아시아의 서방에 자리잡은 히브리인들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빛의 기록으로 성경을 쓰는 동안에, 아시아의 동방으로 이주한

한민족은 예로부터 빛을 숭상하는 경천과 제천의 전통을 이룩했습니다.

 

성경이 전해준 큰 빛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스라엘이 겪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자면 이 큰 빛을 알아보고(이사 9,1), 인류에게 반사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온 누리에 비추어주어야 할 민족들의 빛(이사 49,6)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한류의 물결이 선한 영향력으로 지속되어

온 인류에게 하느님의 빛으로 비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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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pine1215 | 작성시간 21.12.13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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