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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강론 묵상

[스크랩] 2월 3일 연중 4주 토요일 /마르 6,30-34<하느님 안에서의 창조적인 쉼♣>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4.02.03|조회수115 목록 댓글 4

연중 4주 토요일/마르 6,30-34

 

복음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30-34
그때에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2)

 

 

하느님 안에서의 창조적인 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들으시고는 “너희는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6,32) 하고 말씀하신다. 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식사할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배에 태우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예수님께서 외딴곳을 찾으신 것은 헤로데 안티파스가 자신을 죽이려고 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고 돌아온 제자들이 '멈추어서' 내면을 하느님으로 채울 ‘영적인 여백’을 마련하도록 외딴곳으로 가서 쉬라고 하셨을 것이다. 영성생활에서의 ‘쉼’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하느님께서는 이레째 되는 날 창조를 완성하시고, 당신의 창조업적 안에서 쉬시면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바라보시고 경험하시며 느끼신다. 하느님께서는 쉼을 위해 창조하신 것이지 또다시 노동하시기 위해 휴식을 취하신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쉼을 통해 이레째 날을 축복하심으로써 모든 피조물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존재하게 하시고, 시간을 영원의 시간이 되게 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창조하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피조물을 당신의 얼굴 앞에 두시고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시고 함께 살아가도록 하셨다. 창조의 완성은 쉼이며, 활동의 완성은 창조주 하느님과의 함께 있음이다. 창조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며, 우리가 멈춰 쉴 때 그분의 거룩함과 선이 드러나며 그분께서 함께하신다.

우리네 삶은 노동과 쉼, 활동과 휴일의 창조 리듬을 통해 창조주와 일치하여 생명력을 얻고 성숙하게 되며, 다른 피조물을 평화 속에 살도록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안식일은 자연과 자신안에 하느님 외에 다른 것을 끼워 넣지 않고 그분의 손길에 맡기는 날이다. 그 결과 쉼의 날은 '창조의 축제'가 되고 인간은 이 날 거룩한 여유 속에 경이로운 눈으로 창조된 만물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된다. 자주 멈추어 인생피정을 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쉴새없이 움직이고 심지어 활동주의와 일중독에 빠지기도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몸과 감성작용과 생각을 멈추어 하느님의 눈으로 자신과 서로의 공동 관심사를 다시 보고, 서로를 인격적으로 진지하게 수용하는 '절대의 쉼'(안식)이 절실하다. 우리의 목표는 노동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휴식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소음이 멈추고 반성과 계획을 거듭하는 ‘생각을 멈추면’, 침묵하는 하느님의 현존, 고요 속에 다가오는 주님의 현존, 자신의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참된 바람 등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를 감지하게 된다. 칼 라너는 이를 ‘침묵하는 신비’라고 하였다. 바로 이런 날이 영원하고 거룩한 안식의 순간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바로 이런 쉼을 가지라고 초대하신 것이다. 멈춤과 쉼 사이를 순례하는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참 자기를 만나기 위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점이다.

쉼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멈추는 것이다. 멈추어 서서 다시 하느님을 호흡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외딴곳까지 달려온 가엾은 군중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 그들을 사랑의 창조 안으로 받아들이신 것이다. 이처럼 사랑 때문에 멈출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영 안에 살아가는 이들은 멈추어 쉬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창조의 자리를 그분께 내어드려야 한다. 모든 일의 완성은 이 쉼에 있다. 오늘 하루라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나 이건 해야만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의 숨결이 살아있는 침묵 가운데 고요히 머물러보자! 침묵 속에 잠겨 있는 하느님의 신비를 듣기 위하여 멈추어 쉬는 일을 무엇보다도 더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다. 하느님 친히 일하시도록 자리를 비켜드리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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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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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참 | 작성시간 24.02.03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나 이건 해야만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의 숨결이 살아있는 침묵 가운데 고요히 머물러보자!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4.02.03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2.03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평화의샘 | 작성시간 24.02.03 오늘도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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