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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여유로운 삶~~~◆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12.16|조회수76 목록 댓글 0

 

 

 이침부터 후텁지근했다. 그래도 어제는 좀 덥긴 했어도 견딜 만 했다. 오늘은 더운데다가 사람을 기운 빠지게 했다. 내가 언제는 날씨에 동요됐었나. 그러나 아무리 후텁지근한 날씨라도 나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생활 태도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은 오늘의 날씨도 나에게 초반(아침)에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다. 나도 평소와는 달리 겉으로는 콧노래를 부르며, 속으로는 오늘도 나에겐 좋은 하루, 아자아자, 지화자!’ 계속 되뇌이며 헬스장으로 갔다.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가니 혹 미친 사람을 본 듯 하는 어른들도 몇몇 있었다. 간혹 표정 없이 걸어가다 웃는 나를 보고는 같이 웃어주거나 파이팅!”하고 응원해 주는 멋진 아저씨도 만났다.

 

 헬스장에 오늘 등록하신 듯한 처음 본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타셨다. 늘 하던 대로 아주머니 옆에 앉아 자전거를 탔다. 신나게 페달을 밟는데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그리고 오늘은 선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을 영어로는 ‘present'라고 하지 않는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제를 기념하며 축하할 수도 없고, 내일을 기념하며 축하할 수도 없으니, 오늘을 기념하며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도 떠올랐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라고 한다. 때때로 몹시 힘들고 우울할 때는 지금이 바로 해뜨기 직전이라고, 그러니 이제 곧 해가 떠올라 모든 것이 환하고 따사로워 질 것이라고. '헤헤' 웃으며 아주머니께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오늘은 '목구멍 터지도록 웃는 즐거운 목요일'이라고 하며 어린이처럼 신나게 웃었다. 그랬더니, 요즘처럼 각박하고 내만 생각하여 사람 냄새 그리워지는 세상에 남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며 칭찬해 주셨다.

늘 남들을 칭찬해 주다가 내가 이런 과분한 칭찬을 들으니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부족하고 모자라는 나에게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이렇게 높은 계급장을 주시다니,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해 준 아주머니께 감사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샤토브리암은 "진정한 인생의 고수는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그 둘 중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탁월함을 추구할 뿐이라는 것이다.

느려 터지기만 해서 속담에서조차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굼벵이가 사실은 그 껍질 속에서 완전한 탈피를 꿈꾸며 나름대로 살아가다가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가 된다. 징그러운 외모 때문에 외면해 왔던 굼벵이가 진흙 속에서 꿈을 키우며 자기 껍질을 벗기기 위하여 애쓰는 것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굼벵이는 죽은 게 아니라 허물을 벗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잠시 흙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못생긴 굼벵이도 영원히 굼벵이가 아니라 언젠가 풍뎅이가 될 수도,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가 될 수도 있다.

 

 나도 눈과 다리가 불편하여 느려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과 같이 활동하는 경우엔 그 보조를 맞추려고 내 나름대로는 아주 애쓰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새발의피'. 느려도 나름대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굼벵이가 풍뎅이나 장수하늘소가 되는 것처럼, 나도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나 꿈을 펼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남들과 다른 인생,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다를 뿐이었다. 나는 특별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부족하지만 진정성을 담은 내 글이 뽑혀 정식으로 '수필가'로 등단하여 꾸준히 글을 쓰며 어엿한 사회인으로 내 몫을 다하고 있다. 모두 기다림의 시간이 안겨 준 결과다. 그래서 요즘은 꿈속에서조차도 세상이 무지갯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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