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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5월은 성모성월(聖母聖月)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10.15|조회수76 목록 댓글 0

 

 

가톨릭 교 신자가 된 지도 어언 25여 년 되었다. 그러나 주일 미사만 놓치지 않을 뿐, 아는 것도 없고 레지오 활동도 하지 못하는 속된 표현으로 ‘발바닥 신자’이다.

그래도 감히 내 짧은 소견으로, 가톨릭 교는 참으로 내 것 만이 아니라 내 아닌 남을 존중하고 두루두루 함께 하는 폭넓고 너그러운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에서 5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성모성월(聖母聖月)’이다. 꽃이 피고 파란 잎이 돋는 화사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즈음 중세 시대 로마 제국과 게르만 민족은 봄 축제를 열었다. 그 후 유럽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면서 5월 봄 축제가 성모 마리아를 예찬하는 행사로 확장된 거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성모의 밤’이라는 축제를 열어, 신자들이 성모상 앞에 장미꽃을 바치고 촛불 기도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특히나 기독교인들이 오해를 많이 한다. 신이 아닌 인간인 성모 마리아를 믿는다고.

가톨릭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마리아에 대한 공경을 엄격히 구별한다. 마리아는 인류 중에 가장 탁월하고 뛰어난 신앙을 가진 인물로,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본받을 대상인 것이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마리아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예수의 어머니로 간택됐고 예수를 가장 가까이서 믿고 따랐다고 전해진다. 또한 마리아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도 제자들과 더불어 기도에 전념했다고 한다.

교회가 성모성월을 제정한 것은 인간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전구하고 계시는 성모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서다. 성모 마리아가 보여준 하느님께 대한 순명과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의 모범(模範)이란 것이다.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통해 평생 하느님 뜻에 순종한 성모처럼 하느님을 뵙기를 염원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바람이다.

천주 교회(가톨릭 교)는 성모를 ‘하느님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원죄없이 잉태되신 분’, ‘신앙인의 모범’등으로 칭하며 공경한다.

기독교인들은 천주교인들을 인간인 마리아를 믿는다고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천주교인들은 마리아를 믿는 것이 아니라, 공경하는데 말이다. 이처럼 천주 교회가 성모를 하느님 모친으로 공경하는 것은 삼위일체 교리 안에서 성령으로 하느님이신 예수를 낳았기 때문이다. 성모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어머니이자 예수를 주님으로 모시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도 된다. 예수가 죽음과 부활로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자녀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또 성모를 평생 동정녀라고 고백한다. 이는 ‘하느님이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처녀에게서 인간을 잉태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또한 ‘예수가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라는 신앙 고백의 의미도 있다.

마리아는 여느 인간들과 같은 인간이지만, 하느님 아들을 잉태하는 거처가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순결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귀결에 따른 신앙 고백인 것이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 원죄없이 태어났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정도로 완전함을 간직했던 성모는 세상 삶을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승천했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분의 육체는 무덤에서 부패할 수 없다는 신앙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도 성모처럼 종말에 천상 영광에 들어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 교회는 교회 형성 시기부터 성모 신심이 각별했다. 신자들은 마리아 신심 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데 힘썼다. 조선 박해시대 신자들은 「천주실의」, 「주교요지」 등의 서학서로 마리아께 대한 이해를 키웠고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 신심을 함양했다.

 

 

성모 마리아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꽤 친숙한 인물이다. 유명한 가곡 ‘아베 마리아(Ave Maria:라틴어로 ‘마리님께 찬미를’이라는 뜻’)’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배경 음악으로 등장했다. 성악가 조수미의 소프라노 대표곡으로도 유명하다. 아베 마리아는 성모를 찬미하는 기도문인 ‘성모송’의 첫 구절이라 한다.

 

성모 마리아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존경을 받는 인물답게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존칭에서 비롯된 사람 이름이 참으로 많다.

중세 시대에는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삼갔지만, 12세기 이후 소녀들에게 마리아의 별칭을 붙여 성모 마리아의 신앙과 덕행을 본받도록 권하는 관습이 생겼다. 유명한 팝 가수 ‘마돈나(Madonna)’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품, 그리고 귀부인이라는 뜻이 있다. 김연아 선수의 세례명으로 유명한 ‘스텔라(Stella)’는 9세기에 지어졌다고 짐작되는 라틴어찬가 ‘마리스스텔라(Maris Stella․바다의 별)’의 줄임말이다. 마리아가 길잡이 별이 되어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 신앙의 배를 타고 하느님을 찾아가는 신자들을 인도한다는 의미이다.

오페라 제목이자 집시 여주인공의 이름인 ‘카르멘(Carmen)’도 성모 마리아의 호칭이다. 12세기 이스라엘의 카르멜(Carmel) 산에서 괴로워하던 성 시몬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서 용기를 북돋워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발음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롤라(Lola)’와 ‘롤리타(Lolita)’는 고통을 겪는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아들인 예수의 죽음을 눈앞에서 겪은 성모의 심정을 나타낸 스페인어 ‘마리아 데 로스 돌로레스(Maria de los Dolores‧고통의 마리아)’를 축약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성모의 탄생을 뜻하는 ‘내털리(Natalie)’, 성모의 아름다움을 장미에 비유한 ‘로즈메리(Rosemary)’, 고결함을 백합에 비유한 ‘릴리안(Lilian)’ 등이 있다.

파리의 유명한 성당 ‘노트르담(NotreDame)’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인데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성당을 지었다는 뜻이다. 순수한 학문의 전당을 뜻하는 ‘상아탑’은 구약성경 아가서 7장 4절의 “그대(성모 마리아)의 목은 상아탑”이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세 시대부터 하느님과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문화가 발전해 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의 이름들이 성모 마리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오늘도 성당에서 미사 참례하고 성모님께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온다. 지난 주에는 인사하고 혼자 집으로 가서 어머니가 나를 찾는다고 땀 뺐다며 잔소리를 하셨었다.

오늘은 혼자 도망가지 말고 고분고분 껌딱지처럼 옆에 딱 붙어 잘 걸어가리라고 마음 먹지만 또 어떻게 새롭게 반격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런 잘못 없는 아들이 십자가에 못박히는 것을 봐야만 했던 성모 마리아.

멀쩡히 잘 지내던 딸이 죽어서 목구멍에 호스를 끼워 누워 있는 걸 보고 누구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야 했던 전옥련 로사리아.

두 어머니는 처한 상황만 다를 뿐, 정말 세상에서 가장 눈물겹고 아름다운 모습임은 별반 차이가 없다.

진실로 어질고 훌륭하신 어머니 두 분(하느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와 생물학적 어머니인 전옥련 로사리아)을 갖고 있는 나는 대체 무슨 복을 이리도 많이 가졌단 말인가! 돈(money)은 없지만 어머니(어money) 두 분을 가진 나야말로 진짜로 부자(富者)라고 확신한다.

졸작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해서리,

알아두면 센스 있는 quiz 나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먹먹하게 하는 돈(money:[머니])?

Answer:어머니(=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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