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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강론 묵상

방효익 바오로 신부 - 연중 제26주일 23 10 01

작성자제이짱|작성시간23.09.30|조회수98 목록 댓글 3

연중 제26주일(가해)


제1독서(에제 18,25-28)는 하느님의 공평성을 탓하는 이스라엘에게 주신 대답입니다.
유다인들은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는데, 자식들의 이가 시다.”(18,2.19; 예레 31,29) 하면서 죄벌의 세습을 말했는데, 예언자는 이 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을 끝났고, 개인의 결단과 책임만 요청된다고 예언합니다(18,20). 그런데도 조상들이 지은 죄 때문에 자기들이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항합니다. 죄의 사회적 파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께서는 “죄지은 자만 죽는다.”(18,4.20) 하시면서 “주님의 길이 공평하지 않다.”고 탓하지 말고, “자기가 저지른 불의 때문에 죽는 것이며” “악인이라도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정의와 공평을 실천하라고 그렇게 경고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대답만 했지,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루살렘은 멸망할 것이고, 유배될 것입니다. 상습적으로 하느님 탓만 하는 백성인 듯합니다(지혜 15,11-12). 하느님께서는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는 그가 무시한 나의 맹세와 그가 깨뜨린 나의 계약을 그의 머리 위로 되갚겠다.”(17,19)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돌아서기만 한다면, 구원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제시합니다.

복음(마태 21,28-32)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으면 실천하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과 당신의 권한에 대한 논쟁 끝에 두 아들에게 일을 시키는 아버지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비유의 핵심은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입니다. “두 아들”이라고 하는데, 둘째가 “가겠습니다. 주님”(30절)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같은 포도밭에서 일하는 “두 일꾼”인 듯합니다. 일을 시키는 주인의 말에 첫째는 거침없이 “싫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포도밭에 가서 일했고, 둘째는 공손하게 “가겠다.”고 했지만 일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로 상징되는 둘째는 율법을 받아들였으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았고, 세리와 창녀들로 상징되는 첫째는 하느님의 계획에 부정적으로 응답했으나 뉘우치고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은 물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하여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7,21)라는 말씀과 “꼴지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지 될 것이다.”(19,30; 20,16)라는 말씀을 입증하십니다.
이렇게 정반대로 표현되는 일꾼들의 행동을 예수님께서는 당시에 최고 지위와 혜택을 누리면서 살던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 그리고 그들이 천대하던 세리와 창녀들에 대비시키십니다.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맏아들”로 자처했으나 둘째 같은 짓만 일삼았습니다. 반면에 사회에서 가장 멸시받던 세리와 창녀들은 비록 부끄럽게 살면서 하느님을 거부했지만, 생각을 바꾸어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리와 창녀들이 수석사제들과 원로들보다 하느님 나라에 먼저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 선택받았다고 떠벌리는 이들은 의로움의 길을 보여준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했으며, 의로움의 길 자체이신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고” 했습니다(11,18-19). 결국 이들은 세례자 요한을 통한 첫 번째 회개의 기회를 놓쳤고, 이제 마지막 회개의 기회를 주시기 위해 하늘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물론 세례자 요한도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러 요르단으로 오셨을 때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습니다(3,14).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시자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3,15)
율법과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얽매였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길이 공평하지 않다면서 따르지 않았고, 예수님 때문에 되는 일도 없다는 식으로 비난했습니다. 반면에 비록 죄인으로 낙인찍혔지만, 하느님께 돌아선 세리와 창녀들은 생각을 바꾸어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길이 공평하다고, 이제는 죄악에서 벗어나 예수님만 믿고 따르겠다고 합니다. 의인이라고 자처하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둘째처럼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질렀습니다. 반면에 꼴찌 취급되던 세리와 창녀들은 차마 부끄러워서 포도밭에 못 가겠다고 했지만, 밭에 나가 일했던 첫째처럼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뉘우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했던 것입니다.
복음의 비유에 나오는 두 아들들은 복음사가의 공동체 안에서 세례를 받은 유다인들과 이방인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싫다”고 한 첫째는 노아의 후손들이지만 이방인이었다가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들을 뜻하고, “가겠다.”고 대답한 둘째는 아브라함의 후손인 유다인들로서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지만 계속 율법 타령만 하는 이들을 상징합니다. 이제는 율법을 따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따라서 겸손하게 사랑을 실천해야 함에도 자기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바꾸지 못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율법을 따르는 이가 아니라 율법을 실천하는 이라야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로마 2,13).

제2독서(필리 2,1-5)는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닮으라고 합니다.
바오로는 아름다운 찬미가(2,6-11)를 소개하기 전에 필리피 공동체가 겪고 있는 분열의 위험 때문에(1,27; 2,14; 4,2) 거듭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고, 주님 안에서 뜻을 같이하라고 권고합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자기가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아야 하고, 사랑의 위로를 받아야 하며, 성령의 친교를 나눌 줄 알아야 하고, 애정과 동정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공동체적으로는 주님 안에서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과 같은 마음, 그리고 같은 생각을 지니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차원의 생활을 위해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고,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기 위해, 그리고 영광을 드리기 위해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마음이기 때문에 필리피 공동체가 그 마음을 닮는다면 하느님께는 물론 바오로에게 완전하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에제키엘 예언자 시대 사람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공평하지 않다고, 죄지은 자들이 겪어야 할 죗값이 너무 초라하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기에게는 반대로 적용되기를 바랐습니다. 공평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눈에 그지없이 초라하다고 여겨지는 사람하고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당신의 일을 훌륭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어떤 때는 정말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네” 하고 대답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먼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로마 12,2)
오늘의 말씀들은 세례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냉담하는 사람과 비록 늦게나마 하느님을 알고 돌아서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암시합니다. 교회(포도밭) 안에서 봉사하겠다고 말만 앞세우고는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과 비록 약속하지는 못했지만 드러나지 않게 봉사와 희생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을 대비시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예수님께서 하셨던 순종을 본받아 포도밭(교회)에서 일하라고 부르십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응답한 대로가 아니라 행동한 대로 하늘나라에 받아주실 것입니다.


- 방효익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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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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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09.3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0.0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0.02 아멘 신부님 제이짱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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