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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강론 묵상

11월 14일 연중 32주 화요일 / 루카 17,7-10 <주님을 따르는 이들의 마땅한 도리>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1.14|조회수106 목록 댓글 3

연중 32주 화요일 / 루카 17,7-10

 

복음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7-10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주님을 따르는 이들의 마땅한 도리

예수님 시대에 바리사이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율법을 잘 지켜 공덕을 쌓아 하느님께 보상을 받겠다는 인과응보 사상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로 오해하였던 것이지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사도들이 예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17,5)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사도라는 걸 내세워 하느님의 관대함을 요구할 수는 없음을 상기시켜주십니다.

사실 현세에서는 채용된 노동자라 하여도 자신이 한 일과 수고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고용주는 인간을 노동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되며, 늘 노동을 하는 사람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권력도 이를 보장해주어야 할 의무를 집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질서는 전혀 딴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밭을 갈거나 양을 치고 들에서 돌아온 종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하지 않습니다(17,7). 오히려 주인은 자신의 저녁을 준비하고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고 나서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17,8). 이것이 바로 삯을 받고 일하며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품꾼과 하늘나라를 위한 종의 다른 점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종은 하느님의 소유가 되어 그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축복임을 압니다. 하느님을 소유함으로써 모든 것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는 법이지요. 하느님 나라의 종은 주인을 위하여 무상으로 일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종은 무슨 일을 했다고 해서 주님께 보수나 사례를 바라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정체성은 아무런 대가니 보상없이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일을 우선시 하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심부름꾼이 바로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전하도록 부름받은 하늘나라의 ‘공무원’인 셈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종은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10)하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이요 예수님의 제자로 불린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을 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사랑의 의무일 뿐입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주님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이해타산을 따질 수 없으며, 죽기까지 다 채우지 못하는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자신을 ‘보잘것없는 종'(유언 41), '하찮은 종'(지도자편지 1), '가장 작은 종’(2보호자편지 1)으로 인식하였으며, 장상직을 수행하는 형제들을 ‘형제들의 봉사자요 종’(인준칙10,1)이라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형제들이 하느님의 종이며 형제들을 섬기는 서로의 종임을 깊이 인식하였고,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사랑을 실행했습니다.

우리 또한 모든 이를 조건없이 섬기도록 불리운 주님의 종임을 똑똑히 인식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의 종인 자신의 신원과 본분을 망각한 채 하느님의 일에 대해서조차 계산하고 대가를 따지는 천박한 품꾼이 되지 말아야겠지요. 자비와 선행, 정의를 위한 투신, 영성생활에 관한 지식과 변화 등 그 어떤 것도 자기 업적인양 자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도 오직 하느님과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주님의 도구로 쓰여짐에 기뻐하는 성숙한 주님의 종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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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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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11.14 아멘~!
    stellakang님, 많은 글 올리시느라도 고생하셨습니다.
    은총 가득한 행복한 날 되세요~!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1.14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1.14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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