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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나는 걸림돌? 디딤돌?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3.01.14|조회수97 목록 댓글 0

 

 

내가 날마다 가는 피트니스 센터는 아래층에 목욕탕이 있다. 운동을 하고 행여 근육통이라도 생기면 내려가 뜨끈한 욕탕에서 찜찔을 하여 바로 회복될 수 있으니 참 좋다.

오늘도 힘차게 끝내주게 운동을 하고 목욕탕으로 내려왔다. 맥반석 온돌방이 옆에 있는 이벤트 탕을 잘 이용한다. 온돌방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잘 누워있다. 탕과 인접해 있어서 탕 언저리에 앉아 바가지로 물을 떠 몸에 부을 때는 온돌방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고 특히 조심해야만 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하면서도 물을 퍼부을 때에는 곧잘 까먹는 나다. 나도 온돌방에 누워 있어 봤다. 내가 누워 있을 때는 이마나 얼굴에 물이 튀어오면 속으로는 그런다.

에이, 뭐야! 조심 좀 하지. 여가 뭔 저거 집 욕탕인 줄 아나?’

하면서 중얼중얼거린다. 그래놓고는 정작 내가 물을 퍼부을 때에는 나 역시 물 튀기는 그녀다. 시쳇말로 딱 내로남불아닌지? 오늘은 내가 좀 지나쳤던지 누워계신 아주머니가 대놓고 말했다.

학생! 물 좀 살살 퍼부으면 안 될까? 내 얼굴에 삼대몇 년 만에 마사지를 하려고 오이 붙여놨는 거 보이제?”

그래도 눈은 똑바로 붙어 학생이라고 불러줘서 살짝이 기분이 좋아 속으로만 아자아자하며 쾌재를 불렀다.

머리로는, 마음으로는 폐를 끼치지 말자고 수백 번을 되뇌어보나, 몸이 그에 100% 따라주지 못한다.

피트니스센터 헬스장에서도 운동 기구들을 이용하면서도 회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도 있다. 그래도 회원들이나 트레이너가 늘 예쁘게 봐 주는 것은 식지 않은 내 열정과 늘 생글생글 웃고 좋은 말만 해대는 어쩔 수 없는 내 애교(愛嬌) 때문이라고 여기며 지낸다. 순진한 겐지 어리석은 겐지 나도 헷갈린다.

교통 사고를 당하여 몸이 불편하게 된 것도 억울한데, 늘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며 살아가는 삶이라면 살아서 무엇 하나 싶다.

앞서 언급한 대로, 나에게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무기가 있다. 복이 많게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나 된다. 밝은 표정과 칭찬할 수 있는 눈과 용기.

어제는 목욕탕에서 생전 본 적이 없는 아주머니한테 칭찬을 해주었다. ‘말 한 마디로 표정이 바뀐다는 말이 거저 생긴 말이 아니었다. 내 칭찬과 희망과 감사의 말에 아주머니가 입을 여셨다.

아가씨! 내가 사실은 오늘 아침부터 언짢은 일이 있어 많이 우울해서 목욕 탕이나 가볼까 하며 왔거든예. 그런데 운이 좋게도 행복 바이러스인 아 가씨를 만나 좋은 말도 듣고 같이 웃으니 기분이 좋아졌네요. 고마워요. 커피 물 줄 알면 내가 한 잔 쏠게!”

늘 그래왔듯 없는 걸 있다고 지어내어 한 말도 아니고 이 모자라는 나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셔서 한 칭찬일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희망을 품게 된 것이 다 내 탓이라니 솔직히 좀 민망했다.

내가 대학원 과정까지 다 마치고 수필가로 등단하여 글 쬐금 꺼적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결심한 게 있었다. ‘이지민,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자!’였다.

마음은 그리 먹었지만 일상 속에서 디딤돌이 되지 못하고 걸림돌이 되는 때가 더 많은 게 현실 속의 나다. 그렇다 할지라도 마음 속에 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나는 디딤돌, 디딤돌, 디딤돌하며 이에 걸맞는 역량을 갖도록 노력한다면 못 이룰 것도 없으리라!

나는 뭐?

걸림돌이 아이라, 디딤돌. 디딤돌인겨!”

(숨 한 번 내쉬고)

암만, 디딤돌이랑께

하하핫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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